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ˇ 식물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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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ˇ 식물원의 봄

0 개 3,335 NZ코리아포스트
크라이스트처치 방문 계획을 세우는 데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벼르고 별러서 가려는 데, 좀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함께 가려는 그룹은 좀 태연하다 “앞으로 기간이 있으니 좀 기다려 보자고”. 그래 그게 현명하리라. 치치 여행사에서도 긍정적이다. 도심 한가운데 오래된 건물은 좀 부서졌지만, 그 밖에는 별 큰 피해는 없단다. 그리고 좀 지나면 정상을 회복할거라고. 그래도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계속적인 여진 얘기다. 지진에 익숙지 않은 나로서는 여간 긴장이 되지 않는다. 방문할 장소를 섭외하면서도 여러 잡념이 계속 꼬리를 무니 말이다.

그래 좀 더 넓게 생각하자. 지진도 태풍도 우리 생의 일부가 아닌가? 모두 자연 아니 우주의 섭리대로 발생하고 또 소멸하는 일일 게다. 우리 일행은 계획대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내렸다. 마중 나온 기사님의 얘기는 이번 지진의 강도는 수 많은 희생자를 냈던 아이티의 지진과 중국의 지진과 같은 정도란다. 그런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제 식물원에 가 볼 차례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자라는 온갖 꽃들과 풀들은 장관을 이룬다. 자연 생태를 이루고 있어 그저 어울릴 따름이다. 가로수의 고목은 언제 지진이 지나갔냐고 나한테 묻고 있다. 아니, 그런 거 일상처럼 있어 온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여태껏 나의 조바심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저 나무들은 봄기운은 머금은 채 지저귀는 새소리를 음미할 따름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서투른 발걸음에는 관심도 없는 듯 그저 태연하다.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자동차가 매연을 내 뿜어도 식물원은 그저 상쾌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아가씨는 철인 경기를 대비하는 것 같고, 근엄하게 내닫는 아저씨는 몸이 무척이나 무거워 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식물원 근처에 사는 노부부의 발걸음은 지팡이와 함께 여유로워 보인다. 싸늘한 아침에 모두 다 여유로운 데, 길을 잃을까 염려하는 나그네만 아침시간에 늦을까 서두르고 있다. 그래도 새봄 식물원의 상쾌함을 느끼고 있으니 다행이다.

식물원 내의 오솔길은 혼자도 둘이도 즐겁다. 지나간 어제 얘기는 기억이 새로워 반갑고, 다가올 내일 얘기도 기대에 차서 흐뭇하다. 강물을 따라 흐르는 오리 떼는 새봄과 함께 새 식구들로 더 정겹다. 지나가는 아저씨 말로는 강물 속에 물고기는 얘들 눈에만 잘 보인단다. 식물원은 이제 막 봄이 찾아오는 데, 송홧가루와 벚꽃은 바람에 날리며, 또 다른 봄꽃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햇볕에 나온 벤치는 따뜻해서 좋고, 한적인 벤치는 얘기나누기에 제격이다. 그 속에 봄나들이 나온 나그네는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어 마냥 즐겁다.

 
식물원의 봄은 그냥 그대로 거기에 있다. 별러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치장할 만도 한데, 수수한 평상복 차림이다. 아름드리 고목나무는 언제나 그러하듯 두꺼운 겨울 옷 차림이다. 대부분 상록수는 사계절 일상복 차림이고, 개울가 버드나무만 새 옷으로 단장해서 산뜻하다. 그저 벚꽃과 철쭉 몇 그루만 치장시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식물원 봄 교향곡은 웅장하고 발랄해서 봄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니 올 새 봄은 어느 해 보다 충만하다.

이렇게 치치 식물원의 봄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이 태고의 원시림 사이로 봄꽃으로 단장하고 있다. 지나간 한 차례 지나간 지진도, 유난한 꽃 샘 추위도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없다는 듯 그저 담담한데, 탐욕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러한 봄도 그들의 속성대로 느끼려하고 있다. 이 봄도 그리 다가오는 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니 말이다. 식물원의 터줏대감 원시림은 나그네의 이런 마음까지도 다 알고 있는 듯하다.

* 치치: 크라이스트처치를 약해서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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