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야기 2 - 바보와 수파이(페루)
옛이야기들 중에는 바보가 행운을 얻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어떻게 바보들이 행운을 얻는지 신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들에게 찾아오는 행운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들은 속세에 물들거나 교활하지 않고, 매사에 소박하고 진정성 있게 삶을 받아들인다.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이면에 그 어리석음을 상쇄할 만한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바보와 수파이’에서의 아들도 그렇지만 다음에 나올 이야기의 이바누슈카에게서도 남들과 다른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타인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이다. 팔월을 걱정하는 아들과 다른 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모자를 씌워주는 이바누슈카의 인정스러운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그 행위가 바보스러운 판단으로 인해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긴 하지만 그 선한 마음은 세속적인 인물들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옛이야기 중에서 영리한 아내가 바보 남편을 선택하는 경우를 보면 그 가치를 선한 성품에 두는 것을 볼 수 있다. 똑똑하다는 것은 어쩌면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기준이다. 사회나 공동체 안에서는 어떻게든 남들보다 위에 올라서야 하고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며 적어도 무엇이든 남들보다 나아보여야 한다는 통념이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그 가치기준이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에만 고착되어 있다. 그러나‘바보와 수파이’에서처럼 바보는 그렇게 고착된 가치의 틀을 완전히 깨며 더 고차원적인 깨달음을 준다. 결국 타산적인 생각이나 지식, 학식 그리고 그 기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노력이나 의지 등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오히려 바보처럼 계산하지 않고 착하고 순수하며 소박한 태도를 취할 때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마저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타인의 세속적인 욕심이나 계산이 보일 때 우리는 그를 피하게 된다. 결국 내가 찾고 물질적으로도 자꾸 주고 싶은 사람은 선하고 순수한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마음이 향하기 마련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