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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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0 개 2,684 KoreaTimes
  범죄란 '사회의 질병'이다. 질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병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완치시키고, 아예 질병이 얼씬 못하도록 체질과 환경을 바꿔 버려야만 한다.

  5년 만에, 실종되었던 한국인 김재현 씨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5년 만이라니! 글쎄, 미제 사건이 될 번 했는데 이제라도 경찰이 움직였다니  불행 중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5년 동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을 실종자 가족들의 피폐된 삶은 어떻게 보상 받을 것인가? '악의 화신'은 그 동안 뿌리를 튼실히 내리고 잎을 무성히 키우고, 해변가 모래알처럼 많은 씨앗을 퍼뜨렸는데---. 이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수년 간 멀쩡히 지상에서의 삶을 향유했던 살인자는 죄책감에 목구멍으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을까? 넘치는 '범죄의 끼'를 주체하지 못해서 구미호처럼 꼬리를 아홉 개나 달고 팔딱팔딱 재주를 부리며 온 도시를 범죄의 소굴로 삼았을까?

  미국의 사회학자 윌슨은 1982년, '깨진 유리창과 제로 톨레랑스(무관용, 관용불가)' 이론을 주장했다. 뉴욕시가 왜 슬럼화 되는가? 비행 청소년이 어느 집 유리창을 깨뜨렸다. 유리 조각이 나뒹굴고 골목은 지저분해지고, 건달들이 벽에 낙서를 하고, 대마초를 피우고,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빈집에는 불량배들이 몰려들고, 범죄가 발생하고 결국 마을 전체가 슬럼화 된다는 이론이다. 어찌 보면 범죄라고도 볼 수 없어,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은 이미 큰 범죄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윌슨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80년대 뉴욕은 범죄의 도시였다. 연간 60만건(ㅠㅠ)의 중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 사건도 2천 건(헉!)이 넘었다. 시장은 낙서, 무단 횡단, 노상 방뇨, 침뱉기, 대마초 미량 소지자라도 모두 범죄자로 잡아들였다. 범죄의 싹, 온상을 미리 제거하자는 의도였다. '빨간 불일 때 건너는 사람을 막을 수 없다면 강도도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도 그가 내무장관으로 있던 2002년 '제로 톨레랑스'를 내세우며 확실한 치안 유지로 사회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지금도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 쓰레기들을 깨끗이 치우겠다는 그를 비아냥거리며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붙인 이들도 있지만 다수는 그가 믿음직스럽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에 살면서 나는 두 번 도둑을 맞았다(좀도둑의 손을 한 두번 타지 않은 집이 없다. 도둑 얘기로 천일야화를 엮을 지경이다). 신고해도 경찰은 어슬렁어슬렁 하루 이틀 지나 나타난다. 물론 도둑을 잡았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사람들은 경찰을 포기하고, 도둑을 맞아도 보험에나 가입하고 분노를 삭히는 지경이다.

  좀도둑들을 애교(?)로 봐 넘기고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 날치기 들치기 성폭행 살인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핸더슨의 한 가게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만약, 정부가 버스 정류소를 부수고 페인트로 낙서를 하는 반달리즘에 단호히 대처했다면, 좀도둑들을 심각하게 생각해 원천봉쇄 작전을 펼쳤더라면? 신혼 여행 중이던 신부가 성폭행 당하고, 여행객이 살해 당하고, 성실히 살던 한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 피어 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이 죽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범죄는 확대 재생산 되면서 흉악해지고 엽기적으로 발전하고, 기가 막히게도 아시안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정부와 경찰은 '쥐었다 논 떡'처럼 무능하고 만만하다. 아시안은 불안하다. 대낮에도 문을 꼭꼭 잠그고, 쇼핑센터도 맘놓고 갈 수 없게 되었다. 정부와 경찰은 '괜찮아,괜찮아,우리 치안 문제 없어' 헛소리를 한다. 아마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국민을 진정 위하지 않는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말이 '걱정마, 염려 푹 놓으시라구!'인 듯 싶다.

  6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우박이 쏟아지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나무는 부러지고 아시안이 열흘 사이에 세 명이나 죽었다. 7일, 마누레와 리쿼샵 주인 Navtej Singh(인도)는 총에 맞아 죽었다. 11일, Yang Yin Ping 중국 노파가 집안에 침입한 강도에게 심하게 맞아 옷장에 버려졌다가 14일 숨을 거뒀다. 16일, 마누카우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Joanne Wang(중국)은 날치기범들의 차에 받쳐 머리를 다쳐서 그 다음날 죽었다. 8세 된 아들이 처참한 죽음의 목격자가 되었다.

  뉴질랜드 정부는 '아시안은 범죄의 대상이 아니며 뉴질랜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우리 가족'이라는 것과, 범죄자에 대한 '무관용'을 천명하라. 우리는  천형(天刑)의 시간이 아닌 축제의 시간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희생된 고인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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