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6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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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6 편

0 개 1,355 송영림
신데렐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살다 보면 누구나 재투성이 시절이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조차도 자신을 재투성이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당장 내 여덟, 일곱 살의 조카들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린 아이들도 때로 이별을 하고 상실을 경험하며 재구덩이 속에서 초라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 신데렐라 이야기를 통해 그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다시 용기를 내곤 하는 것이다. 

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면 간혹 나의 남동생을 떠올리곤 한다. 동생에게 군대시절이 삶에 있어 가장 심한 재투성이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생은 스무 살 즈음 군대에 갔고 그 때 아버지를 잃었다. 물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버지의 상실은 너무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가족 모두의 재투성이 시절이기도 했다. 다만 유독 내가 남동생을 떠올리는 이유는 그가 유달리 아버지와 각별했고 군 생활 중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할 수가 없었으며 그 고통과 상실감에 대해 전혀 내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땅히 남들처럼 설레고 기뻐야만 하는 휴가 때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가 계시는 응급실이나 병실로 달려가야만 했고 간혹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청원휴가를 받아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청원휴가 때 아버지는 세상을 등지셨다. 그는 장례식 때조차 눈물을 보이거나 슬픈 표정을 지은 적이 없어 그저 무감각한 상태처럼 보였다. 그렇게 잠시 아버지 장례를 치른 후 다시 복귀를 했고 아마도 그의 성격상 어떠한 감정도 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측대로 군대 시절의 동기들은 남동생이 너무나 한결같아 오히려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주시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한 그를 나는 재구덩이 속에서 애도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 그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상실뿐 아니라 신데렐라의 계모나 언니들에 해당하는 주변인물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 모든 것을 그는 묵묵히 견뎌내며 애도하고 인내하고 성숙해지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당장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역시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아왔다. 나는 아주 어린 유치원 시절부터 내가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나로서는 학교에서나 단체 생활에서 항상 혼자 지내는 적이 많았고 누군가에게 쉽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나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 성격 때문에 단체나 사회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오해를 사거나 무시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우가 나를 더욱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만들었고 스스로 신데렐라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런 생각이 바깥세상의 힘과 현실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는 것이기도 했던 것 같다. 

또한 나 역시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몇 년 간 재구덩이 속에서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증이었던 듯싶다. 나의 고통과 슬픔 때문에 어머니나 동생들의 고통과 슬픔을 미처 깨닫지 못한 시절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서로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지만 각자 마음속으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애도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신데렐라와 같았다. 상실 이후 한동안 슬픔과 고통 때문에 마비되었고 곧이어 바깥세상의 부당한 힘에 묵묵히 인내해야만 했으며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했고 때로 따뜻한 조력자들의 위로를 받으며 마음속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키워 결국은 재구덩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2014년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린 세월호 사고부터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유난히 많은 사건사고들이 줄을 지어 일어난 해이다. 한 해 동안 나를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사고들과 그 대책을 바라보면서 눈물짓고 우울해 하고 답답해하며 가슴을 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때로 뉴스나 인터넷 등을 접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그들과 마음속으로 고통을 나누며 일손을 놓기도 했다. 이러한 때 사회가 바람직한 애도를 통해 고통과 상실의 경험을 서로 보듬고 공감하며 잃어버린 대상을 안심하고 떠나보낼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모두 진정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2014년 한해를 보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애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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