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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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0 개 1,603 김준
받을 수가 없었다. B는 계속 받으라 했지만 그래도 나는 받을 수가 없었다. 한 시간반의 수업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개인적인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구의 석유가 다 고갈된 후 막대한 투자손실을 야기할 송유관 설비를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공통적인 우상인 일론 머스크의 지난 활동에 대한 칭송과 앞으로 그가 계획하는 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적 분석이 다 였다. 공부에 대해선 뭐 하나 이야기 한 것 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정해진 시간을 채웠으니 수업료를 받는다는 건 양심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B에게 그 돈으로 맛난거 사먹으라 말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B와의 수업은 그렇게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었다. 간식으로 챙겨주신 과일을 먹다가 그 과일에 함유된 특별한 성분에 대한 이야기로 잠시 주제가 흐르는 듯 하다가는 결국 봇물 터지듯 둘의 이야기 보따리가 풀려 한참 동안 과학수업이 경제, 역사 그리고는 미래산업분야까지 섭렵하는 그야말로 B와 필자의 역량을 총동원한‘지성의 파티’가 되고는 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필자가 농땡이 치기를 좋아하는 한량기질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B가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지성적 사고를 했으며 거기에 더해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당시 오클랜드에서 ‘HOT’한 학생이었다는 이유가 더 컸다. 항상 무언가 더 알고 싶어 했고 그 알아낸 지식을 판단하고 정리하는 이상적인 학습태도를 가지고 있던 B는 AIC를 졸업한 후 본인이 그토록 원했고 또한 주변에서 경제학의 하버드라 칭송하는 Wharton school of Upenn에 합격했으니 대학진학도 성공적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B와 지냈던 즐거웠던 수업시간을 기억할 때마다 언제나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는데 바로 ‘완벽주의’라는 단어다. 

AIC 재학 시 B가 아주 출중한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상 화학 실험보고서에서는 만점을 받지 못했다. IB 코스는 학교 선생님들의 평가가 최종성적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과정이니 B의 노력이 부족 했을리는 없었을텐데도 당시 화학선생님은 꼭 최고점에서 한단계 낮은 점수를 주었고 이 점수는 B의 성적보다는 그의 자존심에는 더 큰 상처를 주고 있었다. 결국 선생님을 원망하며 그의 ‘완벽하지 않은’ 화학 점수를 인정해야 할 때쯤 선생님은 학생들에서 한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원하는 학생에 한해 마지막 한번 더 보고서를 쓸 기회를 준 것이다. 당시 B의 실험보고서 점수는 12점 만점에 11점. 최종성적에 1%의 영향을 미치기도 모자라는 1점을 위해 시험준비 막바지의 그 귀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손해가 될 수 있는 일 이었다. 그런데 B는 그 기회를 잡았고 보고서 점수 1점 향상을 위해서 주말을 포함해 4일가량의 시간을 투자했으며 일반 실험보고서의 네배 분량인 4400 words 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빽빽하게 타이핑하면 A4 사이즈 종이로 8~9 page가 되고 보고서 형식에 맞추어서 적으면 15page 정도가 되는 양인데 IB 코스에서 학생들이 아주 힘들어 하는 Extended essay 의 word수가 4500 words 이고 이 essay를 작성하는데 할당되는 시간이 6개월인 것을 생각하면 B가 4일동안 어떤일을 해 냈는지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실제로 필자가 이 소리를 들었을 때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B는 4400 words 의 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 몇십배 되는 자료를 읽었을 것이다. 

학교의 화학선생님은 이 보고서를 받고는 B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다. 

“지금까지 선생님을 하면서 받아본 중에 최고의 실험보고서였다. 너에게 12점 만점을 주도록 요청하는 것은 물론 이 보고서의 복사본을 한 부 기념으로 가지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들에게 보고서는 이렇게 쓰는 거라고 보여주었으면 한다. 정말 고맙다.”

그 동안 B가 왜 그토록 노력을 하고도 보고서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B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또한 선생님으로부터 최고의 칭송을 받았으며 거기에 더해 스스로가 대학생활을 잘 해 나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세가 삶을 더 피곤하게 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가슴속에 간직한 꿈이 꿈틀대는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그 피곤하고 얻을게 없어 보이는 완벽주의에 빠져봄직도 하다. 지독하게 힘든 그 한번의 경험이 평생 뇌리에 남아 스스로를 못할게 없는 SUPER HUMAN으로 변신하게 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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