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골짜기에 노총각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헛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생쥐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그날부터 음식을 나눠먹으며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쥐가 사라져 버렸고 나무꾼은 쓸쓸했지만 변함없이 열심히 나무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이 여느 날처럼 나무를 하고 있는데 웬 노루 한 마리가 달려와 사냥꾼이 쫓아오고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나무꾼은 노루를 나뭇짐 뒤에 숨겨주고 사냥꾼에게는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꾼이 사라진 후 노루가 나와 은혜를 갚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산봉우리 아래 연못이 있는데 달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할 것이고 선녀가 벗어 놓은 옷을 몰래 감추면 그 선녀와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식을 셋 낳기 전에는 절대 선녀에게 옷을 내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무꾼은 노루가 시키는 대로 하여 낯선 지상에 홀로 떨어진 하늘나라 선녀를 색시로 얻게 되었고 몇 년이 지나 아이가 둘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녀가 나무꾼에게 날개옷을 한번만 보게 해달라고 조르자 나무꾼은 아이도 둘이나 낳고 정이 들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여겨 감춰두었던 옷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선녀는 날개옷을 입은 후 양팔에 두 아이를 안고 인사만 남긴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넋이 나간 나무꾼은 노루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노루는 이제 더 이상 선녀들이 목욕을 하러 내려오지 않는다며 대신 하늘에서 두레박을 내려 연못의 물을 퍼 올리고 있으니 세 번째 두레박이 내려오거든 물을 쏟고 그 속에 들어앉으라고 말했다.
나무꾼이 올라오자 하늘나라에서는 지상의 인간이 머물 곳이 아니니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특히 선녀의 두 언니와 형부가 앞장서서 나무꾼을 쫓아내려 하였고, 선녀의 아버지 옥황상제는 시험을 통과하기 전에는 사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첫 번째 문제는 동서들과 실력을 겨루는 문제로 두 동서가 숨으면 나무꾼이 찾아내는 숨바꼭질 시합이었다. 나무꾼은 선녀의 귀띔으로 닭장 안의 여러 마리 닭 중 횃대에 앉은 두 마리 수탉에 사람의 손톱과 발톱이 비쳐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두 동서임을 맞추었다. 옥황상제는 보기보다 재주가 있다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하를 시켜 활을 내오게 하더니 금화살을 하나 재어 있는 힘껏 시위를 당긴 후 그 화살을 찾아오면 사위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나무꾼이 걱정에 빠져 있자 선녀가 말을 하나 청하되 비루먹은 말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꾼은 옥황상제한테 가서 화살을 찾아올 테니 말을 한 필 내달라고 하여 마구간의 온갖 좋은 말을 마다하고 한구석에서 빌빌거리고 있는 말을 골랐다. 하지만 그 말은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용마였다.
용마를 타고 금화살을 찾아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헤매 다니던 나무꾼은 어느 날 한 낯선 땅에 당도했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었다. 나무꾼이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천 마리나 되는 쥐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나무꾼을 꽁꽁 잡아 묶더니 좋은 사냥감을 잡았다며 쥐 대왕 앞으로 끌고 갔다. 쥐 대왕이 나무꾼을 보고 깜짝 놀라 포박을 풀게 하니 그 쥐는 옛날 나무꾼에게서 음식을 얻어먹던 쥐였다.
나무꾼이 쥐 대왕에게 그간의 사연을 이야기하니 쥐 대왕은 아무 걱정 말라며 부하들에게 세상천지를 두루 염탐하여 금화살이 있는 곳을 알아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날부터 수천수만 마리 쥐들이 사방 천지를 다니면서 금화살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화살이 고양이 나라 고양이 왕의 베갯머리에 꽂혀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쥐들은 대왕의 지휘로 고양이 나라로 들어가 열심히 쥐구멍을 파기 시작했고 한참 만에 고양이 왕의 방구석에 구멍을 낸 다음 쥐 한 마리가 그리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고양이 왕이 달려들자 쥐는 얼른 구멍 속으로 숨었다. 그렇게 수많은 쥐들이 거듭 얼굴을 내밀고 숨기를 수백 수천 번 하니 고양이 왕은 그만 지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용감한 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가서 고양이 왕의 베갯머리에 꽂힌 금화살을 쏙 뽑아 왔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