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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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유리창

0 개 2,167 김지향
승용차가 없어서 온 가족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그 덕분에 나 역시 버스 시간표를 늘 확인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갔었을 때, 동생 집 냉장고에 붙여 있었던 마을버스 시간표가 생각이 나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참 편하게 살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린 시절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찡겨 타고 학교를 다녔었던 기억도 새롭게 일어나고, 흑백필름이 돌아가듯 지난날의 기억들이 하나 둘 지나갔습니다. 늘 바글바글한 인파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다니느라 한적한 전원생활을 그리면서 살았었군요.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사람 구경이라고는 슈퍼마켓에나 가야 겨우 할 정도이고, 거리도 늘 한적하여 맞은편에서 사람이 다가 오면 반가운 인사가 절로 나오는 곳입니다. 어려서부터 바라고 바랐던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근 15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과거의 내 생활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었던 것입니다.

집에서 5~10분 동안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데, 버스 종점인데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적으니 그동안 타고 다녔었던 내 승용차보다도 훨씬 쾌적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커뮤니티 카드와 함께 버스 카드를 내미니 달랑 $1.50입니다. 환승까지 가능하고요. 버스 노선에 따라서 시내까지 10분 만에 갈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환승을 하려는 시각과 맞추려고 일부러 40분 노선인 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내가 타는 버스는 늘 10분이면 시내에 도착하더군요. 이렇듯 가까이에 편리한 대중교통이 있었는데도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었습니다. 파미에서 15년을 살면서도 내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무지의 소치입니다.

버스 안에 앉아서 한적한 거리의 풍경들을 보다 보니 뉴질랜드에서의 지난 일들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처음 파미에 도착했었을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뉴질랜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공기 맑고 깨끗하고, 복지가 한국보다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덜렁 짐만 싸들고 와버렸던 것입니다.

다행히 이곳 토박이의 친구를 따라 왔었기에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에서의 생활은 한국에서보다 더 힘든 구석이 많았습니다. 아이들 학교에 가서 교사와 면담을 할 때도 속 시원하게 말하기가 힘들었고,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긴 했지만, 그들의 삶 역시 만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요. 세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에 그들의 미래가 크게 밝지만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현실에 잘 적응하는 그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겹쳐집니다. 

버스 안에서 차창을 통하여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과 집들을 보면서 주위의 모든 상황에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 중 가장 감사했었던 것은 깨끗한 유리창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름다운 밖의 풍경을 고스란히 감상하면서 행복했으니까요. 

우리의 내면에도 유리창이 있을 겁니다. 그 유리창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면서 살고 있을 겁니다. 버스 유리창처럼 우리 안의 유리창도 늘 닦아야할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 차례 온갖 감정의 먼지가 쌓이는데, 그 먼지가 낀 채로 밖을 내다본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밖을 제대로 볼 수 없겠지요. 

세 딸들 덕분에 요즘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크게 낙담하지 않고 부모를 배려하면서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고 느긋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그들 내면의 유리창이 나보다 더 깨끗하고 맑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 늘 내 안의 유리창에 먼지가 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격지심, 오만, 편견, 우울, 슬픔, 자만...등 수 많은 먼지를 늘 닦아내면서 살아야겠지요.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사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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