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vocation – 도발(挑發)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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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vocation – 도발(挑發)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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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뉴질랜드 법조계에 새로운 화두가 제시되었다. 올해 들어 연이은 살인사건의 재판에 provocation(이하 '도발'이라 지칭한다)의 항변이 사용되었는데, 최근 도발의 항변이 사용된 Clayton Weatherston의 재판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이 항변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도발'의 항변은 형법(The Crimes Act 1961) 169조에 명시 되어 있는 항변인데, 이 조항을 형법에서 폐지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 되어있는 상태이다.

영미법은 살인 혐의에 둘 이상의 등급을 두어 각각 다른 범죄로 분류하고 각 범죄에 맞는 형벌을 차등하여 부과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살인을 murder(모살(謀殺))로 불리는 고의적인 살인(혹은 다른 중대한 범행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살인)의 등급과, manslaughter(과실치사/고살(故殺))로 불리는 부주의의 결과로 인한 살인의 등급의 두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살인 범죄/혐의에 이토록 등급을 두게 된 이유를 보면, 살인 혐의는 전통적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의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타인의 죽음을 유발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형벌로 사형은 과함이 틀림없고 동정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렇다고 과실로 인해 타인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무죄로 보낼 수는 없기에 살인의 밑에 과실치사의 혐의/범죄를 차등하여 정립해 놓은 것이다.

도발의 항변은 피고인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을 때만 사용할 수 가 있는데, 이 변론이 받아들여지면, 살인범/피고인의 혐의가 살인(murder)의 혐의에서 과실치사(manslaughter)의 혐의로 정상 참작되어 선고 받게 되는 형량이 범위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도발의 항변이 성립하려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언행이나 행동 등을 통해 격정/도발 되고, 그로 인해 자기통제를 상실하여 피해자를 살인했다는 것이 입증 되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Clayton Weatherston(이하 'C')의 재판을 보면 C는 여자친구와 다투던 중 여자친구가 자신의 안경을 쳐서 떨어트렸다는 것에 도발되어 여자친구를 칼로 찔러 죽였고, 자신이 피해자의 행동으로 인해 도발되었기 때문에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의 혐의로 정상 참작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있었던 또 다른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원치 않은 성적인 접촉을 했다는 것에 격분하여 피해자를 구타해 죽인 피고인이 도발의 항변을 주장했고 이 경우에는 정상이 참작되어 피고인의 혐의가 살인에서 과실치사로 격하된 적이 있었다.

C의 재판을 비롯한 여러 재판에서 '도발의 항변'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그의 당위성에 이의가 제기 되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가해자/피고인의 변론 중 '도발'을 입증하려 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건 의도가 없었건 피해자에게 나쁜 이미지를 전가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다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

• 도발의 항변이 남용될 가능성 – 실제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되었던 81건의 살인사건 재판 중 15건에서 도발의 항변이 사용되었고, 그 중 5 건만이 성공적이었다;

• 배심원 제도를 사용하는 뉴질랜드에서는 도발의 항변을 제대로 이해하는 배심원이 드물다는 점;

• 판사들 사이에서도 '도발의 항변' 원칙의 해석과 적용에 뚜렷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자동적으로 무기징역을 처벌 받지 않기에 도발의 항변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주장

반대로 '도발의 항변'의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변론이 없어진다면 과실로 인한, 또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도발로 인해 피해자를 죽인 사람을 '살인범'으로 판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거론하며 도발의 항변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이 과연 법으로 통과될지, 그리고 법으로 통과되어 도발의 항변이 폐지 된다면 이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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