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모든 것의 고마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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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41] 모든 것의 고마움을

0 개 2,813 KoreaTimes
  아침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제치니 예사롭지 않은 바람소리가 귓청을 때린다. 아마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이 휘말렸나 보다.

  따뜻한 이불 속이 너무나 좋아 마냥 게으름을 떨며 누워 있는데 점점 바닥이 싸늘해져 오는게 아닌가.(스위치를 잘못 건드렸나?) 늘 하듯이 손짐작으로 눌러 다시 켰다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있는데 웬걸 더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차가워지고만 있다. 벌떡 일어나 다시 스위치를 두 어번 더 눌러 보았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ㅇㅇ매트값만 비싸더니 얼마나 썼다고 벌써 고장인가?) 작은 실망이 밀려오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스탠드 스위치를 눌러 봤다. 역시 반응이 없다. “정전이었구나”바람이 그리 요동을 치더니 전선까지 끊어 놓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곧장 욕실로 뛰어들었다. 침침한게 답답해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돌아 나와 아침을 먹을 양으로 주방으로 나섰다. 보통 하던대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뿔사! 캄캄하다. 오븐 스위치도 돌려보고 전자레인지도 돌려 보지만 모두가 무반응이다.

  “너희들 모두가 휴가를 맞은 것이냐?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냐?”혼자 쓴 웃음을 흘리며 세상에! 되는게 아무 것도 없음에 새삼 놀랜다. 그러고 보니 전기 하나로 모든게 되게 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아연할 수 밖에…. 전화통을 들어 지금 내 집 사정이 이렇다고 수다라도 떨려고 했더니 그 또한 먹통이다. 갑자기 절벽에 서 있는 것 같은 아찔한 절망감에 정신을 다잡아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가스히터가 벌겋게 불끼를 보여줘 그 온기로 차가워지는 몸과 마음을 달랜다. 밖은 여전히 짐승의 포효같은 바람소리. 유리창을 때리는 무서운 빗줄기. 현관문을 열어 보니 벗어놓은 신들이 그득 물끼를 먹음고 초라하게 웅크려 있다. 신을 벗지 않고 살도록 지어진 집. 이 나라 문화의 이질감에 갑자기 내가 낯설음을 느낀다. 창가에 서 보니 마치 잠수함 속에 갇혀서 바다속 깊이 갈아 앉은 것같은 기분이다. 정전이라는 것의 대비조차 신경 써 본 일없이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것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휴대용 가스렌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찾아냈다. 그것이 집에서 이렇게 비상시에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비치나 야유회 때만 필요한 것이라고 깊숙이 두었던 것이다. 국을 덮이고 거기에 전자레인지가 녹여 줄 밥을 넣고 끊여서 대충 아침을 해결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쇼핑몰 쪽에 나가서 공과금이나 낼까? 서두르다가 맥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지금은 컴퓨터가 모든 일을 해내는 세상 아닌가.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어버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또 놀랜다. 나른한 무력감 속에서 무섭게 고독을 느낀다. 밤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온 세상이 어둠에 묻힌 것은 참을 수가 있지만 그 매몰찬 한기를 어찌 막아 낼 것인가. 내가 뉴질랜드에 처음 투어로 들어오던 날 호텔방에 비치된 히터를 사용할 줄 몰라 밤새 웅크리고 고생고생 잠을 못이루다 새벽에 욕조에 더운물 펑펑 틀어 놓고 언 몸을 녹였던 생각을 하면 웃음보다는 반 죽다 살아난 처연한 생각이 앞선다. 여름옷만 들고 오면 된다는 10월에 얼어 죽을 뻔 했던 이 나라의 밤 추위. 지금 생각해도 몸이 오싹해진다.

  비가 내려서일까? 사람들 나와서 이렇다 할 웅성거림도 없다. 너무나 조용한 게 또한 묘하게 기분을 자극한다. 내 집만 정전이 된 게 아닐까? 아쉬운대로 커피까지 만들어 속을 달래 놓았는데 영 심기가 편치 않았다. 마치 생활의 마비가 온양 멍해져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공연히 서성거리다가 전화통만 들었다 놓았다 정서불안에 깊이 빠졌다.

  바람에 비까지 사나우니 고치는데 시간께나 걸릴텐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이러다가 해가 다 가고 이대로 밤이 온다면?……, 나는 미친 듯 문을 박차고 빗속을 나가 옆집으로 달려갔다. “All power cut”세 시간을 기다리라고 태평스럽게 말한다. “오케이”나만 혼자 당하지 않았다는 공감의식에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인간은 우스운 속성을 가지고 사는 동물임을 실감하면서 그 때서야 무서운 고독을 떨치고 얌전히 기다림을 갖는 사람으로 돌아갔다. 새삼스럽게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작은 물건 하나하나까지 깊이 고마움을 느끼면서……, 이제부터 전기가 없어도 되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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