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초록마을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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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71] 초록마을에서 희망을 본다

0 개 3,712 KoreaTimes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곳에서 찾는 소박한 소망일 뿐이다.

  지난 11월 9일 아침 TV3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Rachaelray'라는 요리연구가와 함께 등장해 요리 실습을 하는 태평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도마질도 하고, 피자조각을 맛보기도 하면서. 불과 몇 년 전의 미국대통
령 이라기엔 너무나도 소박하고, 자연스런 분위기였다. 다른 곳에선 부인인 '힐러리'가 대통령 선거 운동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3김씨가 4,5십 년을 끊임 없이 정치권에 깊이 개입하여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명박씨가 5년 전 BBK회사 사무실에서 당시 박영선 MBC기자와 인터뷰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이장춘 전 필리핀 대사가 BBK회장 명함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도 여전히 이명박씨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4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죽을 쒀 놔서 정도(正道)나 신뢰(信賴) 보다도 '경제회복'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한 달 전쯤 '버시 바우' 주한미국대사는 한국 대통령 선거는 참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회창씨가 출마선언을 하기도 전 일이다. 이 글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대통령 선거가 끝나 있을 테니 재미있는 결과가 어떻게 나와 있을지 자못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하기만 하다. >

  여전히 연말은 다가오고 새해도 찾아 온다. 그런데 요즘처럼 교민사회가 조용하고 흥이 안 나는 때도 드물다. 올해는 우리에게 특히 재미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착 가라 앉은 교민 경제 환경 속에 이민법은 우리에게 자꾸만 악화일로를 걷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파급효과, 그리고 호주와 한국으로 빠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외로움이 겹쳤다. 거기다가 끊임 없이 들려 오는 고국의 혼란상-신정아 파동, BBK 검찰수사발표, 총기난동사건, 서해안 기름유출사태, 대통령선거의 과열과 혼탁 등-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데 충분조건이 되었다. 그래서 연말을 맞는 우리의 기분은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출구 앞에 선' 느낌이다. 이 어두운 곳을 빨리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한국에 살 때 우리의 모토는 '바쁘게 살자'였다. 그런데 몇 일 전 정신과 의사이면서 '배짱으로 삽시다'의 저자인 이시형박사가 서울을 떠나 강원도 홍천 산골에 파묻혀 지낸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보았다. 이제 그는 '느리게 삽시다'와 '비우고 삽시다'를 주장하고 있단다. 그는 홍천에 'Hillians Sun'이라는 마을을 꾸미고 스스로 촌장이 되었다. 소위 '화병'을 한국문화와 관련된 '정신의학적증후군'(Culture Bound or Culture related Pychiatric Syndrom)으로 규정, 그 치료방법으로 '천천히'와 '한 템포 늦게'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13년 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뉴질랜드이민설명회'가 있던 날 "저 푸른 초원 위에~"를 떠 올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공해와 교통지옥으로 얼룩진 서울의 일상이 자꾸만 스트레스로 다가 올 즈음 주말이면 시골생활을 꿈꾸며 분원, 수지, 구리 등 서울의 근교를 섭렵하고 다녔다. 그런 때에 '뉴질랜드세미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세미나 강사들의 얘기도 솔깃했지만 비디오를 통해 보여지는 목가적인 풍경은 내가 찾던 바로 그 동네였다. OECD 국가 중 몇 안 되는 푸른 초원의 나라. 더군다나 영연방으로, 영어 쓰는 선진국이니 애들의 교육이나 장래까지 보장될 것 같은 흐뭇함이 일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지만 '뉴질랜드 이민송'처럼 느껴졌던 "저 푸른 초원위에~"는 꿈이었고 영어와 Job구하기와 문화의 차이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건 아닌데"하고 다시 옷깃을 여미고 주위를 둘러 보게 된 것은 영어로도 골프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깨닫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그렇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시 푸른 초장을 돌아 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꿈꾸던 전원생활을 이제야 찾아와 얼기 설기 채소밭부터 만들어 놓았다. 텃밭을 꾸미고 모종을 사다 심고, 달팽이 약도 뿌리고, 행여 넘어질까 눈도장 찍어 가며 오늘도 물을 뿌린다. 아침 저녁으로 주는 물 값만도 장난이 아닐 터이니 경제성만 따진다면 오히려 손해일 듯 싶지만 오늘도 하염없이 물을 준다. 1620년 'May Flower'호를 타고 간 Pilgrim Fathers들이 '첫 번 추수감사절' 잔치를 벌일 때의 심정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수확은 결코 수지타산으로만 계산 될 수 없는 무한한 성취욕과 희망의 상징이기에 오늘도 부자가 된 기분으로 물을 준다. 초록의 심정으로 사는 것은 희망을 부르는 일이다.

  새해에는 초록마을에서 더 소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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