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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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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없이 바뀌고 반복되는 세월속에서. 내 인생에 십일월만큼 특별한 달은 또다시 없는 것 같다.

눈부시게 흰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하게 웃던 십일월 어느날의 화사한 신부. 정확히 반세기 저쪽의 옛 일이다. 바람 살랑거리고 떨어져 흣날리는 마른 낙엽조차 우리를 축복 해 주는 것 같아 멋졌다. 세상이 마치 우리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모두가 내 것같아 기뻤고 창공을 나르는 새 처럼 가볍게 날개가 달린 기분이기도 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만은 살아남을 것 같은 자신감. 결혼은 그렇게 들뜨면서 하는게 당연하리라. 기댈수 있는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에 무한한 축복을 받으면서...

하얀 눈이 펄펄내려 흰 세상을 만들때면 어김없이 그 때의 웨딩드레스 생각이 떠 오르곤해서 즐거웠다. 여기 이민와서 살면서 그 추억을 잃게 되어 아쉬운 것은. 계절의 꽃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눈세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가도 그 추억은 지울수 없는 깊은 각인으로 영원하기에....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것을. 슬픔 또한 그 십일월에 찾아왔다. 내 등받이이던 반쪽을 영원히 떠나보내고 비탄에 젖어 눈물짓던 시절. 바람에 구르는 낙엽도 슬펐다. 나락으로 한없이 추락하던 오십 안짝 여인의 비통함을 그 쓸쓸한 낙엽을 밟으며 눈물속에서 달랬고 가엾은 여인이 혼자우는 밤에 귀뚜라미가 같이 울며 벗을 해 주었다. 그가 쓰던 앉은뱅이 너른 책상위가 너무 허전해 실물크기의 종이학을 앉혀놓고 슬픔과 외로움을 달랬던 외기러기 시절. 창틈으로 기어드는 바람이 몹씨도 차거워 싫었다,

내가 처음으로 엄마가 되던 때도 십일월이었다. 허약한 체질에 난산의 고통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귀한 딸도 얻고 나도 살아나 감사했다.

가장을 잃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댈 때. 그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다시금 삶을 추스려야 했고, 또다른 희망의 가치를 일깨워 말동무가 되어준 아이. 지금은 그 딸 덕에 이렇게 좋은곳에 와서 행복한 노후를 맞고 있으니 출산 때 죽음 직전까지 갔었던 고통은 바로 오늘을 있게 하기 위한 밑거름이었을까? 행복은 언제나 고통이란 비싼 댓가를 치루어 내야만 오는 것 인가보다.

2010년 십일월. 나는 지금 너무나 바쁘다. 두번이나 갈아타야 할 버스 시간을 놓칠까봐 정신이 없다. 비록 주름진 노안이지만 정성드려 고웁게 화장도 해야하고 여성스럽게 깔끔한 옷 매무새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은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대할 때 최소한의 내 메너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쓸만한 다리 더 녹슬기전에 써먹는 것도 좋은 일이어서 걷는 것을 사양치않고 버스를 자주 이용하니 지금같은 경제난에 기름값 절약도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바쁘다고 긴장해서 서두르는 것은 삶에 얼마나 대단한 활기인지? 사람들속에 부대끼며 얼마간의 젊음을 훔쳐 흉내 내 보는 것도 즐거움을 더한다. 목적있는 삶은 아름답다던가, 나이 무게에 눌려 뒷짐지고 망서리던 일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시니어 중찬단의 멤버로서. 맞이하는 새로운 오늘은 진정으로 값진 삶이다. 오랫동안 가두어 두었던 목소리를 끌어내려니 여간 힘드는게 아니지만 모두들 열심이기에 그 힘에 나도 함께 이끌려간다. 문득 젊음을 닮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도 매끄러운 윤끼가 아니던가... 창단 공연을 앞두고 연습 또 연습. 몸도 마음도 지칠법한데 그와 정 반대로 모두가 뜨거운 열기에 취해 기뻐하고 있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호호호호...”

문득 첫 눈이 펄펄 내리는 상상속에서 내 추억많은 십일월을 생각한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하던 싱그럽던 여인을, 그리고 반쪽을 떠나 보내고 절망했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의 중반기 여인을...,

그러나 이젠 아주 생소한 남의 일처럼 모든것 다 져버리고 오늘의 충실한 삶만을 의미하고져 한다.

그러고보니 나는 할 일이 남아서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 싶어 감사해진다.

2010년 십일월. 내 생애 말년에 또하나 멋진 이정표를 긋는다.

오늘도 예쁜 목소리를 만들고져 발길이 바쁘다. (너는 참 즐겁게 사는구나! 그래서 내가 신난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해서 공격한다는 내 몸속의 보디가드 똑똑한 세포. n k 세포가 오늘도 여전히 칭찬하며 나를 지켜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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