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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시작으로 크게 발전한 소위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몇년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단순히 ‘구글 검색’등을 통해 직접 찾아봐야 했던 정보들을 훨씬 빠르고 쉽게 얻어낼 수 있기도 하고, 또한 삽화, 영상제작 및 음악작곡 등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내주고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위와 같이, 기존에는 인공지능이 절대 넘볼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다양한 예술 및 창의적인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 사용으로 인해 예술분야 일자리가 줄어들어다던지, 혹은 (굉장히 모순되게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IT분야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던지 하는 뉴스를 들을때면 내 직업은 안전할까 걱정되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편리한 도구로서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리고 법률비용이 절약될 수도 있겠지만), 단기 미래에도 변호사 특히 ‘경력있는 변호사’를 대체하지는 못할거라는게 중론입니다. 일단 법 개정 없이는 변호사 이외에는 (특히 집을 사고 파는 conveyancing 등) 법률대리를 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인공지능이 아직 다양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큰 한계는 hallucination, 즉 소위 ‘환각’정보를 제공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없는 판례를 있는 것처럼 정보제공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특히 올해 들어서 전세계에서 적지 않은 수의 변호사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판례검색을 한 후에 제공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고 법원에 제출했다가, 없는 판례로 확인이 되어 판사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심지어 변호사협회 징계를 받게 되었다는 기사들을 종종 접하게 되었구요.
저도 제가 직접 이용하면서 환각을 느껴본건 아니지만, 두 고객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 고객분께서는 뉴질랜드에서 사용하지 않는 번호를 가지고 있는 서류양식을 요청하셨는데, 어디서 들어본 양식이냐고 여쭤보았더니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검색한 정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부분은 특별하게 정해진 양식이 없고 일반 양식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변경하여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인공지능도 한계를 느끼고 뉴질랜드에 없는 (다른나라에 있는건지 없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환각 양식을 만들어낸 것 같았습니다.
두번째 고객분께서는 마치 다른 변호사로부터 2차 소견을 받은 것처럼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요, 그 시작부터 ‘나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법률 전문가로서 말하는데…’ 라고 거창하게 시작했고, 그 끝에도 실제 이름 대신에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법률 전문가’라고 서명을 해놔서, 보자마자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실제 유명한 법률 전문가라면 이름을 숨길 필요 없이 드러내는게 더 유리할지라, 실제로는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가 쓴 것이거나 (혹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쓴 것이거나) 아니면 인공지능을 사용한 것이겠구나 했는데 고객분께 자세히 질문을 드리자 아니나 다를까, 인공지능을 사용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고객이 말한 증거 하나에 대해서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법원에서 반드시 이기거나 아니면 합의할 때 밀어부쳐라’라는 식으로 아주 자신감있게 써 놓은 부분에서 실소가 터졌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법률조항을 근거로 삼기는 했지만 그 법률조항 내용은 완전히 틀렸고 (하위조항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말하고), 또한 실제로 존재는 하는 판례를 (형사소송쪽) 회사법에 맞는 것처럼 내용을 바꾸어 말하거나, 존재도 하고 제대로 된 판례를 언급은 했으나 우리 소송에는 관련이 없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키위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 없이 소위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에서 많이들 하는데, 다양한 이유로 (법률비용을 마련하지 못한다거나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전무하다는 등) 어차피 나홀로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인공지능의 도움이라도 받아서 진행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인 분들중에서도 나홀로 소송을 하신 분들의 말씀을 간혹 들었는데 (그중 대다수의 경우 진행이 잘못 되어 항소를 원하시면서 저에게 찾아오신 경우였긴 합니다)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도 있는데다가 법률용어의 생소함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마찬가지로 바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힘드시면 인공지능이라도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어떤 양식을 사용해야 하는지 부분은 법원 직원등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확인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잘못된 양식을 사용하면 소송이 바로 기각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반대로 재정이 넉넉해서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시는 개인이나 법인은 당연히 변호사를 이용하는게 맞겠습니다. 그 중간의 경우에도, 법률비용을 마련은 할 수 있긴 있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법률비용을 아껴볼까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위에 말씀드린 인공지능의 한계 때문에 법률비용보다 더 큰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신청한 소송이 기각이 되는 기회비용 및 상대방에게 변호비용을 물어야 할 수도 있는 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