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칼럼 | 지난칼럼 |
아시안 패밀리 서비스(Asian Family Services, AFS)는 2025년 전국 아시아인 정신건강 및 웰빙 조사를 통해,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내 아시아인 커뮤니티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와 문화적 격차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된 대규모 조사로, 1,016명의 성인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최신 심리측정 도구를 활용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수집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2%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1년 대비 우울 위험군 비율이 상승한 수치다. 특히 청년층(18~29세)의 72%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나, 고령층(65세 이상, 29.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60.3%)이 남성(53.9%)보다 정신건강 취약성이 더 컸으며, 민족별로는 한국인(69.1%)과 인도인(63.5%)이 가장 높은 우울 위험을 보였고, 중국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51.6%)을 보고했다. 이러한 세대, 성별, 민족 간 격차는 뉴질랜드 아시아인 사회 내 정신건강 불평등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된 삶의 만족도와 삶의 의미 지표 역시 악화됐다. 전체 응답자의 75.1%가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2021년 대비 6.4%포인트 하락했다.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79.2%로, 역시 2021년 대비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장 높은 만족도와 삶의 의미를 보고했지만,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68.3%, 의미감은 73.4%로 낮아, 세대 간 정서적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오클랜드와 웰링턴 등 대도시 거주자는 삶의 만족도와 의미감이 낮았으며, 남섬 소도시 거주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이는 도시 중심의 생활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소속감 부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소속감과 안전감 역시 여전히 문제로 나타났다. 낮 동안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71.1%로, 다소 높았지만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56.5%에 불과했다. 특히 청년층과 대도시 거주자, 중국인과 한국인은 낮은 소속감과 안전감을 보고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 차별 경험, 문화적 불포용과 연결된다. 이러한 심리•사회적 요인은 우울 위험과 직결되며,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에서도 큰 장벽이 발견됐다. 응답자의 48.6%가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알지 못했고, 41.1%는 서비스 효과에 확신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39.8%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을, 37.8%가 개인정보 보호 우려를, 36.1%가 낙인을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중국인과 한국인 응답자는 통역, 번역 자료, 문화적으로 적합한 임상 서비스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보고했으며, 이는 문화적•언어적 지원 부족이 정신건강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정기적으로 문화•언어 지원을 받는 비율은 26.4%에 불과하며, 약 40%는 지원이 일관되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정신건강 격차와 서비스 접근성 문제는 정책적•실무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청년층과 도시 거주자를 중심으로 한 예방적 정신건강 프로그램, 디지털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문화적으로 맞춤화된 상담 및 심리치료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의 디지털 친화성을 고려한 AI•온라인 기반 정신건강 도구 개발은 새로운 기회로 평가된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의 문화적 역량 강화, 다문화적 임상 역량 확충, 공공 인식 개선 및 낙인 완화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
이처럼 2025년 조사 결과는 세대, 성별, 민족, 지역별 정신건강 격차가 지속되고 있으며, 청년층과 도시 거주자가 가장 큰 위험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뉴질랜드 내 아시아인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문화적, 언어적, 구조적 장벽을 해소하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