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 쉬었다 가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목욕 - 쉬었다 가기

0 개 2,148 한얼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주, 기왕이면 매일매일 하고 싶은 것 중에 목욕이 있다. Take bath, 그러니까 단순히 몸을 씻는 샤워가 아닌 ‘목욕’이다. 말 그대로 욕조에 몸을 푹 담그는 것. 매일 밤 퇴근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미리 받아 놓은 뜨거운 물 속에 풍덩 들어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야말로 사치 중의 사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꽤 먼 거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출퇴근길이 길어진다. 출근이나 퇴근이나 내게 있어선 일의 연장선과 다름 없다.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좌우로 씽씽 달리는 차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종종 신호조차 주지 않고 불쑥불쑥 끼어들어오는 추월 차량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몸도 정신도 지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차를 주차하고 아파트까지 걸어오면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축 늘어져 파김치가 된다. 그럴 때, 미리 욕조에 뜨거운 물이 한껏 받아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못해 내가 직접 가서 수도꼭지를 틀어 온수를 콸콸 쏟아 붓는 것도 좋을 텐데. 물이 차는 동안 화장을 지우고 핸드백의 내용물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으며 잔뜩 기대에 부푼다. 이제 곧 부유하는 세계 속에서 - 비록 머리 아래만이지만 - 쉴 수 있어, 라고.

목욕탕에 가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단연코 온탕에 들어가 말 그대로 ‘쳐지는’ 것이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가 된 듯한 기분 좋음으로. 적당한 온도,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따스함이 내 몸을 감싸는 순간 떠안고 있던 모든 근심걱정이 별 것 아닌 수증기처럼 느껴진다. 아, 거 봐. 천국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니깐. 그렇게 생각하며.

고백하자면 어렸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제일 싫어한 것은 온탕이었다. 지금이야 뜨거운 물의‘시원함’을 알게 되었으니 문제는 없다지만, 어렸을 땐 손만 담그고서도 뜨겁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덕분에 딸을 씻기려던 엄마는 목욕탕에 와서까지 실랑이를 해야 했다. 다행히 눈치(?)는 있는 아이였기에 큰 소리를 지르거나 해서 엄마를 곤란하게 하진 않았지만, 목욕이 끝난 후에 적당한 뇌물을 - 예를 들자면 바나나 우유라던가 - 쥐어주지 않으면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곤 했다.

물론 지금도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고역스럽다. 일본엔 뜨거운 것을 못 먹는 고양이 혀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 표현을 내게 적용하자면 고양이 피부(?)라는 어구가 적당하지 싶다. 정말이지 온도에 지나치게 예민해서, 조금만 추워도 금세 손발의 핏줄이며 피부가 희다 못해 거의 푸르스름하게 곤두선다. 뜨거운 것도 마찬가지다. 마치 갓 뜨거운 물에 데친 연어처럼 적당히 익어버려선 새빨개진다. 어린 아이들이면 그렇게 불그스름해도 귀엽기나 하지, 다 큰 처자가 전신이 발개져봤자 웃기기만 하고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다.

게다가 큰맘 먹고 뜨거운 물에 첨벙 다이빙을 해도 순식간에 뛰쳐나와 방방 뛰어다니고 마는걸. 발끝부터 조심스레 넣으며 적응을 하는 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해 봤자 1분짜리 고문을 10분에 걸쳐 천천히 받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너무 뜨거운 물은 힘들다.

어떤 목욕탕의 온탕들엔 무슨 차가 들어간 티 배스(tea bath)라던가, 쑥탕이니 인삼탕이니 하며 특이한 탕들이 있는데 그것도 맘에 든다. 딱히 그렇게 강조된 것처럼 몸에 좋을 것 같아서라기보단, 어째 정말 식재료가 된 듯한 느낌이 재미 있어서랄까. 마치 삼계탕의 닭처럼.

하지만 아빠가 보스인 우리 집은 ‘물낭비’라는 명목 하에 정작 욕조 사용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집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게 제일 한스럽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2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89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99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95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94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20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7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23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30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9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54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3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11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9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5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8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6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36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10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7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72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43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36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5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93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