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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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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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鳥)도를 구경하고 다시 ‘진도’로 돌아왔을 때. ‘진도’의 자랑꺼리로 너무도 유명한 토속주 ‘홍주’를 한병 샀다.

조선시대 ‘지초주(芝草酒)’라 하여 최고 진상품으로 꼽혔다던 명주라며 일명 ‘루비콘’이라고도 불렀다. 이름처럼 색깔도 고운 ‘홍주’를 사면서 살폿이 떠 오르는 그림 하나. 투명한 글라쓰에 빨갛게 따라진 술잔을 들어 마시면서 “어머니 술맛 진짜 좋십니더” 기분 좋아하는 경상도 사나이 사위의 얼굴이었다. 먼~곳에 떨어져 살면서 고국에 나드리 오신 어머니라고 몹시도 자상하게 챙겨주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틀림없이 멋진 밤이 되겠지. 생각만해도 행복해진다.

시간이 촉박한 모양인가? ‘낙안 민속마을’을 향해 바쁘게 달리는 버스, 그런데 한나절 잘 참아내던 시커먼 하늘에서 기여히 비를 뿌리고 만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는 일. “철커덕 철커덕” 옛날 목판 엿장수의 가위 소리가 먼저 발길을 잡는다. 엿 한동강 뚝 잘라 구멍 후후 불어서 엿치기 한판 해 보고 싶었지만 마음이 바빴다.

민속마을이라고 우리 조상들이 살던 모습 그대로 재현한 장터의 겉모습은 그럴듯 했는데 푸근했을 인심은 어딜 갔는지? 토속주 한잔만 맛 보자는 손님들은 시시해서 푸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왕이면 조상들의 후덕한 인심을 흉내라도 냈더라면 비에 젖은 나그네들 마음까지 축축해 지지는 않았을텐데... 갑자기 몸에 오싹한 한기가 온다.

흰머리를 흔들며 군무를 추어댈 갈대의 바다. ‘순천만의 갈대숲’을 보리라던 기대는 접어야 했다. 젖은 몸에 마음까지 헐헐해졌으니 어디든 빨리가서 쉬고 싶다는 바램들이었다.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아쉬운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

숙소가 ‘지리산’ 온천장이라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처럼 고국의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진다. 우람한 산자락을 병풍처럼 포근히 안긴 온천마을. 돼지 삼겹살에 술김으로 잠을 청하겠다는 주당들을 남겨두고 따끈한 온돌방에 일찌감치 몸을 눕혔지만. 활활 타는 불꽃처럼 이글거리던 봄의 철쭉꽃 향연의 노고단을. 겨울이면 하얗게 눈속에 파묻힌 그 험산을 겁도없이 등산을 했던 그 어느날이 떠올라 잠은 자꾸만 멀어져 갔다. 그 때의 열정을 언제 다시 찾는담.....

온천욕 덕인가. 기분좋은 아침이다. ‘강천산’ 입구에 다달으니 벌써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알록달록 화려하다. 그들의 젊음, 열기 모두가 부럽고 그립다.

바람에 실려오는 산냄새 독특한 향기가 유혹의 손짓으로 부르는 것 같다. 한발한발 거기 바알갛고 환하게 터널을 이룬 단풍길이 우리를 어서 오라고 반겨 주었다. 아! 드디어 단풍을 보는구나. 가을산이 그리워 이 계절을 별러서 왔건만. 어쩌다가 ‘설악산’을 놓치고 서둘러 ‘내장산’으로 내려 갔지만. 거기서는 노오란 잎들이 너무 빨리 온 것을 비웃는 것만 같아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었는데..... 거기 털석 주저앉아 흠씬 물이 들고 싶었지만 잘 생긴 이파리 몇개만 줏어 들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만 했다. 두고두고 추억을 일깨워 줄 고국의 친구들. 사랑스러워라,

특별한 젓갈 시장에서 산. 잘 곰삭은 조개젓으로 입맛을 돋우며. 얼마간 반찬 걱정에서 놓여날 즐거움도 제법이고. 금방 삶아낸 국수에 김치 송송 썰어 얹은 잔치 국수에 속을 푸는 것도 괜찮은 재미였다. “관광도 하고 오리지날 젓갈도 사고요. 잔치국수까지 먹는 재미가 너무 좋아요.” 관광열차 타고 온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부들을 끌어내는 꽤 괜찮은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멀리 저녁노을 빗긴 서울 하늘을 보면서 한 사람씩 잠이들기 시작했다. 떠날 때의 들떴던 마음을 접고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해질녘 새들처럼. 마음은 벌써 집에 가서 있을 것이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우리 또 만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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