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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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그리고 크리스마스 데이

0 개 1,920 오소영

‘크리스마스 데이’에 밖을 나가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쇼핑 몰’까지 문을 닫으니 세상이 달라진듯 한산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것 일까?.   

 

그들에겐 일년을 기다려 온 행복한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여행을 떠나고. 더러는 가족들과 집안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을터.    

 

삶의 역동적인 온갖 소음. 코끝에 베인 공기속의 칙칙한 냄새들. 모두가 사라지고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사위.   

 

그 고요로움이 너무 싫다. 내리 비추는 찬란한 양광에 마치 시들어 죽어가고 있는듯한 도시. 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멀리 온 듯한 낯설음. 외지에 혼자 버려진듯한 소외감으로 두려움이 밀려왔다. 

 

정말로 긴 세월을 혼자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외롭다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지만 그건 누구나가 경험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존의 과정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저물어가는 햇살에 긴 그림자를 끌며 서성이는 늙은이의 외로움에 비하면 그건 얼마나 사치스런 투정이었는지... 이만큼 살아봐야 알게되는 인생의 진리를 젊어선 알턱이 없질 않은가.

 

지금 이 순간을 도망치지 않으면 질식할 것만 같아 무작정 집을 나선다.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런 곳을 찾아야 했다.

 

(공항으로 달리자.)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벗어나고픈 강한 욕구에 빠르게 작용한 두뇌. 아직은 쓸만한건가?  

 

친구 c와 나는 의기투합이 잘 되는 그런 사이로 삶이 따분하고 지루할땐 가당치도 않는 해외여행의 꿈을 꾸며 자주 공항 나들이를 하곤 했었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비행기를 타던 시절. 멋지게 여행가방을 끌고 들고 나는 사람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주머니도 헐렁하고 애들 뒷바라지에 시간도 쪼갤 수 없는 그런 시절의 엉뚱하기 그지없는 옛날 이야기다.

 

그 옛 버릇이 무심중 튀어 나온 걸까?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놀래며 혼자서 속으로 웃는다.

 

그 길을 달릴땐 언제나 다름없이 가벼운 설레임이 있다. 살짝 가슴 떨리는듯한 긴장감. 그 기분도 얼마나 자극적인가. 나쁘지가 않다.          

 

그 어느 때 보다 오고 가는 여행객들로 넘쳐나는 공항의 인파. 인파....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공항에는 언제나 애환의 끈끈한 정서가 흘러넘친다.

 

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그들속에 섞이니 지루할 수 없는 활기가 솟아난다.    

 

문득 남들 떠나는걸 보면서 슬금슬금 여행고픔의 느낌이 찾아든다. 나이 무거워 이젠 틀렸다고 체념했던 여행에의 낭만을 일깨우는 분위기.   

 

(그래 어딘가 또 떠나보자) 불끈 자신감도 샘솟는다.

 

시장통처럼 붐비는 한 쪽.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문득 창 밖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누군가를 싣고 방금 하늘을 치솟은 비행기 한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파아란 물위를 노니는 한마리 백조처럼 은빛 날개를 반짝이며 유영을 하듯 북쪽으로 사라지는 비행기. 괜스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마냥 건조해져 가는 가슴에 윤기도는 정서도 아직은 남아 있구나.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 내 시선에 홀 한켠 앞 쪽으로 오둑하니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시는 노인 한 분이 보였다. 머리가 반백인 서양 할아버지. 시선이 먼 창 밖으로 고정돼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그런 표정도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시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공항에서 그려 보는 것일까? 너무나 외로워 보인다. 내 시선이 그를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음에 스스로 놀랜다.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는 애틋함 때문일께다. 

 

갑자기 커피를 같이 마실 친구가 내 앞에 있다는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의견이 맞지않을 땐. 아옹다옹 다투기도 잘하지만 아마도 오늘같은 날을 대비해서 화해도 하면서 잘 지내왔나보다.

 

가족들 앨범이나 들추면서 혼자 있었으면 얼마나 쓸쓸하고 미운 날이었을까?      

 

공감하는 사람끼리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를 고마워하며 기분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행복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게 틀림없다.

 

오래오래 기억될 공항에서의 역동적인 느낌들. 색다른 커피 타임. 그 오붓했던 시간은 벌써 과거속으로 묻혀갔다. 멈출 수 없는 시간들. 훗날 추억이라 이름붙여 그 시간을 곱씹는 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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