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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0 개 1,286 박건호
정보로만 존재하는 행성에 대한 시놉시스를 쓴 적이 있다. 그 곳에서는, 실체는 없고 모두 정보로만 존재한다. 아무 소통도 접촉도 없이 정보들이 둥둥 떠다니는 셈인데, “정보”를 넘어선 “관념”이 생겨나면서 행성이 결국 조금씩 파괴되어간다는 그런 이야기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 권리의 주장은 구글에 자주 쓰는 아이디나 이름 등을 칠 경우 그 사람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볼 수 있음을 삭제해달라는 요구현상을 그 주로 한다. 유럽에서는 이에 대해 “피해자”들이 기업 혹은 해당업체 등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듯 신상털기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하여 조금씩 많은 이들에게 의견들이 번져가고 있다.

아직 이 권리에 대한 개념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되지만, 나는 이것이 행성이 파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문해커가 찾아낼 수 있는 비밀정보는 제외하고, 결국 모두가 볼 수 있는 정보를 올린 것은 본인이며 그것을 지울 수 있는 것도 본인이다. 이제 사람들은 날아다닐 수 없으니 비행기 대신 정보라는 메세지를 공기 중으로 쏘아올린다. 공기 중에 퍼진 메세지의 메세지는 분산되어 어딘가를 거쳐 찌그러지며 왜곡이 된다. 아직까지는 이런 것을 제제할 수 있는 국제기구도, 완벽한 법망도 없다. 찌꺼기 정보들이 아직까지는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엘빈 토플러가 주창한 제 3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셈인데, 이 과정을 많은 이들이 발전이라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그리고 “잊혀질 권리”는 이제 그 과정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발전은, 언제나 멸망 혹은 소멸과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과장하자면, 곧 우리가 걷고 있는 정보의 신세계는 팍스로마나에 이르게 될 것이고 무너져내릴 것이다.

아직은 평화로운 가면무도회장에서, 우리는 얼굴 위에 덧댄 벽 아래서 자유롭다. 가면을 어떻게 꾸미고 안 꾸미고가, 그리고 가면의 투명도가 현재 이 행성의 법이다. 마녀사냥과 여론, 욕구불만의 집단적 움직임들은 개인이 이루어낸 것이 아닌 가면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웃고 있는 가면, 울고 있는 가면들 모두 결국 자신이 꾸미기 나름인데, -다시 말하지만 해커들이 전문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정보를 제하고- 벌써부터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꽃단장에 대한 변명의 리콜이다. 이 리콜에서는 굳이 미디어 카르텔같은 용어까지 논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가면과 올바른 가면 뒤의 모습으로 살았다면, 혹은 올바르고 정말 철저한 가면의 뒤에서 살았다면- 아니면 아예 가면없이 살았다면 딱히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어떠한 것에게 타임머신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간은 당연히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그 과거를 과거와 달리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시한 것은 결국 본인이다.

마녀사냥이 아닌 인간사냥이 때때로 행해지는 이 시점에서 신상털기의 역기능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주목받고 싶거나 주목받는 이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는다. 자신이 실제로 잘못을 했다면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그것이 마녀사냥이라면 그 잘못은 미성숙한 네티즌들에게 있지만 그 책임은 결국 또다시 본인에게 있다. 개개인이 매스컴이 되어버린 가십의 시대에 사실 사실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스스로에게 얼마나 떳떳한가, 인터넷 상의 화려한 겉치레와 내실, 노출과 은폐의 컨트롤 같은 것들이 진실보다 더 중요해져버렸다. 더 보편적인 진실을 논하자면- 자신의 과거는 언제나 그 자신의 미래에 놓여있다는 것. 하여 잊혀질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한다는 것은 조금 무책임해보인다. 결국 스스로가 그 권리를 만들어내야한다.

분명 우리는 새로운 정보의 도구들이 -이를테면 웨어러블 기기들- 등장하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다른 시각의 법률을 제시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잊혀질 권리”가 아니라 “네티즌 윤리”의 기본 의식부터 단단히 법률적 정의를 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어찌되었든 행성은 파괴될 것이다. 영화 <루시>의 마지막 장면처럼, 부정도 긍정도 아닌 정보의 완벽한 파편이 어디에나 흩어질 것이다. 통제는 저항을 불러오고, 인간은 강해질수록 나약해질테니까. 새로운 그 세계와 새로울 나의 세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은 관조적 시선과 사유의 일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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