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러 가던 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투표하러 가던 날

0 개 2,734 코리아포스트
오늘은 아침부터 참 기분이 좋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둥둥떠서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뿐사뿐 몸도 가볍다. "투표하러 가는 날". 이 나라에 와서 처음도 아닌데 이렇게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은 왜일까? 혼자 자문하면서 뻔한 답을 또 생각해내며 절로 웃음이 나온다. " 제 10대 재 오클랜드 한인회 회장 선거의 날"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던 일로 새롭게 시행되는 직접 선거이기에 이번에는 나도 교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한표의 권리가 있지 않은가. 뭔가를 잃었던걸 찾았다는 상큼한 기쁨이 안도와 함께 가슴 밑에서부터 차올라 왔다. 어디 나만 그랬을까? 교민들 모두의 마음이 똑같았으리라 믿어진다.

그 동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교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한인회"가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다행스럽게도 9대 한인회가 그 어느 때보다 친밀감을 보여 주며 열심히 다져 놓은 뒤라서 이제 10대에 거는 희망과 기대가 확실한 믿음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이다.

요즈음 교민들 두 세 사람만 모여도 선거이야기가 뜨겁게 오가고 나름대로 이러 이런 사람을 뽑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관심사가 이슈가 되어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을 위한 회장을 뽑는 일. 얼마나 기다려 왔던 일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동안 "뉴질랜드 한인회"란 명칭 때문에 지역회장들과의 논란도 많더니 이제 그 문제도 "오클랜드 한인회"라는 명칭으로 바로 잡아 해결되었고 때를 같이하여 "코리안 가든"의 부지 확정도 되었으니 한가지씩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 가는 듯한 차제에 한인회가 할 일은 이제부터. 교민들이 뽑은 회장은 또한 그만큼 어깨가 무거우리라 짐작된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 때에 잘 해 보겠다며 두 후보가 나와서 경합을 벌이게 된 것도 잘된 일이다. 각자가 비젼있는 공약을 내걸고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하는데 열띤 목소리에 막강한 힘이 실린 자신감들이 우리를 든든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허지만 너무 거창한 것은 빌 공자 공약으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기에 뭔가 불안함이 앞선다. 진솔하고 조촐한 진심으로 교민을 위한 봉사자이기를 자청하는 그런 사람을 모두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약속 잘 지키고 정직하게 일해서 떠날 때 당당한 뒷모습을 보여 주는 그런 멋진 사람말이다.

엊저녁부터 미리 찾아 둔 여권과 준비물을 챙겨 들고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진작부터 동행의 약속을 했던 친구는 갑자기 무슨 바쁜 일이 생긴걸까? 혼자서 가라는 다급한 연락을 받고 마감시간을 놓칠세라 City로 향했다.

"형님~" 영사관 입구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우리 동네에서 요식업을 하는 주인 아줌마였다. "우리는 끝내고 돌아가려는 참이에요"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딸과 함께였다.(세상에 그 바쁜 시간을....) 영주권도 없이 임시비자로 어렵게 사업을 꾸려 가는 그들 형편을 너무도 잘 아는터라 투표소에서의 만남이 특히 남달랐다. 그래 한인회가 절실하게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분들이 먼저 일 것이다. 하지만 먼저 자리잡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도 이런 기회에 귀감을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1.5세대로 성장한 청년들, 유학생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달려온 차림새 그대로의 남자들, 모두가 이 날을 기다려 왔던 게 틀림없다.

"혼자 오셨어요? 참 멋쟁이시네 준비도 철저하시구-"(어어 이건 또 무슨소리?) 젊은 여인의 상냥함이 너무나 친근해서 왜? 냐구 짓꿎게 물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에 먼 길 혼자 나와서 투표에 참여하는 의식있는 멋쟁이라구 칭찬을 받으니 이제 내가 진짜 늙은이로 취급을 받는 게 좀 씁쓸했다. 그러나 잔치집에 초대받은 사람들처럼 모두가 들떠 있는 기분이라는 걸 읽으며 발길을 돌렸다.

어쨌든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선택한 사람이 과연 당선이 될런지?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몇 시간 뒤면 밝혀질 일, 뒤도 안보고 집에 돌아오니 마감시간 3시가 이미 지나 있었다. 서둘러 볼일을 끝냈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한우리 교회"로 빨리 가라고 일렀다. "오케이" 명쾌하게 들려 오는 그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씩씩하고 힘이 넘쳐 보였다.(오늘은 역시 좋은 날이구나-)

큰 일을 해 낸 것 같은 뿌듯함으로 오늘은 이대로 마무리해도 괜찮을 듯 싶다.

이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으니 당당한 목소리로 따질 것은 따지고 내게 지워진 의무도 책임져야지.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동참하면서 우리의 한인회가 눈부시게 발전해 가기를 빌어야겠다.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83] 김유신의 말

댓글 0 | 조회 2,028 | 2008.06.25
김유신이 젊었을 때 천관(天官)이란 … 더보기

[382] 기복(祈福)

댓글 0 | 조회 1,721 | 2008.06.10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으려 하고 복을… 더보기

[381] 고해(苦海)

댓글 0 | 조회 1,604 | 2008.05.28
사람의 삶에는 참 행복이 없다. 그것… 더보기

[380] 고집(固執) - II

댓글 0 | 조회 1,661 | 2008.05.13
대원군은 자기의 고집 때문에 외부세계… 더보기

[379] 고집(固執) - I

댓글 0 | 조회 1,708 | 2008.04.23
'고집이 세다'는 말은 자기 생각이나… 더보기

[378] 계산하고 산다, 저울질하고 산다

댓글 0 | 조회 1,800 | 2008.04.08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먹을 것을 주면 … 더보기

[377] 떠남

댓글 0 | 조회 1,642 | 2008.03.26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어린 시절 고… 더보기

[376] 두 그루 참나무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2 | 2008.03.11
어느 집 뒤 야트막한 야산에 참나무 … 더보기

[374] 마음과 건강(Ⅲ)

댓글 0 | 조회 1,530 | 2008.02.12
조상의 삶과 마음도 자손의 건강에 영… 더보기

[373] 마음과 건강(Ⅱ)

댓글 0 | 조회 1,612 | 2008.01.30
마음을 이해하면 건강과 병도 쉽게 이… 더보기

[372] 마음과 건강(Ⅰ)

댓글 0 | 조회 1,599 | 2008.01.15
캄캄한 밤에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 … 더보기

[371] 불나방(Ⅱ)

댓글 0 | 조회 1,514 | 2007.12.20
불나방이 동심원을 그리면서 불꽃으로 … 더보기

[370] 불나방(Ⅰ)

댓글 0 | 조회 1,529 | 2007.12.11
불나방은 불을 보면 날아가서 동심원을… 더보기

[369] 뜻밖의 결과(Ⅱ) - 영감(靈感)

댓글 0 | 조회 1,512 | 2007.11.28
만유인력.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 더보기

[368] 뜻밖의 결과(Ⅰ) - 실수(失手)

댓글 0 | 조회 1,531 | 2007.11.13
비아그라. 최근 발기부전(勃起不全) … 더보기

[367] 모두가 내 탓(Ⅱ)

댓글 0 | 조회 1,496 | 2007.10.24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 더보기

[366] 모두가 내 탓(Ⅰ)

댓글 0 | 조회 1,473 | 2007.10.09
일체는 내가 있어서 내 탓이다. 내가… 더보기

[365] 남 탓하며 산다(Ⅱ)

댓글 0 | 조회 1,568 | 2007.09.26
시련을 겪으면 하늘을 원망하기도 합니… 더보기

[364] 남 탓하며 산다(Ⅰ)

댓글 0 | 조회 1,385 | 2007.09.11
여우가 길을 가다가 어느 집 담장 밖… 더보기

[363] 나는 누구인가(Ⅱ)

댓글 0 | 조회 2,299 | 2007.08.28
성현(聖賢)들이 참된 복이 무엇인지 … 더보기

[362] 나는 누구인가(Ⅰ)

댓글 0 | 조회 2,022 | 2007.08.14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어… 더보기

[361] 길 떠나 온 사연

댓글 0 | 조회 1,383 | 2007.07.24
그 부모한테 태어난 사연도 지금 이곳… 더보기

[360] 물 웅덩이

댓글 0 | 조회 1,611 | 2007.07.10
깊은 산골짜기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 더보기

[359] 머무름

댓글 0 | 조회 1,305 | 2007.06.27
구름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물도 흐… 더보기

[358] 가진 것에 매여 산다(Ⅲ)

댓글 0 | 조회 1,397 | 2007.06.13
사람은 태어나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