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와 수영선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통나무와 수영선수

0 개 1,416 김지향
뉴질랜드교육 중에서 수영이 참 중요한 수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섬나라이기에 수영을 배우는 것은 취미를 넘어서 생존을 위한 교육이라고 하더군요. 다행히 세 딸들은 수영을 아주 잘해서 한시름 놓고 있습니다.

내가 워낙 운동신경이 둔해서 세 딸들은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즐기면서 살게 해주고 싶어서 많은 종류의 스포츠 레슨을 시켰습니다. 그 중 제일 먼저 접하게 된 것이 수영인데, 세 명 다 스포츠 중 수영을 제일 오랫동안 배우고 즐기면서 살았습니다.

나는 통나무처럼 겨우 물에 뜨는 정도이며, 물속에서 쉽게 지쳐서 수영장에 가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수영을 잘해야 건강에도 좋고 여러모로 편하고 좋은데, 언제나 수영에 취미를 붙이게 될지 안타깝습니다.

내가 만약 통나무라면 과연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물살이 흐르는 대로 이리저리 떠돌다가 강가에 닿을 수도 있고, 바위에 부딪혀서 걸려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끝도 없이 넓은 바다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그야말로 정처 없이 떠돌다가 파도에 밀려 뭍에 올라와서 땔감이 되던지 땅 속에 파묻혀서 썩어버리던지, 석탄이 되던지 그럴 거 같습니다.

내가 만약 노련한 수영선수라면 통나무와 달리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물살을 가르면서 물개처럼 수영을 즐기면서 위험한 곳은 피하고 급류에도 휩쓸리지 않으면서 원하는 곳으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꼭 수영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배우지를 못하고 있네요. 몇 번의 수영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냥 넘기곤 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꼭 배워야 하는데, 이 게으름을 어찌해야 좋을까요?

우리네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강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더군요.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다가 홍수로 거세고 빠르게 흘러갈 때도 있고, 가는 도중에 바위를 만나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치느라 급류 속을 지나쳐야할 때도 있고, 다양한 상황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인생길도 강물과 같아서 항상 잔잔한 물결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의 삶을 돌이켜 보니 통나무처럼 그저 떠다녔던 것만 같습니다. 노련한 수영선수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헤엄쳐 가면서 인생을 즐겼던 것이 아니라 통나무처럼 물살에 휩쓸려서 그냥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밀리면서 살았던 것만 같습니다.

아니, 통나무처럼 운명에 나 자신을 맡기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수영을 하면서 허부작대다가 세월을 다 보낸 거 같기도 하네요. 

통나무처럼 그냥 이리 치이던 저리 치이던 운명이려니 하면서 삶을 관조하면서 살았다면 오히려 더 편했을 수도 있었는데, 통나무처럼 유유자적 떠다니지도 못했고, 수영선수처럼 노련하게 수영을 하여 가고 싶은 곳으로 제대로 가지도 못했더군요. 못하는 수영을 하느라 지치고 지친 몸을 잠시 뒤로 눕히고 쉬면서 헤엄치다가 갑자기 바위에 부딪혀서 다치지를 않나, 한 치 앞도 모른 채 정신없이 헤엄쳐 온 것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강물을 따라 가는 데 있어서 일찌감치 제대로 수영을 배워 노련한 수영선수가 되었더라면 삶이 얼마나 편하고 쉬웠을까요? 인생의 강물을 제대로 잘 수영할 수 있는 노련한 수영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그런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가 높던지 부자이거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꼭 인생의 강물을 자유자재로 잘 헤쳐 나가는 노련한 수영선수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 중에 불행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통계가 있다고 하니,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노련한 수영선수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이루어 가면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을 노련한 수영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확률이 제일 높군요. 많은 사람들 인생의 화두가 바로 노련한 수영선수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일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노련한 수영선수가 되어 인생이라는 강물에서 즐겁게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날을 기리면서 조용히 사색에 젖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소박한 행복

댓글 0 | 조회 1,583 | 2014.12.23
오늘 아침에 집에 소포 하나가 도착하… 더보기

100세 시대의 대중의식

댓글 0 | 조회 1,546 | 2015.03.11
우연히 인터넷을 통하여 서유석의 ‘넌… 더보기

‘더한 합’과 ‘젠장’

댓글 0 | 조회 1,537 | 2017.07.11
근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인구… 더보기

날개

댓글 0 | 조회 1,536 | 2013.12.11
숲의 향기가 집 문턱까지 다가온 일요… 더보기

자연법칙의 이해가 필요한 지금

댓글 0 | 조회 1,520 | 2014.12.09
하늘이 심술을 부리면서 변덕스럽게 비… 더보기

우문현답

댓글 0 | 조회 1,516 | 2017.06.14
얼마 전 친구가 나에게 보낸 이멜을 … 더보기

선택 놀이

댓글 0 | 조회 1,495 | 2014.06.11
한국을 떠나서 산 지 14년입니다. … 더보기

백만 불짜리 미소

댓글 0 | 조회 1,473 | 2016.04.28
며칠 전에 소설책을 버스에 두고 내린… 더보기

현재 통나무와 수영선수

댓글 0 | 조회 1,417 | 2015.11.12
뉴질랜드교육 중에서 수영이 참 중요한… 더보기

도깨비 방망이가 하늘하늘 춤을 추네!​

댓글 0 | 조회 1,402 | 2017.08.22
비바람이 몰아치는 창밖을 보면서 겨울… 더보기

월동 준비

댓글 0 | 조회 1,397 | 2015.06.10
퇴근길의 차량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해… 더보기

시간의 세계

댓글 0 | 조회 1,346 | 2015.04.29
친구가 요즘 틱낫한 스님의 저서 ‘마… 더보기

인생이 계단이라면?

댓글 0 | 조회 1,334 | 2014.09.09
봄 처녀도 아니건 만, 난 봄을 제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