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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0 개 2,528 오소영
2012년. 첫날 새 아침.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happy new year_” 언제나처럼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합장을 하는 자세의 ‘캔’ 노인. 스님이 하는 모습을 어디서 본 모양일까? 바르게 가르쳐 주고 싶지만 그냥 재미도 있고 싫지가 않아서 짖궂게 킥킥 웃음을 흘리며 돌아서 버리는게 내 버릇이다. 어쨌든 내가 먼저 하려던 수순을 빼앗긴 어색함을 달래며 “해피 뉴 이어_” 나도 모르게 그만 목소리가 커져 버렸다.

자기의 손길로 다듬어진 내 뜨락의 꽃들을 흡족한 눈길로 어루만지듯 바라보는 부지런한 이웃. 정성만큼 정갈하고 귀엽게 피어나 축제라도 벌린듯 살랑거린다. 흙과 친해 본 적 없는 어설픈 내 작업을 늘 안쓰럽게 보고 도와주려 애쓰는 그에게. 언제부터인가 아예 내줘 버리고 그가 심어가꾼 꽃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즐기는 동·서양 의기투합이 잘되는 동업자(?) 같은 친구다. 그냥 즐기기만 하는 나보다 더 열심인 것을 보면서 자식을 낳아 키우는 어버이같은 마음이고 보람이 바로 저런 것이려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시스터 굿?” 서울에 계신 언니의 안부를 가끔씩 물어오곤 했는데 더구나 오늘은 새 해 첫날이니 그가 그냥 넘어갈리 만무하다. 언니 다녀가신지가 벌써 몇년인데 아직도 잊지않고 챙기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인자함이 동기간처럼 푸근하다. 제대로 칠줄도 모르는 만년 초보 골퍼에게 나보다 더 간절하게 ‘홀인원’을 외쳐대는 그 사람. 언제나 싱거운 웃음으로 돌아서게 하지만 힘내서 잘 하라는 격려의 말로 알고 있기에 그 또한 고마울 뿐이다. 매일 밖으로만 돌아 쳐도 경우없이 쉽게 사는 사람으로 깔보지 않는 것은. 그에 걸맞는 마음 보상이라도 하려고 나름 신경 쓴다는 것을 그가 이심전심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Happy new year” 여느날과 같이 뿔 뽑아 담은 바케츠를 들고 불쑥 나타난 검은 얼굴의 ‘릴리앙’. 키다리 접시꽃들이 줄줄이 창문을 올라가 지붕 높이까지 올라간 것을 바라보며 “good”이라고 말 해 주니 “히히히”가 대답이다. 휘청거려 금방 꺾일 것만 같아 아슬아슬한데 어찌 관리를 하는지 심한 바람에도 끄떡이 없다. 조용 조용히 다니며 만들어 낸 그의 꽃밭에는 언제나 소담스러운 꽃들로 화려하다. 다알리아. 모란꽃. 해바라기 등. 보기 보다는 스케일이 큰 여자인가. 일년에 몇번씩 갈아 치우는 작은 꽃들과 친한 ‘캔’ 노인과는 성향이 많이 달라 언제나 풍성하다.

그녀의 일과는 마치 풀 뽑는 일이 전부인 것 같은데 가끔씩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 할 때가 있다. 늘상 칙칙한 옷만 걸치다가 검고 숱 많은 머리를 길게 내리고 하얀 정장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마치 검은 진주를 흰 천으로 감싼듯 독특한 화려함이 있어 놀랜다. 클럽에 춤추러 가는 것이라고 자랑도 서슴지 않는 그녀. 같이 가 보자고 달콤하게 유혹하는 눈웃음이 별스럽게 야하다. 사교춤이라도 배워뒀더라면 따라나서 볼 것을...

우리들 세 사람이 모이면 마치 인종 전시장에서 ‘국제 친선 모임’이라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피부에 코쟁이 영국사람 ‘캔’. 새까만 얼굴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퍼시픽 아일랜더 ‘릴리앙’. 그리고 황인종의 납작한 얼굴의 ‘코리안’인 나. 서로가 부족한 언어 때문에 소통이 힘들지만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써 정을 나누는 우리들. 여기 울안에서는 내가 바로 내 조국 ‘한국’ 그 자체이기에 그들에게 책 잡히는 일이 없도록 많이 노력하며 사는게 사실이다. 그들도 그래서일까? 자기 관리에 모두가 충실하고 열심히들 살아 가는 것이... 작년에 세상 떠난 ‘엘리자벳’이 살던 집엔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하는. 이름도 어려운 ‘마오리’ 남자가 이사왔다. 그가 이 땅에 진짜 주인이라서일까. 거침없이 터잡아 일군 밭에 어느새 푸성귀가 너울너울하다.

내가 처음 이사와서 짐을 풀 때. 도와 주겠다고 찾아 왔었던 ‘릴리앙’. 그 때 나는 여기에서 오래 살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싹텄다. 나이를 물으며 관심을 보여주던 캔 노인의 반가운 표정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십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이웃이며 각자 자기 나라의 자존심을 잘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좁은 아파트 복도에서 만나던 우리네 이웃과는 많이 달라서 언어의 벽이 있어도 정이 넘쳐 푸근하다는걸 수시로 깨달으며 그들을 배우고자 애쓴다. 올 해도 어김없이 잘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반갑다.

우리끼리 쉽게 말 하는 말들이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남의 가슴을 헤집어 놓기도 하기에 헤픈 말로 누구를 상처주기 보다는 차라리 부족함 속에서 조금 답답하게 지내는게 위로가 된다. 지나친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듯이...

이 세상 누구에게도 뜨거운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게하여 주소서.

십년 전. (2002년) 생활정보 (코리아 포스트 전 제호)지에 기고했던 ‘기도’란 제목의 한 구절을 묵은 책 속에서 발견했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세월. 과연 비슷하게나마 그리 살았는지   궁굼하다. 앞으로도 그 기도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 봄꽃같이 화려한 향기는 잃었지만 비바람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아 결실을 맺은. 은은한 잔향으로 살게 하소서.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전쟁과 재앙없는 평화를 주소서. 큰 세상을 향하여 다시한번 목소리를 가다듬어 “happy new year”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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