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4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귀신이야기 4편

0 개 2,379 송영림
이항복은 학문과 재주, 덕행과 범절을 모두 갖춘 이였다. 소년 시절부터 그는 이웃집 재상의 아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재상의 아들이 여러 해 동안 병을 앓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렀다. 아들의 병 때문에 근심하던 재상은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잘 알아맞힌다는 점쟁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점쟁이를 불러와 점을 치게 하였다.

점쟁이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재상의 아들이 모월 모일 모시에 세상을 뜨겠다고 하였다. 재상이 눈물을 흘리며 살릴 방법을 묻자 그는 자신이 죽게 되므로 차마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재상이 간절히 물어도 말을 하지 않자 재상의 며느리가 칼을 들고 뛰쳐나와서는 점쟁이의 목을 조르며 자신은 병자의 안사람인데 낭군이 죽으면 자기도 죽을 것이며 점괘를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이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기는 매 한가지일 것이니 말하라고 소리쳤다. 점쟁이는 한참 동안 묵묵히 있더니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도 붙잡을 수 없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며 말할 테니 목을 놓아 달라 하였다. 그리고는 이항복이란 도령을 모셔와 병자와 함께 있게 하되 잠시도 떨어져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부디 자신의 처와 자식들을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항복은 그날 바로 재상의 집에 초대되어 재상의 아들 곁에 꼭 붙어 있게 되었다. 어느 날 밤 삼경이 되자 서늘한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오더니 촛불이 깜박거렸다. 재상의 아들은 정신을 잃었고 촛불에 귀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칼을 짚고 선 귀신은 이항복에게 병자를 내놓으라고 외쳤다. 귀신은 병자와 전생의 원한이 있어 원수를 갚아야 하고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이항복이 자기가 살아 있는 한 친구를 넘겨줄 수 없다고 하자 귀신은 크게 성을 내며 칼을 겨누고서 그에게 달려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물러났다. 달려들었다가 물러나기를 여러 번 반복하던 귀신은 마침내 칼을 던지고 엎드렸다. 귀신은 이항복에게 도련님은 이 나라의 기둥으로 명성이 역사에 길이 남을 분이라 감히 해칠 수 없으니 자신을 가엾이 여겨 병자를 넘겨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이항복은 자신을 죽이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다시 병자를 안고 누웠다. 

시간이 흘러 먼 데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귀신은 원통해 하며 울었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분명 그 점쟁이 놈이 일러 준 것일 터이니 그놈에게 분풀이를 해야겠다며 사라졌다. 귀신이 사라진 후 재상의 아들은 입에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 주니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다음날 점쟁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재상은 점쟁이의 집에 장례비용을 넉넉하게 보내고 이후 그 처와 자식들도 잘 돌보아 주었다.         - 계서야담(溪西野談)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3편

댓글 0 | 조회 1,895 | 2017.12.20
옛이야기와 치유■ 홍천 장자터 전설옛…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1,280 | 2017.12.07
■ 웅촌 장자못 전설웅촌면 통천리에 … 더보기

손님 싫어하여 망한 부자 이야기 1편

댓글 0 | 조회 1,134 | 2017.11.22
■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집우리나라의… 더보기

■ 내 운명과 삶의 주인

댓글 0 | 조회 1,005 | 2017.11.08
옛이야기와 치유-불행한 공주 10편 … 더보기

■ 내 운명과 삶의 주인

댓글 0 | 조회 1,134 | 2017.10.26
옛이야기와 치유-불행한 공주 9편또 … 더보기

■ 내 운명과 삶의 주인

댓글 0 | 조회 1,200 | 2017.10.11
불행한 공주 8편나도 늦은 나이까지 … 더보기

불행한 공주 7편

댓글 0 | 조회 955 | 2017.09.27
■ 내 운명과 삶의 주인얼마 전 안무… 더보기

불행한 공주 6편

댓글 0 | 조회 1,161 | 2017.09.13
■ 운명의 실뭉치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더보기

불행한 공주 5편

댓글 0 | 조회 1,216 | 2017.08.23
■ 운명의 실뭉치막내공주가 태아와 같… 더보기

불행한 공주 4편

댓글 0 | 조회 995 | 2017.08.09
■ 운명의 실뭉치운명(運命)은 ‘인간… 더보기

불행한 공주 3편

댓글 0 | 조회 1,149 | 2017.07.26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더 이상 이런… 더보기

불행한 공주 2편

댓글 0 | 조회 1,300 | 2017.07.12
불행한 공주옛날 딸 셋을 둔 여왕이 … 더보기

불행한 공주 1편

댓글 0 | 조회 1,513 | 2017.06.28
운명과 맞서는 이야기내가 나의 운명을… 더보기

사랑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1,497 | 2017.06.13
구렁덩덩신선비 12편​사랑을 공부해야…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11편

댓글 0 | 조회 1,448 | 2017.05.24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옛이야…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10편

댓글 0 | 조회 1,210 | 2017.05.10
어느 고을에 박좌수란 사람이 무남독녀…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9편

댓글 0 | 조회 1,103 | 2017.04.27
■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특히 …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8편

댓글 0 | 조회 2,384 | 2017.04.12
■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간혹 …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7편

댓글 0 | 조회 1,222 | 2017.03.21
■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들옛이야…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6편

댓글 0 | 조회 1,157 | 2017.03.08
■ 구렁덩덩신선비밤이 깊어 삼경 무렵…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5편

댓글 0 | 조회 1,592 | 2017.02.22
■ 구렁덩덩신선비다음 날 사람들은 구…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4편

댓글 0 | 조회 1,263 | 2017.02.09
■ 구렁덩덩신선비옛날 어느 마을에 자…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3편

댓글 0 | 조회 1,198 | 2017.01.25
■ 관계 맺기와 지속에 대한 이야기그…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2편

댓글 0 | 조회 1,136 | 2017.01.10
■ 관계 맺기와 지속에 대한 이야기우… 더보기

구렁덩덩신선비 1편

댓글 0 | 조회 1,381 | 2016.12.21
■ 관계 맺기와 지속에 대한 이야기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