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 식물의 사생활(1)---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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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식물의 사생활(1)---사랑한다면 이들처럼

1 3,090 KoreaTimes
텃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나는 한동안 들떠 있었다. 상추, 깻잎, 고추는 기본이고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 완두콩에 배추, 무까지 다 키워보리라. 겨우내내 폐허처럼 버려진 텃밭을 조바심을 내면서 바라보았다. 싱그러운 초록잎을 피워올리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녀석들이 넘 보고싶어서. 꽃샘 추위가 채 가기도 전에 사방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종자와 모종을 구했다. 바야흐로 텃밭은 새 식구들로 그득해졌다.

그러나 웬걸---. 녀석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상추는 조금만 물을 게을리 주어도 폭삭 시들어버렸다. 어느 날 아침에는 달팽이에게 밤새 물어뜯겨 대궁만 달랑 남았다. 기가막혀 덜 깬 잠이 확 달아나버리던 아침. 오이는 너무 예민해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요절했다. 토마토,고추는 거름을 바리바리 챙겨줘야 겨우 자라주고 열매를 맺었다. 까탈스럽지 않게 잘 자라주는 녀석은 완두콩. `재크와 콩나무’의 주인공답게 하룻밤 자고 나면 부쩍부쩍 덩굴이 자라났다. `거인의 성’까지 닿을 듯 하늘로하늘로 뻗어올리는 덩굴손이 얼마나 귀여운지. 무엇보다도 벌레도 꾀지 않고 다른 잡초들에게 침범 당하지 않고  빨리 자라 열매를 맺었다. 콩깍지 속에 연둣빛 콩알 형제들이 나란히 내게 인사할 때의 흐뭇함이란---. 쑥갓은 노란 꽃을 여름내내 피어올렸다. 작은 국화처럼 정겹고 화사한 꽃에 나는 마음을 뺏겨 연한 싹을 뜯어먹지 못하고 꽃이 필 때까지 내버려둔다.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의 누나처럼 나는 쑥갓꽃 때문에 화단에서  ‘아주 살아버린다.’  미운털이 박힌 녀석은 들깻잎이다. 해마다 씨를 얼마나 떨구는지, 온통 텃밭이 제 땅이라고 호령한다. 솎아내라고 남들은 말하지만 살겠다고 돋아난 것들을 어떻게 확 뽑아버릴까,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들깨. 호박은 할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뒤란에 무성한 호박잎을 뚝 따 갈치의 은비늘을 쭉 훑어내리던 할머니.우아, 신기하게 갈치의 비늘이 싹 벗겨져 놀라던 어린 나. 큰 호박은 숟가락으로 속을  박박 긁어 새우젓을 넣고 가마솥 밥 위에 살짝 쪘었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할머니의 음식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할머니를 자주 찾지 못했었다. 아니 잊고 지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몇 년만에 외가댁을 찾은 나는 잠깐 궁둥이만 붙였다가 일어났다. 왜 할머니 옆에서 하룻밤을 자지도 못했을까. 그런 내가 너무 섭섭해서 할머니는 문밖에도 나와보지 않으셨다.

분명 문틈으로 엿보고 계셨을 할머니. 떠나려고 차의 시동을 걸자 맨발로 뛰쳐나와 길섶에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호박을 툭 따 차창으로 밀어넣던 할머니. 궁색한 살림에 퍼줄 것도 없고 속으로 얼마나 애태우시다가  순간 호박을 발견하셨을까?  덜컹덜컹 시골길을 벗어나는 동안 할머니의 선물 호박 줄기에서는 방울방울 눈물이 솟았었다. 내 가슴에도---. 할머니의 호박을 내 텃밭에서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호박은 반질반질 잘 자라다가 줄기와 연결된 부분이 검게 썩어들어가곤 했다. 병명도 모른 체 죽어가는 호박 때문에 상심하고 있을 때, 방울방울 열매를 맺은 키다리 토마토가 위안이 되었다. 토마토를 위해 나는 옆집에서 대나무를 몇 그루 얻었다.

대낮에도 어둠침침한 대나무숲에서 모기에게 뜯기면서 톱으로 대나무를 잘랐다.
무성한 잔가지와 잎을 모두 쳐내고 대나무봉을 만들어 토마토의 허리에 받쳐주었다.
‘고마워요’살랑살랑 잎새를 흔들면 토마토가 말했다. 제일 덕을 많이 보는 효자 녀석은 고추다. 반찬 없을 때, 입맛 없을 때 물 말은 밥에 고추장과 녀석 몇 개만 있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3년 동안 나는 내 텃밭의 식물들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이는지, 누구와 사랑을 하고 열매를 맺고 후손을 퍼뜨리고 죽어가는지. 그리고 나는 그들을 존엄한 생명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텃밭에서 식물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녀석들이 고도로 발달된 생명체이며,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 질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 나는 텃밭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진다.녀석들이 나를 꿰뚫고 있으므로, 아님 초월하므로.

녀석들은 미친 듯 할퀴는 바람과 타는 듯한 햇볕, 갉아대는 버러지,뿌리를 간지럽히는 지렁이 등을 모두 포용한다. 포용하는 자만이 이겨낼 수 있으므로---. 정 힘들면 녀석들은 씨앗 상태로 몇 십년, 몇 천년을 기다린다. 바람과 물과 햇빛이 자신을 사랑해줄 때까지. 식물은 동물처럼 불필요한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로맨스는 항상 첫사랑처럼 정갈하고 순수하다. 그리하여 순리대로, 적든 많든 자손을 낳고 때가 되면 담담하면서도 단호히 죽어간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어김없이 봄은 돌아왔다. 나는 또 녀석들과 대면할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 고민 중이다.
쌔엠
엄마와 함께 키웠던 똥거름준 무 맛이 생각킴니다.

어린애가 농사에 무슨 도움이겠습니까만..ㅎ

무밭에 오줌을 안갈겼다가 혼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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