라푼첼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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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첼 2편

0 개 1,487 송영림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한 왕자가 말을 타고 숲 속으로 들어왔다가 탑 옆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왕자의 귀에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왕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노래를 부른 것은 다름 아닌 라푼첼이었다. 라푼첼은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곤 했던 것이다. 왕자는 라푼첼이 있는 탑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문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문은 보이지 않았다. 왕자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노랫소리가 자꾸만 마음을 울려 날마다 숲을 찾아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는 나무 뒤에 서 있다가, 마법사가 다가와 탑을 향해 소리치는 광경을 보았고 그녀가 머리채를 타고 라푼첼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음 날 사방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왕자는 탑 아래로 가서 마법사가 한 대로 소리쳤고 머리카락이 아래로 드리워지자 그것을 타고 탑으로 올라갔다. 라푼첼은 생전 처음 본 남자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러자 왕자는 노랫소리에 너무나 감동을 받아 직접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며 아주 다정하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라푼첼이 왕자의 말을 듣고 두려움을 거두자 왕자는 자기를 남편으로 받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라푼첼은 젊고 잘생긴 왕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늙은 마법사보다 자신을 훨씬 더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자의 청혼에 승낙하고 자기 손을 왕자의 손에 올려놓았다. 

 

라푼첼은 왕자에게 그와 함께 가고 싶지만, 어떻게 아래로 내려가는지 방법을 모른다고 말하며 그가 올 때마다 비단실을 한 타래씩 갖다 주면 그걸 땋아서 사다리를 만들어 타고 내려갈 테니 그때 자신을 말에 태워 데려가라고 말했다. 그때가 될 때까지 왕자는 매일 저녁 라푼첼을 찾아오기로 하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마법사는 매일 낮 라푼첼을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라푼첼은 무심코 마법사가 왕자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참 이상하다고 말했고 마법사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떼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속았다며 분노했다. 그리고 라푼첼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버린 후 사막으로 내쫓아 라푼첼이 커다란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마법사는 라푼첼을 쫓아낸 바로 그 날 저녁 가위로 잘라낸 라푼첼의 머리카락들을 주워 탑 꼭대기의 창문 고리에다 탄탄하게 묶어놓고서 왕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왕자가 올라오자 마법사는 사랑하는 애인을 모시러 왔겠지만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왕자는 너무나 애통한 나머지 탑에서 뛰어내렸고 가시밭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두 눈을 가시에 찔렸다. 그때부터 왕자는 온 숲을 더듬거리며 헤맸다. 먹는 것이라곤 고작 식물 뿌리와 산딸기뿐이었으며 슬픔에 잠긴 채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데 대해 눈물만 흘릴 따름이었다. 

 

그렇게 왕자는 여러 해 동안 고통스러워하며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라푼첼이 아들 딸 쌍둥이와 함께 궁색하게 살고 있는 어느 사막에 이르렀다. 왕자는 너무도 귀에 익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왕자가 다가가자 라푼첼은 한눈에 왕자를 알아보고 그의 목을 얼싸안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그 때 라푼첼이 흘린 눈물 두 방울이 왕자의 두 눈을 적시자 왕자의 눈이 다시 밝아졌고 이제 예전처럼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왕자는 라푼첼을 자기 왕국으로 데리고 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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