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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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소박한 행복

0 개 1,570 김지향
오늘 아침에 집에 소포 하나가 도착하였습니다. 고급스럽고도 예쁜 병들이 6개나 되었는데, 레몬 오일이 첨가 되어 있는 아보카도 오일이었습니다.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하면서 친구가 보내온 오일입니다. 

그 상자를 따는 즉시 한 개의 병을 꺼내어 뚜껑을 돌려 작은 스푼에 그 오일을 따라 부었습니다. 향긋한 레몬 향기가 코를 간질이기에, 살짝 손에 찍어 혀에 대었습니다. 고소한 아보카도의 맛이 입안을 맴도는데, 신선한 채소와 곁들여서 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얼른 집에 있는 채소들을 손질해서 한 접시 담아 놓고, 그 위에 오일을 살짝 두르고 레몬 향기를 맡으면서 천천히 채소들을 섞어서 먹었습니다. 상큼하고도 고소한 맛이 마음에 든 둘째는 얼른 식빵을 가져 오더군요. 샐러드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싶어서였지요.

요즘 둘째가 갈수록 입맛이 까다로워집니다. 우유와 치즈 요플레 같은 유제품들의 냄새에 민감해지더니 유제품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합니다. 고기 역시 꺼려하는데다 간이 강한 음식 역시 피하기에, 온 가족이 둘째 입맛에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녀가 보내 온 오일은 하늘이 내려 준 선물 같더라고요. 

둘째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 역시 음식에 대한 입맛이 많이 변했다고 하던데, 둘째는 그녀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채식주의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몸이 스스로 자신에게 유리한 음식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건강식으로 식사를 하게 되네요.

둘째의 병인 말단비대증은 관리만 잘하면 큰 무리는 없습니다. 수술로 완전하게 뇌하수체에 있는 종양을 떼어내지 못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성장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으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기에, 아주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재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며, 평생 건강진단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살게 되니, 오히려 더 건강을 더 잘 챙기면서 살 수 있다고, 둘째는 말합니다. 늘 그렇듯 둘째는 나보다 훨씬 의연하며 씩씩하더군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까지, 내가 자식한테 배워야할 것이 참 많군요.

둘째가 방학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도 구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신선한 채소의 냄새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채소 마트에서 일을 하는데, 아주 만족해하면서 일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까지 싱싱한 채소를 직원들의 할인가격으로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아보카도 오일까지 선물로 받았으니, 둘째의 완치가 예견이 되는 군요.

그 언젠가의 꿈은 꼭 이루어지더군요. 내가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된 것도, 우리 집 안에 싱싱한 꽃들이 화병과 수반에 늘 아름답게 꽂혀 있는 것도,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언젠가의 꿈들이었거든요. 욕심 없는 꿈들이었습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순수한 꿈들이었답니다.

50이 되기 전까지의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면 지금 누리고 있는 소박한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서 살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었던 욕심부터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 순간에 즐길 수 있는 행복을 많이 놓치면서 살았었던 거 같습니다.

내 욕심 중 가장 큰 욕심이 자식에 대한 욕심이었을 겁니다. 자식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내 한 몸을 빌려 태어나게 해 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 성에 차는 자식이기를 바랐었던 거 같습니다. 뉴질랜드에 와서 고생하는 것이 무슨 큰 희생이라도 하는 것처럼 굴면서 아이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가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수투성이의 과거에 대한 죄책감은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놓아버릴 것입니다. 그저 오늘 하루의 행복에 충실할 것입니다. 

남편은 토요마켓에 가서 꽃들을 사왔습니다. 둘째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낮과 밤이 바뀐 첫째와 셋째는 늦잠을 잡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새소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산들바람이 여름이 왔음을 알려 주네요. 여름날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소박한 행복 중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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