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1 2,317 KoreaTimes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죽고싶어 안달이 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바디'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나의 주검 위에 흙을---, 돈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젓는다. 영화는 ‘바디'가 큰 눈을 희번득거리며 애걸하는 일로 일관한다. 얼마나 죽고 싶었으면. 그러나 죽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다.누구나 삶을 마감하고 싶을 때가 있으므로. 하지만 ‘바디'를 보는 동안 우리는 너무너무 살고 싶어진다.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서둘러 자신의 건강을 챙기듯이, 혹은 나의 절박함을 영화 속 주인공이 모두 가져갔으므로.

  다행히 한 노인이‘바디'의 부탁을 수락한다. ‘바디’는 죽음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되어 한시름 놓고(?) 노인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눈다. 노인도 젊은 시절 체리 나무에 목을 매러 올라갔다. 그런데--- 아아, 달콤한 체리향기에 노인은 마음을 온통 빼앗겨 죽는 일을 까맣게 잊었다. 노인은 체리를 한 움큼 따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밤이 되자 ‘바디'는 관처럼 파 놓은 흙 웅덩이에 누웠다. 그의 심정 만큼이나 황폐한 돌투성이 무덤 속에서 그는 큰 눈을 껌벅껌벅인다. 그는 세상의 향기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 한 가지씩 떠오르는 향기, 향기들---.
  아마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겐 이승이 아닌 저승의 향기도 있다.

  후배가 죽었다. 꽃다운 나이 스무살 때. 화장터 주변은 누린내와 매캐한 향기로 가득했다. 허공에 누런 향기 입자들이 떠다녔다. 영혼에 색깔이 있다면 누런 색일 거라고 생각했다. 뼛가루도 누런 봉투에 담겨 나왔다. 그 봉투 안의 한 줌 가루가 그녀였다고? M.T.를 갔을 때 내가 그녀의 머리를 곱게 빗질 해서 묶어 주었는데.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가 귀여웠던 그녀. 나는 한없이 당혹스러워 따끈한 그 봉투를 그저 가슴에 안고 있었다. 붕어빵 봉지처럼, 호떡 봉지처럼. 매캐한 향기가 후끈한 열기와 함께 내 코를 찔렀다. 영혼들이 내뿜는 향기는 맵다. 이승을 떠나기 싫어서, 너무너무 원통해서---.

‘꽃 향기 가득한 날 다시 와.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잘 가' 하고 후배의 영혼을 흐트렸다.
  내겐 ‘그런 향기'도 있었다. 사는 일 뿐 아니라 죽는 일도 생각하라는 향기.
  사랑 또한 당신 코 끝에서 시작되었다. 짝을 찾아 헤매던 향기가 드디어 당신의 코 속으로 들어가 도파민, 옥시토신, 엔돌핀 등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뇌생화학자들의 주장이지만,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이도 살짝 풍겨오는 여인의 머리 내음에 반해 결혼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페로몬 향수 시장이 활황을 누리고 있다.

  영양이 결핍되면 병들거나 죽게 된다. 삶의 향기가 고갈되면 따분하고 답답해진다. 심해지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싸늘하게 식어 향기 결핍자는 미치거나 바보가 된다.
불교의 ‘유마경(維摩經) 향적불품(香積佛品)'에는 온통 향기로 가득 찬 향기나라이야기가 나온다. 그 나라의 이름은 중향성(衆香城), 그 곳 부처의 이름은 향적불(香積佛)이다. 중향성의 땅과 누각, 음식에는 향기가 강처럼 흐른다. 유마거사가 중향성의 보살들에게 물었다.

“향적여래는 어떻게 가르침을 설하십니까?”
“저희 나라 부처님은 문자로 설법하지 않고 오직 온갖 향기로서 많은 천인들과 인간들에게 계율을 지키도록 이끄십니다.”
  보살들은 저마다 향기로운 나무 밑에 앉아 오묘한 향기를 맡으며 진리를 깨닫게 되고, 보살의 공덕을 갖추게 된다는 것.

  향기 하나에 깨달음 하나--- 향기는, 인생은 그렇게 우리 곁을 지나갔다.
  여름이 가기 전 간절한 소망--- 뜨락의 나무 아래 한가로이 앉아, 허공에 떠도는 나의 향기들을 불러 모으는 일이다.
쌔엠
죽음에 대한 개념은 김영나님과 달라서..

댓글이 어렵습니다.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05 | 3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38 | 3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06 | 3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95 | 3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389 | 3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45 | 3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18 | 3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29 | 4일전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499 | 4일전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37 | 4일전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06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80 | 4일전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48 | 4일전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12 | 7일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85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23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29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45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42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48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09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85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47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3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205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