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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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고 즐거운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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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 중엔 시 외우기가 있다. 물론 많이는 아니고, 그저 아주 좋아하는, 항상 기억하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시 한두 개 정도.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나 윤동주의 <서시>는 예전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절반 정도를 잊어버렸다. 아직 원본을 보지 않고도 완벽히 외울 수 있는 시는 딱 하나, 에밀리 딕킨즈의 <성난 밤, 사나운 밤(Wild Nights, Wild Nights!)> 뿐이다.

물론 시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영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굳이 영문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시는 꾸준히 읽으며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 작고 소소하고, 간결하지만 틀림 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나는 못 견뎌 하므로.

시는, 아까도 말했지만, 최대한 짧은 맥락 안에 최대한 많은 의미를 우겨 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이 강해야 한다. 그 충격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얼마나 받아들이는 지는 다르겠지만 일단 받으면, 시를 읽기 전의 나와 시를 읽은 후의 나는 분명히 나뉜다. 후자의 나는 우선 감탄부터 하고 본다. 우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쓴 거지? 얼굴조차 모르는 낯선 시인에게 심장을 허락 없이 노크 받은 그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런 인상 강렬한 구절들은 여러 시에 있었다. 예를 들자면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낯 모르는 그대에게(To A Stranger)>의 마지막 구절이라던가 (서투른 번역은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

나는 기다려야 합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어 마지않습니다.
당신을 잃지 않도록 유의 하겠습니다.

아니면 사라 윌리엄즈(Sarah Williams)의 <늙은 천문학자가 그의 제자에게(The Old Astronomer To His Pupil)>도 있다.

비록 내 영혼은 어둠 속에 잠길 지라도 곧 완벽한 빛 속에 떠오르리니,
밤을 두려워하기엔 난 별들을 너무도 깊이 사랑했음이라

같은 사람인데, 이 사람은 이렇게나 위대하게까지 느껴지는 표현을 용케도 생각해냈구나. 시인들에게 내가 느끼는 것은 감탄과 약간의 열등감, 질투심 섞인 기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건 그야말로 타고난 이만이 떠올릴 수 있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의 포화로서 와닿기 때문이다. 나 같은 무지렁이는 죽었다 깨어나도 느낄 수도, 전달할 수도 없을 것만 같은 표현.

타인의 마음에 닿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특히 초면인 경우, 얼굴조차 본 적이 없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이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그들의 시를 볼 때마다 드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래서 저런 시를 써보고 싶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하지만, 그러면서 나온 결론은 역시 심장을 두들기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는 아무 때나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이었다 (아무 때나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같은 범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타인의 감정에 호소하고 싶으면 나 자신의 감정부터 주체하지 못할 만큼 강하게 끓어올라야 하는 법인데, 불행히도 나는 감정의 고저가 무척 불분명하고 폭 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흥분되거나 아주 돌발적인 상황에 자주 처하는 것도 아니고. 무척 아쉽다.

그런다고 해서 포기하진 않겠지만. 시, 아주 어려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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