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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검정고무신 신은 맨발 등 위로
동그랗게 먼지 때가 낀 아이
학교 소풍날 노래자랑 위해
날계란을 깨어 먹던 아이
조회 시간이 길어지길 바라며
교실 지키던 주번 아이
디디티,기계충,채변봉투,석탄난로
이런 말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던 아이
아이들 집으로 간 저녁 교실
혼자 남아 풍금치던 선생님을
흠모하던 아이
방학책 일기를 한꺼번에 쓰면서
날씨가 기억나질 않아 고민하던 아이
도시락의 유일한 반찬 검정콩자반을
도시락 흔들어 섞어 먹고 입가에
검정 물들인 아이
국민체조 경쾌한 음악에 맞춰
마지막 숨쉬기운동까지 열심이던 아이
가난한 나라인데도 단체영화관람으로
가슴 설레게 해준 나라에서 자라난 아이
차비로 미루꾸 한 통을 사서 먹으며
달큰한 걸음으로 집에 가던 아이
헌책방에서 산 지난 달 새소년을 안고
읽고 싶은 마음 꾹 참고 집에 오던 아이
한 낮에 녹아 내리는 고드름 아래로
두 손 오므려 무심히 물을 받던 아이
숨막히며 읽은 암굴왕의 원제목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인 것을 알고
어색해하던 아이
하우 알 유, 화인 땡큐 앤드 유
처음 배우는 영어에 신나 선생님
따라하던 아이
그때보다 훌쩍 커져 있어도
가슴 한 켠 늘 그리운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