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촬영하고 보고 또 이해하는데 빛과 색의 물리적 성질이나 우리 눈의 생리적 원리를 알 필요는 굳이 없다. 허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때때로 느끼듯이 무엇인가를 더 알아서 손해 볼 일은 없거니와 사진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이 이들에 빗대어 개발되었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과 관련된 어려운 과학적 원리와 전문 용어들을 머릿속에 고이 간직 할 필요는 없고 어렴풋한 이해만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우리의 시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고 나면 아마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뭇 달라 보이고,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질문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빛이란 무엇인가?
고전역학에서 보는 빛은 전자기파, 즉 파동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보는 빛은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띈다. 더 나아가서 모든 물질은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파동으로서의 빛만 신경 쓰면 된다.
일반적으로 빛이라 하면 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끼는 빛인 가시광선을 떠올린다. 가시광선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빛을 뜻하며 이는 약 400nm에서 700nm사이의 파장을 가지는 전자기파를 지칭한다. 이는 좁은 의미에서의 빛을 뜻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파를 지칭한다. 가시광선 외에 다른 전자기파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외선, 적외선 그리고 엑스선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빛의 개념 아래서는 전자레인지도 빛으로 음식을 데운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전자기파와 그 안에서 어느 부분을 가시광선이 차지하고 있는지는 위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파를 통칭 빛이라고 하겠다.
우리 눈은 가시광선만 감지할 수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 밖 영역의 빛을 우리 눈으로 감지할 수 없으니 당연히 우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힘을 빌리면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과학의 힘을 빌리면 우리는 볼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다.
엑스선은 자외선보다 더 짧은 파장을 가진 빛이다. 물론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을 이용하면 우리는 엑스선을 볼 수 있다. 흔히 뼈가 다치면 촬영하게 되는 엑스선 사진은 사진의 한 종류이며 우리의 눈에 감지되지 않는 엑스선을 이용하여 촬영한다. 엑스선에 민감한 물질로 만들어진 엑스선 필름의 처리가 완료되면 눈으로 보지 못한 엑스선이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물론 어폐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딱히 또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엑스선의 예를 일반 사진에 대입시켜보자. 일반 사진은 가시광선에 민감한 물질로 만들어진 필름을 사용하며 현상 그리고 인화가 완료된 사진은 가시광선 파장 내의 색을 재현하고 있으니 사진은 곧 가시광선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다음 칼럼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