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경 퀸스트리트에서 Roast busters, 잘못된 성폭력문화, 성폭력 희생자를 비난하는 분위기, 그리고 경찰의 대응하는 자세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동참한 이번 시위와 사태를 보면서 뉴질랜드도 서구사회이고 대한민국보다는 자유한 문화 안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사회에서나 일어날 만한 일들이 이곳에서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으며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Roast busters들에 대해서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요즘 사건들에서 보여지는 행태로 해석한다면, 보통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의 청소년들이 그룹을 만들어서, 술에 취한 미성년인 소녀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고 그것을 사진이나 레코딩해서 자신의 Facebook에 올리며 자신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자들이 원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알리고 더 무서운 것은 많은 틴에이지 또래들로부터 like를 받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여학생들 조차도 희생자인 여학생들을 비난하고 욕하는데 이는 니가 행실을 잘못하고 다니니 이런 일이 벌어 진거라며 오히려 희생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이로 인해 희생자들은 더 더욱 침묵하며 사건을 덮는 경우들이 많다.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른 희생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여학생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들은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야한 옷차림을 했다거나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다니다가 일을 당한 희생자들을 당할 만한 짓을 하고 다녔다고 하면서 비난하기 때문에 수치스러워 일을 당하고도 혼자서만 괴로워하게 만드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동 서양을 불문하고 이러한 수치스러운 공격에 희생당한 여성들의 마음은 같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비슷한 듯 하다. 게다가 현지 경찰들도 벌써 2년 전 한 희생자가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불충분하여 기소하지 못하며 마무리를 하고 또 희생자의 옷차림에 대해 질문하는 등 희생자들을 더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비난 받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Roast busters가 여성들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해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못한 상황을 두고 스스로 원했다고 자신하고 또 싫다고 말하는 경우도 사실은 그런 관계를 원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자들이 한결같이 생각하는 것인데 얼마나 기가 막힌 착각인 것인지.... 그로 인해 일어난 일들을 두고 이번 집회를 통해 그런 잘못된 착각들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Roast busters은 뉴질랜드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이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인데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희생자들을 더 희생자로 만들면서 그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내가 겪은 상처를 나 혼자 이겨내고 지나가도록 놔두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타인에 의해 나의 상처가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드러나고 기록되어지는 것이다. 정말이지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SNS를 잘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진지하게 나누고 배우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리고 뉴질랜드에 산다 해서 자녀들의 sleep-over나 볼 파티 등 여러 가지 문화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는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