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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개 1,907 박지원
내가 일하는 곳의 사장은, 돈을 아주 잘 버는 사람이다. 지금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를 나와, 이것저것하며 돈을 모은 뒤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직원을 가진 사장이 되었다. 취미는 가지고 있지않고, 일중독자처럼 굳이 나올 필요가 없는 직장에 출근을 해서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한다. 직원들이 일 손을 놓고 대화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며, 본인에게 침묵을 하는 것 또한 참을 수 없어한다. 그렇다고 직원이 사장에게 무엇인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 어차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그것이 사장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기계를 거칠게 쓰거나 물건을 조금 낭비하며 쓰면 “너 이게 얼마인 줄 알어? 하나에 xxx달러야!” 라고 닥달하는 습관이 있다. 그 때문에 그는 돈만 아는 인간미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며, 아무 것도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은 그의 가정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는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가정에서 행복하지만은 않은 탓에 더욱더 밖으로 나오려는 기질이 있는데, 가정 밖으로 나온다고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있지만 외로운 삶이다. 악착같지만 여유가 없는 삶이다. 돈이 많아서 이것저것 살수도 있고, 집을 살까 땅을 살까 고민할 수도 있고, 마당에 월풀을 설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외롭다. 외로운 자들은 적막함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장은 그 방법으로 돈을 택했다.

다른 삶이 있다. 
앤디는 하루에 오로지 네다섯시간만을 일한다. 부인 또한 여섯시간 정도 일한다. 직원들은 앤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는 조금 거칠게 말하고, 비꼬듯 하는 농담을 좋아하며, 주변정리를 잘 하지 않아서 주위사람들에게 피해 아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앤디는 기본시급을 받아가며 나이 오십에 방 하나 거실 하나에 둘이 산다. 집은 매우 좁고, 방의 가구는 하나같이 중고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앤디는 아침 9시에 일이 끝나면 다이빙을 하러 간다. 전복 몇 개를 채취한 뒤 집에 가서 요리를 한다. 그 때에 맞춰서 퇴근한 아내와 함께 전복을 먹은 후 중고침대 위에 누워 영화를 본다. 가끔 기타 연습을 하기도 한다. 

앤디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당이 집의 여섯 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 마당에서 그는 다양한 식용식물들을 재배한다. 고추, 배추, 파, 로즈마리... 매일매일 계란을 낳는 닭도 기른다. 그것으로 아내와 저녁을 해먹고 술을 한 잔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늘 입는 넝마같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그는 가난하다. 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적게 쓰고 적게 버는 것을 택했다. 가정은 행복하고 집은 조금 좁다. 집은 좁고 마음이 조금 여유로운 삶이다. 나이가 많은 그의 경제능력이 확장될 일은 이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앤디는 딱히 욕심부리지 않는다. 주말에는 부인과 캠핑을 가고 기타를 치고 정원을 가꾸는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적막을 극복하는 것을 유쾌하게 포기한 채, 대다수가 보기에는 “정체”인 삶을 택했다. 

두 가지의 삶이 있다. 적막을 극복하려 애쓰는 삶과 적막과 함께 마주가는 삶. 그 외에도 다양한 삶들이 주변에 있다. 모두가 다채로운 삶들이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삶으로 기억되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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