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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토모(WAITOMO) 지역은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딧불 동굴(Waitomo Glowworm Caves)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단순한 지질학적 명소를 넘어, 마오리 부족들에게는 정령이 깃든 어두운 세계와 영혼의 통로,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
* 땅 아래의 숨결
오래전,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에 위치한 깊은 숲과 언덕 사이에 테 아오 타히(Te Ao Tahi)라는 마오리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땅속 깊은 동굴 속에서 태어나 세상의 빛으로 나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지금의 와이토모 동굴이라 불리는 “와이투라리키(Waiturariki)”, 즉 “별이 흐르는 동굴”이 있었다.
* 어둠 속의 빛
전설에 따르면, 이 동굴은 단순한 돌과 물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수천 개의 반딧불 같은 작은 영혼들이 밤마다 천장을 수놓으며 하늘을 닮은 빛의 강을 만들었다.
마오리들은 이 반딧불들을 “와이라오(Wairao)”라 불렀고, 그들은 오래전에 죽은 조상의 어린 영혼이 환생한 존재라 믿었다.
* 정령의 여정
마을의 전사 중 한 명인 아리키타네(Arikitane)는 젊고 호기심 많은 전사로, 자신의 꿈속에서 자주 이상한 목소리를 들었다.
“땅속의 별을 따라가라. 그 끝에 너의 진짜 이름이 있다.”
그는 이 꿈을 따라 와이라오들이 반짝이는 동굴로 향했다.
* 동굴의 시험
동굴은 깊고 어두웠으며, 그 안의 공기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속삭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곳엔 돌처럼 굳은 침묵, 물방울처럼 느린 시간, 그리고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정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천장 가득 별처럼 빛나는 와이라오들이 아리키타네의 머리 위를 비추었다.
그는 그 빛을 따라 걸으며 어릴 적 잊고 지냈던 기억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조상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 진실과 마주하다
동굴 깊은 곳, 작은 호수 하나가 있었다.
그 호수 위엔 아무런 물결도 없었지만, 그의 얼굴이 아니라조상의 형상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 조상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전사가 아니다. 너는 ‘빛의 기록자’이다. 너는 우리가 잊지 않게 만들 사람이다.”
그 순간 아리키타네는 깨달았다.
강함은 무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 돌아온 사람
그는 동굴에서 나와 마을로 돌아갔고, 전사 대신 이야기꾼이 되었다.
그는 와이토모의 동굴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곳의 빛나는 정령들, 자신이 본 호수와 조상들에 대해 전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동굴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곳을 정령의 도서관, 조상의 별이 쉬는 곳이라 불렀다.
* 오늘날의 와이토모
지금의 와이토모 동굴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세계적 명소지만, 마오리 부족인 Ngati Kinohaku와 Ngati Maniapoto에게는 여전히 신성한 정령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들은 지금도 동굴을 방문하기 전 작은 인사를 올리고, 속삭이듯 기도한다.
“와이라오여, 오늘도 당신의 빛으로 우리의 기억을 밝혀주소서.”
* 전설이 남긴 것
이 전설은 단지 환상적인 반딧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중요성, 정체성과 조상과의 연결,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을 찾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와이토모 동굴은 오늘도 어딘가를 잊은 누군가를 위해 천장에 별처럼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