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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별

1 3,358 NZ코리아포스트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모임에서 쓸쓸함을 달래고 훗훗한 마음으로 돌아오니 뜻밖에도 부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한바탕 몰아 친 태풍 후의 고요함이랄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것 같은 조용함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목속으로 차 올랐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주저앉을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내가 왜? 어제까지 건강한 모습이던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니 여린 내 감정으론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늘 단정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던 ‘엘리자벳’ 할머니. 귀가 좀 어두웠던가 목소리가 유난히 크고 활기차서 나이가 그리 많은지도 몰랐다. 외출 할 때마다 그 집 문앞을 지나야 하는 내게 한결같이 “굿모닝”을 먼저 보내오는 친절한 분. 날씨가 좋은날은 하늘을 가리키며 “써니데이 굿데이”를 연거푸 외쳐대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할머니. 그런 날엔 커텐을 걷어 올리고 창가에 앉아 온종일 책을 읽는다. 자주 들르는 이동 도서관 차가 오는 것도 아마 그 분을 위해서인 것 같다. 책을 한 보따리씩 들고 오는 것을 보며 그가 얼마나 멋쟁이 지성인인지 알게 되었고 책 읽는 모습 또한 돋보기도 안 쓰고 꼿꼿해 젊은이 같았다.

가끔씩 ‘호주’에 사는 딸이 와서 함께 할 때면 “딸이 운전을 해 주니 너무 좋다”고 자랑을 한다. 마치 친구인양 늙은 딸을 보면서 할머니 나이가 꽤 많은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곤했다.

어쩌다 쇼핑을 해 오는 것 말고는 거의가 집에만 있으니. 한국에서 소포가 올 때는 꼭 할머니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바쁘게 서랍을 뒤져 꺼내 보이는게 있는데 그것은 조가비같이 귀여운 ‘오색 누비 동전지갑’이다. 짓꿎은 눈웃음으로 팔랑팔랑 흔들어 대면서 만족 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기뻤다. 그것은 한국 갔을 때 ‘인사동’을 달려가서 찾아낸 내 선물임이기에...

할머니가 즐기는게 독서외에 스포츠 중계와 경마가 있다. 혼자 흥분해서 소리치고 박수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는 것을 늘 들으면서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 해 왔는데 아마도 이번 ‘럭비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킨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이던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거실 창틈으로 흘러나오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우는듯 흐느끼는 듯.... 깜짝놀라 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들으니 그것은 아주 잔잔한 멜로디였다. 항상 씩씩해 보이는 그도 때로는 외롭고 적적해서 견딜 수가 없었나보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슬프고 절절한 음률에 듣는 사람 마음까지도 흔들어 놓는다. 정적과 벗을 해서 살아가는 인생. 허허로운 빈 가슴을 아무도 채워주지 않는 늙음. 그 어느 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알 수 없는 여백으로 남은 날들. 내면에 쌓였던 것들이 분출되어 멜로디로 흘러나온 것이리라. 이웃의 공감대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던 그 때가 문득 떠 올랐다. 이제 그는 불안했던 여백에서 놓여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훌훌히...

늘상 춥다고 웅크리던 할머니의 뜨락에 봄이 성큼 다가 온 것일까? 찬란한 양지가 마냥 따갑다. 그 양지녁에 주인잃은 팬지꽃이 오늘따라 화사하게 방긋거린다. 맥없이 떠난 사람을 비웃는 듯 팔팔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 같아 조금은 얄밉다. 겨울 지난 묵은 장미에도 어린 새순이 곱게 바람에 팔랑거린다. ‘엘리자벳’ 할머니가 공드려 매만지던 장미가 아니던가.

늘 그 자리에 서 있던 것이지만 현관에 긴 빗자루가 장승처럼 빈 집을 지키고 있는 것만 같아 안쓰럽다. “오늘 날씨 좋은데 골프 안 가느냐”고 채근하던 그 분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만 같아 깜짝 놀래 두리번거리지만 여름이면 넓은 챙모자를 쓰고 나와앉던 야외 테이블이 을씨년스럽게 반길뿐이다.

빵을 뜯어 새들을 주면서 그들과 교감하던 할머니. 오늘도 그 새들은 여전히 마당에서 먹이를 달라고 재재대는데...

90평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이슬처럼 스러져 간 그 분이야말로 진정 복받은 노인이다. 부러움을 남기고 떠난 그 분에게 아름다운 고별을 하는 우리들.

부디 고이 잠드소서.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nigma
어느 수 의사님이  변비걸린 코끼리에게  설사 약을  주었습니다.

 갑자기 똥이 쏟아져서  그 수의사님은  똥에 깔려서  사망 했습니다.

 운명대로 살다가 갑시다.

 구름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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