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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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 3편

0 개 1,280 송영림
어느 시골에 구걸하며 지내는 한 거지 총각이 있었는데 하루는 거지생활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큰 데에서 빌어먹자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동대문 부근에 이르렀을 때 그곳의 거지들이 사람이 죽어나오는 흉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0년 전에 어떤 사람이 20년 동안 모은 재산을 가지고 그 집으로 들어갔는데 며칠 만에 가족이 모두 죽어 나왔고, 그 뒤로도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가끔 그 집으로 들어갔지만 사흘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었다. 

거지 총각이 그 집에 가 보니 집이 대궐 같았다. 그는 그 집에 들어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 집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잘못 되어도 서울서 빌어먹다 죽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테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거지 총각은 며칠 구걸한 돈으로 돼지 다리 하나와 막걸리 한 통을 마련하여 흉가에 들어갔다. 잠이 들면 안 되니 상투 끝을 끈으로 묶어 천장에 매달고 배가 고파 오면 삶은 돼지를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자정이 되었을 때 갑자기 촛불이 꺼지고 방 안에 한 줄기 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방문이 저절로 열렸다. 거지 총각은 머리털이 거꾸로 서는 듯했지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각오한 마당에 어찌된 영문인가 알고나 죽자 하고 가만히 기다렸다. 이윽고 머리가 온통 하얀 노인이 들어오더니 꽤나 간이 큰 젊은이라며 말을 붙였다. 거지 총각은 영감님도 시장하면 술 한 잔 잡수라며 넉살 좋게 노인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었다. 막걸리를 받아 마신 백발노인은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기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노인은 이 집 주인으로 집에 있던 많은 금을 뒤뜰에다 묻어 두었는데 그 무렵 난리가 나서 집안사람들은 다 피란을 가고 혼자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도적들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엉겁결에 부엌 아궁이 속에 숨었다가 도둑이 밥을 해 먹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노인의 뼈는 물론 혼도 부엌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피란 갔다 돌아온 가족들은 그 사실도 모른 채 살다 죽고 이제 이 집은 주인 없는 집이 되어 버렸다. 그 뒤 여러 사람들이 이 집에 들어왔는데 그때마다 노인이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나타났지만 모두 노인의 모습만 보면 엎어져 죽어 버렸다. 노인은 거지 총각에게 금을 묻은 곳을 알려주고 그걸 캐내어 넉넉하게 살면서 집을 지켜달라고 하며 자신의 뼈가 아궁이 속에 있으니 끄집어내어 양지바른 곳에 좀 묻어 달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백발노인이 서서히 사라지자 방문이 닫히고 촛불도 다시 켜졌다. 거지 총각은 기묘한 일이라 생각하며 밤을 지새운 후 바깥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사람들은 또 송장을 치우기 위해 왔다가 거지 총각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서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갔다.

거지 총각이 노인이 가리킨 곳을 파 보니 정말 금덩이가 나왔고 아궁이에서는 정강이뼈가 나왔다. 금덩이 한 개를 꺼내 노인의 묘를 마련해 주고 그 뒤로 거지 총각은 금덩이를 하나씩 꺼내다가 살림살이를 늘려 갔다. 어여쁜 색시도 얻어 그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데 그곳이 바로 서울의 화신백화점(종로의 명물로 꼽히던 건축물로 1988년에 헐렸다) 자리라고 한다. 

- 한국구비문학대계 5-3, 전라북도 부안군편(『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전 82책, 1980-88년 간행,)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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