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금연

0 개 2,201 박지원
큰 원이 있는 방 안에서, 남자는 턱을 괸 채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동색 책상을 앞에 둔 채 검은 의자 위에 앉아 멍하니 촛불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경은 마치 19세기말 도쿄의 풍경처럼 낮은 건물들과 적은 차들과 몇 안 되는 가로등 불빛들. 그것은 밀도 낮은 프레임 내부를 연출하듯 그 남자의 앞에 있었다. 촛불 위에로 옅은 아지랑이가 조그만 도시의 한구석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남자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딱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바람같은 것, 공기 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유없이 손가락을 들었다가 손가락 끝의 굳은살을 이빨로 뜯어내었다. 아주 조그만 물렁뼈 같은 하얀 살점을 앞니를 이용해 잘근잘근 씹으며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서랍을 열어 펜을 들어서 무엇인가 적으려다가, 이내 서랍을 다시 열어 펜을 얌전히 넣어놓았다. 그러고 나더니 남자는 손바닥을 펴고 눈을 가렸다. 손바닥에 달린 손가락들을 벌렸다가 오므렸다가 했다. 빛들이 남자의 눈 속으로 들어와 산란하게 벌어졌다가 조명이 꺼지듯이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러다가 손을 내린 후 고개를 뒤로 꺾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옛날 정크스타일로 꾸며놓은 베이지색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만져보면 꺼칠할 것 같은 천장은, 권태처럼 남자의 눈을 희미하게 눌러 내렸다. 손으로 만져보면 꺼칠할 것 같지만 만져보지는 않는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뚝 뗀 채 가공의 하늘처럼 공중에 있다. 자연을 회피하며 자연을 바라보기 위해 만든 껍질 같은 권태의 천장이 남자의 위에 얼마간의 간격을 둔 채 떨어져 있었다.

남자는 천장에서 내려온 사람 같은 표정으로, 약간 벌어진 입으로 다시 정면의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입은 약간 벌어져 있었다. 의미 없는 숨들이 세상에서 남자로, 다시 남자에서 세상으로 가만가만 이동하고 있었다. 숨은 이동하지만 숨이 운반하는 의미는 언어가 수반한다. 남자는 그러니까, 언어 없이 무의미를 수반한 바람 같은 것을 생산하는 기계처럼, 의자 위에 있었다. 무엇인가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지쳐보이지만 사실 지쳐있는 것은 아니고, 한가롭게 보이지만 한가로운 것도 아니었다.

치열해지고 싶지만 그만 나른해지고, 애정을 갖고 싶지만 나태해지고, 증오를 가지자니 자신이 두려워지고, 소유를 하자니 현실이 가볍고, 도피를 하자니 일상이 소소하다. 남자는 그저 그냥 말없이 무엇인가 퍼먹고, 싸고, 무엇인가를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루종일 불안해하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불을 펴고 정자세로 잠이 든다. 삶이 의자 위에 있다. 삶이 지나치게 안락한 의자 위에 있어서, 남자의 태도가 삶을 인식한다기보다는 삶이 남자의 태도를 인식하는 듯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남자가 삶을 쥐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초조한 권태만이 남자의 삶을 조각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창문 너머 밤 풍경의 낮은 밀도와는 다르게, 남자의 방은 점점 침묵이 고여가고 있었다. 조금씩 채워져가는 침묵의 농도에 촛불이 몸을 가늘게 흔들어댔다. 남자는 조금씩, 조금씩 몸을 타고 흐르는 맹렬한 초침소리에 눈꺼풀을 닫아 지구를 한 순간에 까맣게 만들어버렸다.

남자의 뜬금없는 금연이 8일째 되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66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61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352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44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56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89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76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86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16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7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30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9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3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6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2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18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84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4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6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9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5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