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와인, 커피(Qahwa)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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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와인, 커피(Qahwa)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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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음악다방에서 신청 곡과 사연이 적힌 쪽지를 들이밀고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신청한 곡이 나오길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인스턴트 커피와 프림, 설탕의 황금비율 2대2대3의 다방커피에 지쳐가던 어느 날, 뺨과 어깨를 스치는 바람이 차가워 옷깃을 세우고 싶을 때 노곤한 몸과 영혼을 녹일 제대로 된 한 잔의 커피를 그리워해 본적이 있는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어부는 커피한잔을 하루의 유일한 식량으로 묵묵히 노년을 살아내고 나폴레옹은 빚진 많은 돈 대신 커피를 요구했으며 18세기의 철학자 한 사람은 오죽했으면 ‘인간의 정신력은 그가 마시는 커피의 양과 비례한다’고 까지 했을까.

전 인류의 3분의 1이 커피를 마시는 시대라고 할 만큼 커피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남미에서 커피가 유래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커피의 고향은 아랍이다. 잠을 깨게 하는 커피와 잠을 불러 오는 와인. 알코올이 늘 감상적인 슬픔을 촉진하는 데 비해 한 모금의 카페인은 눈물의 분비를 억제한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카페인이 도달하면 곧장 기력을 되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을 묵상하게 만드는 커피는 ‘사색가의 우유’로 불렸다. 서로 반대기능을 가진 커피와 와인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서 각기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을 상징하며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던 문화다. 

와인이 유대 기독교의 유럽문화에 기반을 둔 음료라면 커피는 이슬람 세계의 특징적 음료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 어디에서나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아랍이 정복한 곳에서는 예외 없이 커피가 발견된다. 그런 태생적 이유로 이성과 절제를 추구하는 이슬람의 풍토에서 인간을 인사불성으로 만드는 와인은 적대시되었고 반대로 기독교는 이교도에 대한 반감으로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이슬람의 호전성과 종교의 강압적인 전파를 비난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졸음의 고통을 이기려 애쓸 때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 준 음료가 커피였고 반면에 포도나무는 성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식물이자 조물주가 인간에게 약속한 선물의 상징이었다. 예수가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라고 말했듯이 와인은 거룩한 희생의 상징이기도 했다. 와인을 즐기는 유럽인들이 정직하고 정열적인 반면 커피를 즐기는 이슬람인들은 침착하고 냉철하며 사색적이다. 이렇듯이 커피와 와인은 극명하게 다른 두 문화를 대변하는 음료였지만 인간의 역사가 흐르면서 유럽문명과 아랍문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근대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커피는 이디오피아의 카파(Caffa)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힘’을 뜻한다. 카파가 아라비아에 와서는 카와(Qahwa, 와인이란 뜻의 아랍어)가 되고 터키에 건너와서는 카베, 유럽에 건너가 카페(Cafe)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가 아라비아에서는 ‘와인’으로 불려졌다는 것인데 아마도 와인처럼 깊은 맛과 향기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 잔의 커피와 와인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풍요롭게 한다. 불화와 갈등을 해소시키는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듯한 커피와 향기로운 와인의 자리에 진실한 사랑이 더해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프랑스 작가이자 미식가였던 탈레랑이 노래한 커피예찬은 가히 매력적이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향기로운 커피에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우유. 와인과 우유는 현대에 와서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식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늦가을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사랑의 우유는 무엇일까? 추워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당신의 곁에 있는 이에게 고백하라.

‘아이 러브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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