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그러나 넓은 피아노 콘서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작은 그러나 넓은 피아노 콘서트

0 개 2,761 한일수
538.jpg

영혼이라는 말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 작품에서 다루어진 주제이다. 모든 예술 활동이 그렇듯이 피아노 연주도 작곡가의 작품의도를 깊숙이 파악하고 연주자가 작곡가의 혼을 불어넣어 연주해야 진정한 피아노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똑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이 탄생되는 것이다.

한국에 피아노가 처음 도입된 이래 114년이 흘렀다. 1900년 3월에 미국 북 장로교 사이드보탐(R.H. Sidebotham, 1874-1908) 선교사는 아내 에피를 위해 이삿짐에 피아노를 포함시켰고 부산에서 낙동강을 타고 올라와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대구로 들어왔다.

이 때 짐꾼 20-30명이 3일 걸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선교사의 집으로 옮긴 것이다. 피아노를 처음 본 당시 사람들은 피아노를 ‘귀신 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도입 경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깝게도 그 피아노는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다. 

달성군에서는 한국 최초의 피아노 도입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여 매년 사문진 나루터에서 피아노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금년에는 달성군 개청 100주년을 기념해 100대의 피아노 콘서트를 열었는데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 피아니스트가 참여하여 장관을 연출하였다.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을 통해 달성군을 피아노 도시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악기 중의 왕이라 일컫는 피아노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피아니스트가 아니더라도 교양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 시절 라이스 국무장관이 해외 순방을 하면서 외교활동 외에 피아노 연주 솜씨도 보여주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국무장관에 기용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교양미를 엿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씩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연주를 배워 온지 몇 년이 되었다. 처음엔 키위 시니어 레이디로부터, 다음엔 키위 남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아오다가 금년 초 부터는 마침 집 근처에 피아노 학원이 발견되어 한국인 여선생한테 레슨을 받고 있다. 

학원에서는 전부 개인지도로 가르치고 있지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50명이 넘는 숫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칼리지 상급생까지, 그리고 60이 넘은 시니어 학생까지 넓게 학생층이 분포되어있다. 그런 학생들이 년 말을 맞이하여 배운 솜씨들을 들어내는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이다. 학원 공간이 좁아 한 번에 다 못하고 그룹을 나누어 일주일에 한 팀 씩 4주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발표자는 각각 독주곡 한 곡과 식구들끼리는 연탄곡(連彈曲) 한곡을 연주하도록 프로그램이 편성되었다. 연탄곡은 두 명의 연주자 즉 네 개의 손이 한 대의 피아노로 함께 연주하는 곡으로 그만큼 넓은 음역과 화성이 가능해서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나이 어린 학생들과 같이 발표회를 갖는다는 사실이 쑥스러울 것 같아 처음에는 사양했다. 그러나 같이 배우는 입장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학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기로 하였다. 연탄곡으로는 손자와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고 독주곡으로는 ‘월광곡’ 1악장을 연주하였다. 

젓가락 행진곡은 1887년 당시 16세 소녀였던 알렌(Euphemia Allen)이 륄리(Arthur de Lulli)라는 가명으로 작곡하여 발표했는데 손가락 모양이 꼭 젓가락을 닮았다하여 붙인 명칭이고 원 제목은 ‘Celebrated Chop Waltz’이며 륄리 작곡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탭댄스(Tap dance) 앙상블(Ensemble)이 이루어지면 남녀노소 모두 함께 모여 신나는 한마당도 펼칠 수 있는 유쾌한 곡이다. 

월광곡(Moonlight sonata)은 1801년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14세 연하의 제자였던 연인 쥴리에타 귀차르디(Giulietta Guicciardi)에게 헌정한 곡으로 1악장, 2악장,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자유로운 환상곡 풍으로 아름다운 가락이 낭만성과 정열의 빛을 더해주고 있다. 2악장은 스케르초(Scherzo) 풍의 전원(田園) 무곡(舞曲)으로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맛이 있다. 3악장은 무겁게 떠도는 암흑 속에서 섬광을 일으키는 천둥과 번개처럼 격한 분위기로 전개되기에 아마추어가 연주하기에는 벅찬 곡이다. 

‘한 번 음악을 생산하는 것이 열 번 기도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 후에 악기 하나정도는 배워보려고 시도해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악기로 직접 음악을 생산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서 머리를 회전시키고 손발을 움직이고 작곡가들의 작품 의도를 가슴으로 느끼며 더욱 아름다운 생애를 전개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려 영혼의 교감을 교류할 수 있는 매개로서 음악은 매우 가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서로 모여 함께 뭔가를 창조할 수 있을 때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05 | 3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38 | 3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06 | 3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95 | 3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389 | 3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45 | 3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18 | 3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29 | 4일전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499 | 4일전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38 | 4일전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06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80 | 4일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48 | 4일전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12 | 7일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85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23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29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45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42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48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09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85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48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3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206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