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진이의 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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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07] 진이의 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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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있을지도…, 연보라색 감도는 $50짜리 뉴질랜드 지폐 한 장은 얌전하게 액자에 넣어져 방 한편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있을까? 책갈피 속에서 아직도 세상구경 못하고 숨어서 있는지? 열 달 남짓 이곳에서의 생활을 두고두고 일깨워 줄 지폐 한 장. 훌쩍 뛰어넘어 잊어버릴 수 없는 삶의 한 순간이었기에 뜻있는 지표로서 그들 앞날에 성공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몸매가 가늘고 어려 보이는 열 여섯살의 누나 진이와 그와 달리 열 세살 동생 현이는 뼈대가 굵직굵직하고 남자다운 호남형으로 오빠처럼 믿음직한 아이였다. 그애들은 여기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돌아갈 ‘리턴티켓'을 찢어 없앴다고 들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영원히 남아 살 수 있는 특별한 여건을 아무 것도 갖춘게 없는데 철없는 애들 짓치고는 너무 엉뚱했다. 그들은 유학을 올만큼 형편좋은 애들이 아니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외할머니집에 엄마와 같이 얹혀 살다가 취직한다며 어찌어찌 일본으로 건너간 엄마의 느닷없는 주선으로 오게 된 처음부터 계획없는 무모한 유학이었다.
  그러나 집주인 할아버지 잘 만나서 순탄하게 학교생활은 시작되었다. 내 집처럼 부담없이 냉장고 문열어 밥 챙겨먹고 마음이 편해서일까 공부도 잘되는 것 같았다. 특히 진이는 유학생 언니, 오빠들 틈에 제일 막내였지만 유난히 영어실력이 뛰어나 어느새 그들의 통역까지 맡아하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다른 애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방안에만 들어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 성과였겠지. 고생하는 엄마에게 보답하는 길은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것이라는 걸 잘아는 영특한 진이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엄마로부터 와야 할 송금이 오질 않는 것이다. 먹성좋은 동생은 그동안 키도 쑥쑥 자라고 건강미가 넘치는데 눈치 줄 수도 없고 주인 할아버지께 죄송해서 진이는 괴로웠다. 그럴수록 밤새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새벽기도하러 어둠을 가르고 교회에 가곤했다. 사랑하는 엄마를 위하여 그리고 저이들을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을까? 할아버지도 힘드실텐데 싫은 내색 안하시고 동생편에 도시락을 번번히 챙겨 보내 주셔서 한국에 돌아가면 우유배달이라도 해서 꼭 갚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번째 텀은 학교에서 진이의 사정을 알고서 학비 면제의 혜택을 주어 다행이었다. 그의 영특함을 학교에서도 기특하게 알고 선처를 해준 것이다.
  타민족에게 베푼 학교측의 감동으로 얼마간의 위로는 되었지만 언제까지 기다리면 엄마의 소식이 있을까? 한 달 두 달 세월은 마냥 지나가고 그들의 희망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어느날 $50짜리 빳빳한 지폐 한 장이 진이 손에 쥐여졌다. 재능많은 그에게 내려진 학교에서의 상금이었다.    “할아버지 갖다 보여 드리고 자랑해라”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는데 “아니야 한국에 가져가서 액자에 넣어 기념할꺼야”아이다운 천진스런 발상이었지만 기어이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다. 솔직하지 못한 아이의 불신이 서운한 할아버지“남의 자식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여”
  일본 남자와 재혼을 했다며 한때 아이들을 그 곳으로 데려가느니 어쩌구 하더니 소식이 끊긴 걸로 보아 세상살이 쉽지만은 않은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큰 상처만 남을 것같아 드디어 그들을 돌려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 주인 할아버지. 생활에 보탬이 될까해서 맡은 애들인데 어렵게 비행기 티켓까지 마련해야했다. 말끔하게 이발까지 시킨 현이 손에 할머니께 드릴 꿀병까지 챙겼다니 따뜻한 박수를 보내드렸다.
  엄마 아빠가 없는 그 땅. 어린것들이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에 지쳐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려 리턴티켓을 없앴던것 아닐까? 신천지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멋진 신기루를 꿈꾸며 왔을 그 애들. 그러나 다시 반겨 줄 사람없는 곳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임을 어쩌리.
  이제 그들이 떠난 세월도 많이 흘러갔건만 그 뒷소식은 아무 것도 없다. 자식들을 외국에 유기해 버렸던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이며 남의 자식을 둘씩 맡아 고생하셨던 적지 않은 세월동안의 고통을 감내하신 분의 따뜻한 인간성을 자꾸만 비교해 보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이란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성공하면 한때 할아버지의 은공도 잊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성공한 사람의 참 모습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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