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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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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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인이기를 고집해 얼굴부터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집에서 아주 가까운 파크에 한 주일이면 두 번 평일에 서는 시장, 북적대는 사람구경에 나른하던 일상이 잠시나마 상큼한 활력소가 된다. 어느 시장이나 그렇듯 잠시 시장으로 변한 커뮤니티센터 입구엔 간이 카페가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 김이 폴폴나며 구수한 커피 냄새가 빈속을 휘저어 놓는다. 아마도 새벽같이 자리 차지 때문에 달려 나왔을 상인들이 물건을 벌려 놓고 그 따뜻한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속을 달래지 않을까?

  옷 가계들, 잡화상들이 기존의 가계들인 양 벌써 얌전하게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지럽게 놓인 자잘한 공구들 속에 덩그라니 의자에 기대 않은 어느 인물 좋은 귀부인의 대형 초상화가 발길을 붙잡는다. 자리를 잘못 잡은 불균형의 극치가 오늘의 특별한 재미로 매력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돌아보니 커다란 거울이 떠오르는 햇볕을 눈부시게 튕기며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내 모습을 투영해 준다. 실망으로 저물어 가는 내 모습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검은 피부의 인도 여인들이 노오란 황금으로 걸고 달고 온통 치장을 한 모습을 볼 때마다(너희들은 일찌기 이민와서 자리 잡아 벌써 부자가 되었구나) 부러운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었는데 시장 통 좌판에 번쩍거리는 금(?) 장신구들을 보면서 공연히 속은 것 같아 우습기만 했다. 더불어 다행스럽다는 안도의 마음이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민족의 고약한 심뽀일까? 그 보다는 한국인 우리의 자존심일 것이리라.

   하늘하늘 수양버들 바람에 춤추는 실개천에 마치 오작교같은 다리를 건너가면 넓은 주차장이 온통 풍성한 먹거리로 컬러의 바다를 이루었다. 이런 시간에는 아침 준비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 주부들은 적은 편이다. 식당을 경영하는 젊은이들과 기운찬 남자들이 대량의 야채들을 사서 벌써 차에 싣느라고 법석이다. 나는 산뜻하게 싱싱한 물건을 조용할 때 구경하고 천천히 골라 사는 게 편해서 늘 이런 시간을 택한다. 질서 정연한 쇼핑센터 물건보다 질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직접 상인들과 부딪치는 자연스러움이 좋고 눈치 보아가며 덤도 얹어 달라고 슬쩍 보채 보는 재미, 그러면 두툼한 손으로 한 개 더 집어 넣어 주는 장난끼어린 인정스러움이 얼마나 기분 괜찮은지.... 덤 하나에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치기를 편안하게 부딪치고 경험하는 현장.

  그 속에 가면 으례히 만나는 또 하나의 낯선 풍경이 있다. 늑대만한 개 두 마리가 길게 느린 줄에 휠체어를 달고 마치 저 북극을 달리는 에스키모의 눈썰매처럼 달려오는 멋진 모습이다. 먼 길을 달려 온 것은 아닐테지만 새까맣게 탄 얼굴에 털북숭이 수염을 한 남자가 기마병(?)들 뒤에 개선장군처럼 들어 오는게 장터의 왕자처럼 그럴 듯하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장애자였지만... 주로 야채를 다루는 중국인들은 몸이 날렵하고 눈에 반짝반짝한 반면 과일을 파는 마오리들이나 섬사람들은 두리뭉실한 몸 때문일까 느리고 편안하게 않아서 오는 손님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다. 답답해 보일 때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급한 성미 탓일 뿐. 그 여유를 넌즛이 따르고 닮아 보고 싶기도 하다. 파아란 잎사귀가 그대로 매달린 금방 따 온 복숭아가 어느 한집에만 그득하다. 크고 작은 것들을 가려 놓지 않아 튼실하고 좋은 게 있는가 하면 살구같이 작은 것도 섞여 있어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상관 않는다. 먼저 보는 사람은 크고 좋은걸 골라 갈 테지만 나중 것은 어찌 파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값에 큰걸 골라오는 재미, 횡재를 하는 기분이다.

  언제부터인가 아주 작은 통에 직접 만들어 가지고 나온 손두부를 파는 중년의 중국여인 몸짓이 너무나 서먹하고 서툴러 보였다. 비닐 봉지에 담아 주며 프라스틱 용기에 담아주면 20센트를 더 받는 게  애교스럽기까지 했다. 그 두부맛이 제법 순수하고 깔끔해서 맨 나중에 조심스럽게 물건 위에 얹어 오곤 한다. 이젠 그 장사가 할 만큼 괜찮아졌는지 아들일까? 젊은 남자가 많은 물량을 갖고 나와 제대로 된 장사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고 놀랜다(저러다가 아예 공장을 차리게 되는 게 아닐까?). 기업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의 집념이 무섭다.

  요즈음 물가가 폭등하고 교민 경제가 말이 아니라고 야단들이다. 무엇을 하며 발 붙이고 살런지 아직도 자리를 못 잡아 우와좌왕하는 교민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장 바닥에 장사치로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다. 그 두부가계가 날로 번성해 가는 게 배아파지려고 한다. 그가 우리 교민이라면 큰 박수라도 보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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