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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잖은 손님이 저기 또 오시네

0 개 2,460 오소영
집 앞 길가에 나가서 빨간 신호등을 마냥 켜 둘까? 현관문을 지킬까? 

아니면 방 문이라도 잠가 버리면 그 손님은 오지 않을는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세월이란 그 손님은 결코 또 찾아와서 흔적으로 얼굴에 주름이란 선물을 몇 개 더 만들어 주고 갈 것이 분명하다.

달랑 한장 남은 마지막 카렌다를 보면서 벌써부터 겁이난다.

어김없이 먹어야하는 또 한 살의 나이. 먹으면서 느는건 나이뿐이다.

세월아! 세월아! 무정한 세월아! 나는 좀 쉬어갈 터이니 너만 그냥가면 안되겠니? 

기다림이 설레고 세월 가는걸 부채질로 서두르던 때도 있었다. 철없던 시절에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른이 얼른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잔손 많이 가는 아이들 힘들어서 빨리 빨리 크기를 바랬고, 학교 다닐땐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청해 얼른 졸업시켜야겠다는 성급함으로 세월을 재촉하며 살았다.  

그 아이들이 출가해서 손주 보고픈 기다림으로 살 때 만 해도 세월 가는게 별 생각없이 좋기만 했다.  

그렇게 서둘러 서둘러 보낸 세월이 지금은 왜 그렇게 아쉽고 안타까울까? 정신없이 서두르다보니 어느새 내 인생은 오르막 고갯길 다 넘어서 내리막 끝자락에 서 있다는걸 깨닫는다.   

문득 뒤돌아보니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을 헐레벌떡 잘도 달려왔다. 머리엔 흰서리가 내리고 탱탱하던 피부는 까칠하고 세월이 할퀴고 간 주름이 구겨넣은 천조각을 닮아있다. 매일 달라져가는 낯선 얼굴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드리며 노인이란 호칭이 내 이름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제와서 가는 세월 잡아두려고 애써 보지만 바람에 실려가는 구름을 잡을 수 있을까? 나이 무게에 눌린 몸이 이미 말을 듣지 않는다.

옆집의 ‘베티’가 휠체어에 실려 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간다. 내 귀엔 언제나 밝고 낭낭하던 그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한데 그는 이제 마지막 열차를 타고 병마와 싸우는 환자. 많이 남지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 

그 집 뜨락에는 해마다 피던 꽃들이 흐드러지게 다시 피어나 주인의 반가움을 기다린다. 바람결에 살랑거리며 아양을 떨지만 죽음만을 바라볼 뿐. 다시 깨어날 수 없는 인간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 그 이치를 알턱없는 꽃들 꽃들...... 베티가 그리도 사랑하던 고양이의 무심한 눈빛도 너무 얄밉다. 느릿하게 교만한 몸짓의 걸음걸이며 잘먹어 탱탱하고 자르르 윤끼 나는 털, 주인을 생각한다면 너무 의리없는 배반의 짐승이란 생각이 들어 괜스레 미워진다.   

베티가 죽어가는게 어디 고양이 탓이던가. 세월 탓이지. 어찌보면 아무렇지 않은 고양이의 표정이 차라리 위로가되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객지 생활 혼자 살면서 잘 챙겨먹고 건강하게 살아야 해”

동생을 딸처럼 챙기던 언니의 목소리가 듣고싶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던가. 그렇게 건강하고 자상하던 분이 다정한 목소리를 잃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동생도 잊고 사시나보다.

노년의 시계는 왜 그리도 빠른지?.... 촌각을 다툰다는 말을 절실하게 실감하면서 이제 건강해서 남은 시간을 황금같이 귀하게 잘 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다급하다.

한번뿐인 인생. 아름답고 멋진 삶으로 마무리할 준비를 해야겠다.

내 삶의 흔적이 남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삶.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부활의 감사함을 시작으로 당연한 일상들이 모두 감사함으로 나를 다시 일깨운다.   

나를 기억하고 아껴주는 사람들. 서로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떠오르는 즐거운 친구들. 내 삶의 지표가 되어주는 가족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세상의 꽃들이 웃어주고 새들의 합창소리가 내가 살아있음을 축복으로 들린다.

삶의 환희로움. 늙으면서 터득하는 생존의 고마움이다.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사랑한다는 말 많이 서툴러도 더 많이 익숙하도록 써야겠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금년 한해도 아낌없는 사랑으로 이끌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년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화만사성을 기원 드립니다.   오 소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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