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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 규원
1
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
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
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어둠을 자세히 보면 어둠의 코도 역시 어둡고 눈도 귀도 어둡다
어둠을 자세히 보는 방법은 스스로 어둠이 되는 길이라고 하고
어둠을 자세히 보는 방법은 거리를 두는 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둠을 자세히 보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어둠이 어두운 게 아니라
어두운 게 어둠이리는 사실이다
2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모든 것은 어둠이다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꽃도 사랑도 청춘도 어둠이고
어두운 게 어둠이므로 어두운 날 본 태양도 어둠이다
그러니까 어두운 것으로 뭉친 어둠은 어둡지 않는 날 봐도 역시 어둡다
3
어둠이 어두운 것이라면, 만약 어둠이 어두운 것이라면,
그러므로 결국 어둠 외에는 어두운 게 아니다 라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친절히 내가 말해도
사람들은 나더러 말장난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