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아버지와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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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아버지와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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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을 때 잘 해'라는 드라마도 나오고 노래도 나왔다.

  미국계 회사원인 큰 애는 여유가 있는데 E회사에 다니는 둘째는 "싫컷 잠 좀 자 봤으면-"이 소원일 정도란다. 한국의 저녁 9시쯤 전화해도 회사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왜 자주 전화 안 하느냐?" "맘 놓고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자주 전화해요?"하고 늘 싸운다.

  회사에서 제법 인정 받아 상품기획과 해외업무를 맡아 걸핏하면 영국, 독일, 홍콩, 중국으
로 출장 다니고 전국을 활개치고 다니니 아빠가 선망했던 바로 그런 생활이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 때였다. 몇 일 전부터 계획도 얘기하고 '선물 뭐 해 드릴까요?' 신나서 연락할 텐데 추석 당일에야 힘 없는 소리로 전화가 왔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아프칸에서 왔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휴가 시작 후 이틀을 잠만 잤어요. 바빠서 요번엔 용돈만 조금 보냈어요. 죄송해요."  영국, 홍콩 다녀오자마자 부산가서 프리젠테이션하고는 녹초가 되었단다. "넌 내 딸이 아니고 회사 딸 같다. 그러다 국제 미아 되는 것 아니냐"고 퉁명스럽게 얘기했는데 오늘 아침에야 "아빠가 이해 못하면 누가 이해해 주겠느냐?"로 끝을 맺는 긴 메일이 왔다. 처음엔 '연약한 막내가 글로벌 시대의 주인공답게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했고, 별로 내세울 게 없었던 나로서는 틈만 나면 자랑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나라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것 같고 자꾸만 허전한 생각이 든다.
  
  80년대 후반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내 만년필을 잠깐 쓰시더니 "참 좋구나."하신다.  서독에 갔을 때 샀었는데 메모가 일상화된 내게는 중요한 것이었지만 "아버지 쓰세요."했더니 그래도 되겠냐면서 얼른 가져 가신다. 평소 물건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으셨는데 그 날은 이상하게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후 아버지는 여행 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니 그 만년필이 마지막 선물이 된 셈이다. 나는 철이 든 후로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항상 여유가 없으면서도 형제들 뒷바라지 하시거나 친구들 빚 보증서시는 일 등이 잦았다. 그래서 늘 가난하게 살면서 어머니를 너무 고생시켰고 나도 학창시절부터 자수성가 하다시피 했다.

  수 없이 한숨과 눈물로 지새던 어머니를 보면서 굳게 결심을 한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살아가면서 절대로 빚을 지지도 않고, 빚을 주지도 않겠다. 둘째로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보지 못한 채 남을 먼저 돕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 나이에 가까워 갈수록 위의 두 가지는 흔들리기도 하고 약간씩 변하기도 했지만 비교적 관리를 잘 한 셈이다. 그리고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께 별로 잘 대해 드리지 못했다. 말년에 집 한 채 변변히 갖지 못했던 아버지를 볼 때마다 답답하기도 하고 미움도 쉽게 가시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늘 가슴속 한 곳에 못이 박히는 아픔을 느낀다. 그 하찮은 만년필-그것도 쓰던 것을 받고서 그렇게 기뻐하셨던 아버지, 그 때쯤은 그래도 먹고 살만 했고 그 보다는 훨씬 값진 선물들을 해 드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조금만 더 내 생활에 안정을 기한 뒤에 아버님을 편히 모셔야겠다'는 어리석은 의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인데 '미리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여지없이 남는다.

  가끔씩 텅 빈 애들 방에 들어가 둘러 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보기도 한다. "아빠, 저 없어도 이방 치우거나 다른 사람이 쓰면 안 돼요. 오클랜드에 이런 멋진 내방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어요."라던 말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애들 방을 없애지는 못한다. 지난 연말에는 두 녀석이 나란히 휴가를 내어 모처럼 온 식구가 모여 가족 사진도 찍고, Pokeno 근처의 2번 국도에 있는 'HOTEL DUVIN'의 불란서식 레스토랑을 찾아 가기도 했다. 뉴질랜드 촌놈들이 이제 척척 와인도 시키고 음식도 그럴듯하게 주문하는 걸 보고 한편으론 엄마 닮아 다행이구나 싶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서양 식당에 가면 주눅 들기만 하는데.

  한국의 두 배쯤 커 보이는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또 아버지 생각이 났다. 만년필 하나를 놓고 그렇게 기뻐하셨던 아버지께 왜 그럴듯한 양복하나 때 맞춰 해 드리지 못했을까! 하지만 드라마 속의 이야기처럼 아버지는 결코 기다려 주시지 않았다.  

  한편으로 애들이 보고 싶다.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냥 오클랜드에서 살게 할 것을!

  그렇지만 '미리 알았으면'이라는 가정은 모두 신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애들에게 더 자주 전화 안 한다고, 메일 안 보낸다고 섭섭한 마음이 들 때면 아버지가 생각나면서 스스로 움츠러 든다. "넌 아버지께 그렇게도 섭섭하게 해 드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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