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문구는 필자가 몇 해 전 크로스리스에 사용된 임대차 계약서를 검토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조항을 발췌한 것이다. 프린트 된 활자가 보기힘든 분을 위하여 밑에 다시 정리해보았다.
Notwithstanding anything hereinbefore contained the Lesse will not assign sublet or otherwise part with possession of the said premises to any person who is of any non-European race.
한글로 번역해보면, ‘상기의 사항을 배제하고, 세입자는 해당 부지를 유럽인을 제외한 여타 인종에게 양도, 전대 또는 제공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다. 아마도 60년대에 작성되어 등기된 크로스리스인 듯 한데, 요즘 시대에 이러한 문서가 작성되어 부동산의 소유주를 제약한다면,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문서가 작성된 60년대만 하더라도, 적당한 인종차별은 별 문제거리 조차 되지 않았나 보다. 아무래도 크로스리스 역시 개인과 개인사이의 계약이다 보니 이러한 조항이 첨가된 맞춤형 계약이 존재할 수 있지않았나 싶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2008년즈음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 모기지 세일 (mortgagee sale)로 많은 부동산이 강제 경매로 매각되었다. 아무래도 모기지 세일, 즉 강제 경매라는 딱지가 붙으면 매매가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고, 적지 않은 부동산 소유주가 은행이 강제로 부동산을 모기지 세일로 내놓기 전에, 급매로 부동산을 매각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로 잘 받을 수 있는 매매가로도 대출 원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고, 집주인이 매매계약서에 서명을 한 후, 은행이 모기지(mortgage)를 해제해주지 않아서 집주인은 구매자와 체결한 매매 계약도 위반하고, 은행에서도 채권 추심이 들어오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 하였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변호사들은 매매 계약서를 보완할 추가 조항을 마련하게 되는데, 집주인이 매매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은행의 사전 승인을 받거나, 아니면 계약서를 조건부로 작성하여 은행에서 해당 매매가를 승인해주어야만 계약이 성립되는 형식으로 진행할 때도 있었다.
불과 5년여가 지났을 뿐인데,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동향이 뒤바뀌어 웬만한 집들은 집주인들이 자발적으로 경매에 내놓고, 구매자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워낙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서도, 이 집을 팔아서 그 금액으로 우리가 다른 집을 살 수가 있을까를 걱정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고, 따라서 변호사들은 이 상황을 타개할 조항을 만들어내었다. 즉, 매도자(집주인)가 매매계약서를 체결한지 일정 기한 안에 특정 부동산 (또는 매도자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대체 부동산)을 구입 하여야만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조건이다. 만약 매도인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구매희망자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셈이다.
반대로 집을 구매하고 싶지만 워낙 빠르게 상승하는 시세를 감당하지 못할때, 현금 외에 현물로도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 종종 보이는데, 예를 들어 매도인이 원하는 금액은 백만불이고, 구매 희망자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구십오만불일때, 차액인 오만불을 미술품이나, 자동차 등의 현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부동산 매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평범한 보통사람에게는 가장 큰 재산에 관련된 문제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계약을 만들수 있다는 점 유념하시고 집을 파는 분이건, 사는 분이건 행운을 빈다… 요즘 오클랜드 집 값을 보면 운이라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