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I)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I)

0 개 3,425 한일수
인간의 영혼(靈魂)은 모든 참된 문학,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문제이리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오직 인간만이 현재에 살면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른 동물 사회는 시간이라는 4차원 개념이 없다고 본다. 또한 영혼도 인간만이 간직하고 있으며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영혼은 영(靈)과 혼(魂)의 합성어인데 일반적으로 영과 혼으로 분간해서 사용하지 않고 영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형의 실체라고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육신이 죽은 뒤에도 영혼은 영원히 존속된다고 알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영혼을 식물이 가진 생장 혼(Anima vegetative), 동물이 가진 감각 혼(Anima sensibilis), 인간이 가진 지성 혼(Anima rationalis)으로 분류함으로서 영혼에 있어서 영과 혼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짐승에게는 영은 없고 혼만 있다고 하는데 짐승에게는 인간이 가진 지성 혼이 없기 때문이다. 

눈 먼 소녀의 영혼은 얼마나 순수할 까? 세상의 추잡한 것 들을 보지 않으니 그녀의 영혼은 다른 오직 감각기관에 집중되어 더욱 영적인 삶을 살아 가리라 유추해 본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들까지 볼 수 없으니 안타깝다.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을 어떻게 그 모습을 전달해줄 수 있을까? 

눈먼소녀.jpg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 -1896)의 ‘눈 먼 소녀(The blind girl)’라는 작품(1858, 캔버스에 유체)을 감상하면서 어떤 성스러운 감격을 느껴본다. 밀레이는 프리 라파엘 파(Pre- Raphaelite Brotherhood)를 지향하는 영국의 화가로 근대 기술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을 중시하는 사상을 화폭에 담아왔다. 

눈 먼 소녀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손풍금을 연주하면서 떠돌이 생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소나기를 맞게 되고 자매는 들판에 앉아 숄(Shawl)을 펼쳐 뒤집어 쓴 채 비가 멎기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후 비가 그치면서 대지는 한결 싱그러워졌고 하늘에는 신(神)이 선물로 내린 찬란한 쌍무지개가 떠있다. 동생은 무지개를 보는 순간 탄성을 지르지만 눈 먼 소녀는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마음의 눈으로 볼 뿐이다. 

동생은 눈 먼 언니에게 말한다. “무지개는 하늘에 뜨는 기막히게 예쁜 다리야. 사람들이 그러는데, 저 다리 너머에 천사들이 살고 있대. 아, 나도 언니랑 무지개다리 타고 건너가 천사들을 만나고 싶다. 오늘은 특히 전에 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진 쌍무지개야, 저렇게 큰 무지개를 보는 사람에게 큰 행운이 생긴다고 하던데…….

동생은 빛깔을 볼 수 없는 언니를 위해 최대한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희망과 모험을 담아 무지개를 들려주고 있다. 언니는 비록 지금은 세상의 가장 낮은 자로 초라하지만 미래는 결코 그렇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한 감각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다른 감각의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눈 먼 소녀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의 영혼을 음미해볼 수 있다. 그녀는 얼굴을 치켜든 채 코끝으로 비가 내린 후의 대지에서 풍기는 쌉쌀한 흙냄새를 맡고 있다. 소낙비가 선물한 꽃의 향기, 땅의 냄새, 공기의 냄새, 들풀의 냄새를 마음껏 흡입하고 있다. 화가는 비 개인후의 신선한 공기처럼 소녀의 영혼이 맑고 순수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듯하다. 신은 시력을 잃은 소녀의 절망을 보상해주려는 듯 눈보다 밝은 예민한 후각(嗅覺)과 청각(聽覺), 그리고 촉각(觸覺)을 선물로 내려주었을 게다.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의 소설 ‘전원 교향곡’에는 한 목사가 눈 먼 소녀를 집으로 대려와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소녀로 인해 가족간의 갈등이 야기되어 간다. 개안 수술로 소녀는 앞을 보게 되었으나 오히려 소녀가 보게 된 현실은 고되고 힘든 일 뿐이었다. 소녀를 사이에 두고 목사와 아들, 그리고 부인 간에 일어나는 불신과 분노와 질투 등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그림이 보이는 그림보다 더 아름답고, 들리지 않는 음악이 들리는 음악보다 더 아름답다’ 라는 말이 있다. 시각과 청각을 잃은 채 평생을 살면서도 인류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쌓아 간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손에 흘러넘치는 시원한 뭣인가가 ‘물’이라는 것을 알고 그 물이라는 단어는 자기의 영혼을 일깨웠으며 빛과 희망과 기쁨을 주었고 자유를 알게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으며 그것들은 오직 마음속에 느껴질 뿐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마음의 눈이 멀고 양심의 눈이 멀어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댓글 0 | 조회 7,095 | 2015.06.09
“어느 남자가 하느님한테 가서 하소연… 더보기

주례 없는 주례사

댓글 0 | 조회 6,067 | 2015.12.23
결혼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더보기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댓글 0 | 조회 5,976 | 2015.07.15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 더보기

백두산 천지

댓글 0 | 조회 5,885 | 2015.01.29
한국인이 백두산 천지(白頭山 天池)에… 더보기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

댓글 0 | 조회 5,578 | 2014.09.09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을 요새 … 더보기

중국인들이 몰려온다

댓글 0 | 조회 5,288 | 2016.02.24
우리가 흔히 중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 더보기

모자이크 사회

댓글 0 | 조회 5,281 | 2015.11.26
현대사회는 모자이크(Mosaic)와 … 더보기

정원 딸린 주택에 사는 팔자 (I)

댓글 0 | 조회 4,967 | 2016.03.23
조물주는 세상에 똑 같은 모습이나 개… 더보기

오클랜드 부동산 사들이기

댓글 0 | 조회 4,922 | 2016.04.29
금년 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더보기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Ⅱ)

댓글 0 | 조회 4,893 | 2014.08.12
어느 눈 먼 소녀의 영혼을 송두리째 … 더보기

일곱 베일의 춤

댓글 0 | 조회 4,503 | 2016.03.10
‘모든 괴짜가 다 천재(天才)인 것은… 더보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

댓글 0 | 조회 4,342 | 2017.03.08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가지고 재물 때… 더보기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댓글 0 | 조회 4,032 | 2015.05.26
뉴질랜드로의 한국인 이민 물결이 한창… 더보기

민들레의 영토

댓글 0 | 조회 3,803 | 2014.06.24
“골프장 관리인과 잔디를 꼼꼼하게 관…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한인총회가 처음 열리던 날

댓글 0 | 조회 3,769 | 2014.09.23
일제 강점기의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더보기

동물 농장에서 무슨 일이?

댓글 0 | 조회 3,610 | 2016.06.23
오클랜드 전원일기 (4)“장원(莊園)… 더보기

태평양 문명 시대의 오세아니아

댓글 0 | 조회 3,479 | 2014.08.26
1900년대 초 미국 국무장관이던 헤… 더보기
Now

현재 어느 눈 먼 소녀를 위한 소나타 (I)

댓글 0 | 조회 3,426 | 2014.07.22
인간의 영혼(靈魂)은 모든 참된 문학… 더보기

풍수 -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댓글 0 | 조회 3,341 | 2015.10.14
부동산 광고를 보거나 부동산 옥셔니어… 더보기

빗물 받아먹는 선진국

댓글 0 | 조회 3,324 | 2016.07.13
오클랜드 전원일기 (5)고대 로마 시… 더보기

오클랜드 쓰나미

댓글 0 | 조회 3,256 | 2016.09.14
21세기에 접어들어 인류 역사상 가장… 더보기

유기농 식품에 눈을 뜨다

댓글 0 | 조회 3,253 | 2016.07.28
오클랜드 전원일기 (6)먼저 살던 키… 더보기

엄마야 누나야 해변 살자

댓글 0 | 조회 3,126 | 2014.07.08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 더보기

돈이 되는 내 집 찾기 (I)

댓글 0 | 조회 3,092 | 2015.09.09
‘씨 뷰 (Sea view)는 존재하… 더보기

아, 스코틀랜드!

댓글 0 | 조회 3,019 | 2014.10.14
아는 만큼 즐겁고 행복하다. 모르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