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0 개 416 명사칼럼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전 기간을 가리킨다. 예수 고난과 죽음뿐 아니라 나 자신의 죽음도 묵상하는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창세기 3,19b). 흙에서 나온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라틴어 humus는 ‘흙’, humanus는 ‘인간의’ ‘인간적인’이란 뜻이다. 인간과 흙은 존재뿐 아니라 단어로도 연결되어 있다.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에 교회성당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내 탓이오”다.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자기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입니다” 고백한다.


2009년 한국 가톨릭에서 ‘내 탓이오 운동’이 벌어졌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자주 강조해온 사랑과 화해와 용서의 삶을 압축했던 한마디이기도 하다. 죄 많이 지은 사람들이 뻔뻔하게 버티는 세상에서, 자기 잘못을 정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 “내 탓이오” 용어는 자칫하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잘못 이용될 소지도 있다. 사람을 정신적으로 억압하는 통제 장치중 하나로 악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왜 꼭 내 탓이지?”


내 죄를 만드는 세상의 악


죄와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죄가 개인이 저지른 잘못을 가리킨다면, 악은 개인의 죄가 구조화된 커다란 힘에 비유할까. 세상에는 내 죄나 남의 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먹 만한 내 죄와 티끌 만한 남의 죄가 모이고 커져서 마침내 눈덩이처럼 커다란 세력이 된다. 내 죄는 내가 뉘우치고 회개하여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악은 내 회개와 반성에 관계없이 독자적인 힘으로 우리를 억누른다.


이 설명은 달걀과 닭 중에 무엇이 먼저냐 가리키는 논쟁은 아니다. 내 죄와 세상의 악을 자세히 비교해보자. 인간에게 더 많은 해악을 끼치는 것은 내 죄인가, 세상의 악인가. 무엇부터 먼저 없애야 하는가- 내 죄인가, 세상의 악인가. 내 죄를 묵상하는 데 몰두하다가, 내가 세상의 악을 모른 체해도 좋다는 말인가. 아무리 큰 내 죄도, 세상의 악에 비하면, 사소할 뿐이다. “사람을 죄짓게 하는 이 세상은 참으로 불행합니다“(마태 18,7a).


“내 탓이요” 단어에서 내 잘못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세상의 악을 연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내 탓이오” 고백한다 해도, 모든 사람이 세상의 악을 정직하게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하는 주제를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내 탓이오” 그만 하고 “저들 탓이오!” 외치자는 말이다. “내 탓이요” 그만 하고 “예 할 것은 예,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마태 5,37) 하자는 말이다.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488_0867.png
▲ 광야에서 유혹당하는 예수. 위키백과


세상의 악에 저항했던 예수의 40일


예수 죽음뿐 아니라 내 죽음도 묵상하는 사순절이란 단어는 과연 적절한가. 성탄절, 부활절 단어는 내용을 가리키지만, 사순절 단어는 기간을 가리킨다. 내 생각에, 그 의미로 보나 정확성으로 보나, 사순절 단어보다 저항절 단어가 더 낫다. 사순절 단어는 예수의 수동적 고난을 가리키지만, 저항절 단어는 예수의 고난뿐 아니라 적극적 저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수가 고난 받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예수가 고난받은 이유를 또한 알아야 한다. 예수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예수는 고난 받지 않았을 것이고, 처형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예수는 수동적으로 고난 받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예수는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였기 때문에 고통 받았고, 정치범으로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


사순절 단어는 예수의 저항을 설명하기에 많이 부족한 단어다. 내 생각에, 사순절, 즉, 저항절은 예수 고난보다 예수 저항을 좀더 생각하는 시기다. 내 죄보다 세상의 악을 먼저 더 성찰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28살 체 게바라는 어머니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닿는 한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저들이 나를 십자가에 매달아두게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억울한 희생자가 없게 하자는 말이다. 세상에서 어떤 악이 자행되고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똑바로 보자는 뜻이다. 세상의 악을 없애기 위해 싸우던 예수를 따르자는 말이다. 체 게바라는 예수의 저항을 잘 이해하였다.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519_2609.png
▲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 60만명을 돌파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전날까지 62만6천763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건국전쟁’ 포스터가 나오고 있다. 2024.2.18. 연합뉴스


학살 독재자 이승만 칭송? 사순절에 개신교가 할 짓인가


세상의 악에 목숨걸고 저항했던 예수의 삶과 정반대되는 해괴한 짓이 최근 한국 개신교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을 통해 독재자 이승만을 부활시키려는 해괴한 움직임 말이다.


강인철 교수의 『종속과 자율-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에 따르면, 해방 직후 미군정은 일제의 종교 부동산과 재산(적산)을 대부분 개신교에 몰아주었다. 영락교회, 경동교회 등이 적산의 특혜 배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승만은 영락교회에서 출범한 서북청년단을 앞장세워 제주 4.3 학살을 자행하지 않았는가. 이승만은 아름다운 제주 섬을 거대한 공동묘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것 뿐인가. 이승만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가. 이승만의 죄악을 낱낱이 종이에 쓴다면, 대한민국 모든 종이를 모아도 부족할 것이다.


독일에서 독재자 히틀러를 찬양하는 사람은 즉시 감옥형에 처해진다. 대한민국에서 독재자 이승만을 칭송하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개신교 형제자매들께 정중하게 묻고 싶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6020d935ddd1975213b10bda8cea1e77_1710290408_0482.png
 
■ 김 근수 
역사연구가.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광주 가톨릭대학 2학년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로메로Romero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로 떠나 UCA 대학교에서 소브리노J. Sobrino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독일에서 배운 성서신학의 학문적 연구성과와 남미 해방신학에서 배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존중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다. 해방신학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교황과 나』, 공저로 『교황과 98시간』, 옮긴 책으로 『해방자 예수』가 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65 | 3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192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150 | 3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365 | 3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478 | 4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13 | 4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34 | 4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29 | 4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1 | 4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19 | 4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095 | 4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17 | 5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3 | 5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88 | 8일전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4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55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37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590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61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7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59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14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12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5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2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