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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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골 이면수와 막걸리(makgeolli)

0 개 2,220 피터 황

일주일은 누구에게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이지만 우리에겐 비가 오는 날을 뜻하는 비(雨)요일을 합쳐 모두 8일이었다. 비 요일은 언제나 다른 요일에 비해 우선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종로서적 앞에서 시작되는 피맛골 민주(民酒)당 모임은 야구연습장, 이면수 구이, 전자오락실을 거쳐 을지로 골뱅이와 말린 통 북어, 그리고 명동골목의 해장라면이 순서였다. 누구나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오면 그만이었다. 비 오는 날이라는 것과 장소의 순서만 정했을 뿐 모이는 시간도 떠나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피마(避馬)골은 조선시대에 서민들이 고관대작들에게 인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들이 탄 말(馬)을 피해 다닌 골목이라 해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삐걱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자마자 짜디 짠 묵은 지와 이면수구이를 던지듯이 꺼내놓는 할머니의 막걸리 맛은 종로에서 최고였다. 젓가락으로 잡아 끌면 길게 늘어지는 뜨거운 해물파전에 입천장이 벗겨져도 허름한 골목이 주는 정겨움에 그곳을 다시 찾곤 하던 우리는, 똑바로 살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가를 토로하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를 부르며 서로 위로 받고 다시 힘을 내곤 했었다. 

소주는 투명한데 비해서 막걸리는 탁해서 속을 알 수 없고 낮은 도수와는 달리 빨리취한다해서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잘못된 오해를 뒤로 하고 막걸리는 현재 변신을 거듭하며 팔색조의 모습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유래된 막걸리는 맑지 않고 탁하기 때문에 탁주, 농부들이 애용해왔으므로 농주라고도 한다. 그 밖에 텁텁한 맛과 고급주는 아니라는 뜻에서 박주, 술지게미를 거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 있다는 의미의 동동주, 보통 큰 잔에 따라 먹는다고 해서 대포, 왕대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처럼 막걸리는 소탈하고 정겨운 정서가 느껴질뿐만아니라 서민들의 새참이자 하루의 시름을 덜어주던 친구였다. 
 
술이란, 문화로서 국가경쟁력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런 점에서 코리아 와인, 막걸리의 역할이 작지 않다. 한국의 전통막걸리는 세계화에 손색이 없는 맛과 영양, 역사성,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 주류와는 달리 많은 단백질과 당질이 들어있고 유산균, 비타민, 식이섬유 등 영양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지방분해에 좋은 트립토판과 항암물질인 파네졸을 함유하고 있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웰빙 술이다. 
 
막걸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먼저, 발효되고 남은 당분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다. 다음은 아미노산이나 식이섬유에 의해서 느낄 수 있는 텁텁함,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의한 톡 쏘는 맛이다. 마지막은 새콤함이다. 새콤한 맛은 초산균이나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와 같이 막걸리는 와인처럼 발효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막걸리를 만드는 재료에 따라 맛의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 담기던 막걸리가 이젠, 캔이나 예쁜 병에 담기고 시큼하고 텁텁한 맛은 과일과 곡류의 향으로 깔끔하게 변모하게 된 것이다. 

팍팍한 세월을 살다가 돌아가고 싶은 그 자리에, 비(雨)요일을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대하고 찾아간 피맛골은 이미 과거의 흔적과 장소성을 상실한 채 영혼 없는 콘크리트 빌딩 안에 자리잡았지만, 이런 변화 또한 도시화의 필연적인 행보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새로운 생활방식이 만들어진 21세기에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작정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추억의 술까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막걸리로서도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탈바꿈을 시도했다면 그 시절 피맛골의 청일집, 청진옥의 막걸리가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 코리아 와인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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