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현지화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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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현지화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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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1620년 영국과 네덜란드를 떠난 102 명의 Puritan(청교도)들은 Mayflower호를 타고 66일간의 긴 항해 끝에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Plymouth항에 도착한다. 나중 'Pilgrim Fathers' (선조 순례자들)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과 풍토병 그리고 원주민들과의 사투였다. 다음해 10월 칠면조와 호박파이를 놓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면서 ‘첫 번 추수감사절' 잔치를 벌일 때 스스로 대견한 나머지 모두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100여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하와이에 처음 이주했을 때 주위는 온통 사탕수수 뿐이었고 종일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집에 와서는 그대로 쓰러질 정도로 지옥 같은 삶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일념 속에 견디며 뿌리를 내렸고 오늘날 미국 전역에 200만이 넘는 동포들이 정착하는 근원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뉴질랜드 이민은 참으로 낭만적이고 사치스러울 정도지만 그래도 고국을 떠난 삶은 역시 외롭고 고달프게 마련이다.

  20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에 체류 중일 때 그 지역 특유의 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Tornado)에 대해 들었다. 토네이도가 몰려 오기 전 대책 본부에서는 '토네이도 경보'를 발령하고 거기 대비해 가축을 가두고, 어린애들의 외출을 금지시키고, 날아 갈 물건들을 묶어 놓는 등 오랜 동안의 경험을 통해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미국 바람이 최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뉴질랜드에 상륙했다. 오클랜드에서도 여러 곳에 피해가 났고 정전이 되었다. 한국의 6,7십 년 대에나 겪었던 정전이 되어서야 새삼 전기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김일성이 쳐 내려 올까 봐 가끔씩 비상훈련을 한 덕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양초와 신라면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현지화는 아직도 여전히 너무 어렵다.

  <나이들어 제일 적당한 운동이 골프라는데 요즈음은 바쁘기도 하고 비가 잦아 1주일에 한 번 나가기도 쉽지 않다. 겨울이 되니 양말까지 푹 젖어서 몇 일 전 방수골프화를 사려고 클럽 안에 있는 골프숍에 들렀다. 마침 튼튼해 보이는 까만 아디다스 골프화가 있어 매니져 C에게 할인 가격으로 $190을 주고 샀다. 집에 와 신어 보니 발목이 아프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다음 날 바꾸러 갔더니 C는 없고 다른 스타프만 있었다. 일단 그에게 얘기하고 진열된 것 중 하얀색 골프화를 신어 보니 딱 맞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격표에 $166이라 붙어 있어 차액 $24을 받으려 했더니 월요일에 매니져가 오면 직접 얘기하라고 해서 일단 신고 왔다. 그런데 다음 주에 갔더니 C는 "하얀 골프화는 원래 $250짜리 인데 특별 가격을 붙여 놓은 것이라면서 한 마디로 차액을 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딱 잘라서 얘기하는 바람에 얼떨떨했고, 평소에 '아시안들에게 특히 불친절하고 무례하다'고 여러 차례 들은 바 있기에 주눅이 들어 그냥 돌아 왔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말이 안 되고 억울한 느낌이 들어 이튿날 아침 제백사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갈 때 A4 용지에 'Black Shoes($190)-White Shoes($166)=Difference($24)' 이라고 크게 써서 포켓에 넣고 갔다.  

  영수증을 보여 주며 다시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하얀 구두는 가격표가 잘못 붙어 있었던 거라고 큰 소리로 둘러 댔다. 나는 "원래 가격은 내가 알 필요 없고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고 샀으니 차액을 돌려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조용히 말했다. 그랬더니 얼굴이 붉어 지면서 다짜고짜 불손한 말투로 '안 된다는데 왜 자꾸 귀찮게 구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볼륨을 2단 정도 높이면서 주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써 가져간 표를 짚어 가며 또박 또박 얘기했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이 친구 영어는 잘 못해도 내용은 옳은 것 같애"하는 표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때 C가 갑자기 $24을 꺼내 '가져가라'면서 테이블 위에 탁 놓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 멤버이고, 고객인데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느냐? 돈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영 잘못 되었다."고 했더니 계면쩍게 웃으며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되었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 오는 동안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고 현지화는 정말 피곤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서'가 떠오른다. (앞 부분 생략)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도 짙구나)
                                     But I have promises to keep,
                            (하지만 내게는 지켜야만 할 약속이 있으니)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그리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몇 십리의 길이 있다네.)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잠들기 전에 가야만 할 몇 십리의 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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