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칼럼 | 지난칼럼 |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이다. 정해진 규칙, 조용한 분위기,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공존하는 이 운동은 종종 ‘신사의 게임’이라 불린다. 그런데 이 골프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 사회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골프 규칙이 우리 삶 속의 사회 규범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골프를 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룰을 지키는 자세’였다. 티박스에서 공을 칠 때 순서를 지키고, 벙커에서 나온 후에는 레이크로 모래를 정리하며, 그린에서는 다른 사람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도록 신경 쓴다. 모두 작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겨 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줄을 서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 신호를 지키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범이다. 누군가 이 질서를 무시하면 작은 갈등이 생기고, 그것이 쌓이면 큰 불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골프가 흥미로운 이유는, 엄격한 규칙 속에서도 ‘유연함’을 허용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캐주얼한 라운드에서는 OB(아웃 오브 바운즈) 시 바로 페널티를 주지 않고, 드롭을 허용해 경기 흐름을 이어간다. 플레이 속도가 느릴 때는 한두 타를 건너뛰기도 하고, 벙커를 밟았더라도 정중한 사과 한 마디에 상황은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관용의 골프 문화다.
이런 점에서 나는 골프를 하며 사회 속 인간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규칙의 본질은 그 자체보다, 모두가 더 나은 경험을 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구가 초보 골퍼인데 계속해서 공을 잃고 해저드에 빠진다고 가정하자. 룰대로 하면 벌타를 계속 줘야 하겠지만, 함께 즐기는 라운드에서 너무 딱딱하게 규칙을 적용하면 상대는 위축되고 분위기는 무거워진다. 그럴 땐 “그냥 드롭하고 가자”고 말해주는 한 마디가 더 큰 배려가 된다.
이것은 우리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직 생활, 가족 관계, 친구 간 약속에서도 원칙은 중요하지만, 때론 그 원칙 너머의 사정과 감정, 인간적인 면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고, 서로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골프는 나에게 규칙의 중요성과 함께, 관계 속 유연함의 가치를 가르쳐준 스포츠였다. 벙커에 빠졌을 땐 탈출법을 배워야 하고, 퍼팅이 빗나갔을 땐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행동 하나가 동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늘 생각하게 한다.
골프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인간관계를 배우는 일이다. 지켜야 할 것과 넘어가도 괜찮은 것, 그 경계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