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끝나지 않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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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끝나지 않은 사랑

0 개 609 오소영

그의 아내는 장난끼 많은 남편 곁에서 늘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어릿광대처럼 아무에게나 장난을 걸어도 깔깔거리고 웃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지없이 행복했던 노인. 부부가 어찌 그리도 손발이 척척 잘 맞는지 . . .  


손으로 총을 만들어 날아가는 새를 향해 겨누는 시늉도 아주 그럴사 했다. 그러다가 몸을 홱돌려 이 쪽을 향하면 여인은 코미디언! 코미디언! 소리치며 아이처럼 흥분해서 박수를 쳤다. 곁에서 보기만도 즐거웠다.


그는 아내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마치 걱정근심 없는 별세계 사람들 같았다. 


창 밖으로 흘러나오는 여인의 밝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 소리만 들어도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젊어서도 항상 그리 살았을까? 나이 먹었다고 갑자기 달라질 수 없는게 인성이기에 그게 늘 궁금했다.


아내가 떠나고 없는 지금.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을 보는 것 처럼 낯설다. 아내를 하늘나라 보낸지가 오년이나 지났음에도 옛날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제 귓가에 맴돌던 그녀의 웃음소리는 벌써 아득한 추억으로 멀어져 갔다. 너무 조용해서 적막이 감돌뿐인 그의 집.

그는 혼자 안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으니 불안하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병 들어 누워있는건 아닌지? 슬며시 걱정도 되었다.


그의 집 안에는 코리언의 냄새가 풍기는 소품들이 여럿 벽에 걸려있다. 한국에 다녀 올 때마다 인사동을 뒤져 내가 선물한 것 들이다. 우리는 매 년 크리스마스를 한번도 건너뛴 적 없이 선물을 교환하며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었다. 그들은 어디서 사 오는지 어느 숍에서도 볼 수 없는 예쁜 물건들을 잘 골라 선물해 주었다. 언어의 교감이 부족했지만 눈빛만 보고도 너무 잘 지냈다.


언니가 다녀가신 후로는 늘 잘 계시냐고 문안도 빼놓지 않았다. 생김새가 다른 영국인 부부와 코리언인 내가 잘 지낼수 있었던 것은 정서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성이 부드럽고 깔끔하며 예의가 남달랐다.


장난스럽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만들어 사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살아가는 이웃이 참으로 좋았다. 늘 그들 행복이 전염되어 기쁜 선물로 마음을 적셔 주었다. 


어느날 우연히 그 집 뜰에 시선이 꽂혔다. 주인없는 터전처럼 쓸쓸했던 꽃밭이 새 임자를 만난듯 살아있질 않은가.


추녀밑으로 처음보는 새 조롱이 귀엽게 걸려있다. 검은흙 기름진 텃밭에는 언제나와 같이 꽃들이 한가득 피어 나풀거린다. 그 꽃들속으로 키작은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잘 배치가 되어 있다. 한결 운치를 더하는 조경이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입주를 했다는 말인가? 눈여겨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꽃밭의 꽃들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 좋아한다는 팬지가 한가득 피어 웃고 있었다.(그가 다시 꽃밭을 가꾸는구나)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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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와서 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더라도 변함없이, 아니 더 정성들여 꽃을 심고 가꿔 놓았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하늘나라 아내에게 보내는 선물로 다시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두 깊이 잠들어 조용한 밤, 아내의 영혼이 기쁘게 놀다가는 꿈을 꿀 것이다. 때로는 창문을 열고 꽃 속에서 사뿐히 나온 영혼과 밀어를 속삭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맨처음 그들의 장난끼를 보았을 때 나는 참 많이 놀랐다. 문화의 이질감을 떠나서 아무래도 철부지 아이들 노는 것 같아 민망할 뿐이었다. 영국 사람들 점잖은 줄 알았는데  . . .


차츰 살아가면서 그들의 편안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행동하면서 즐기며 행복한 부부 . . . .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던가. 소소한 일탈에서 얻어지는 작은 기쁨이 그들의 행복이었다.


내면 깊이 깔린 그들만의 진솔한 사랑을 깨달았다. 거칠것 없는 자유로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오직 그들만의 특별함.


그녀는 다리가 많이 불편했다. 남편의 팔을 지팡이 삼아 매달려 다니면서도 늘 당당했다. 재롱부리듯 천진스럽게 웃는 모습이 꼭 아이들 표정이었다. 하얗게 은발을 날리는 소녀? 같다고 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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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 가득 짐을 든 남편앞에서 걸어오는 모습은 흡사 여왕같은 포즈였다. 조심스럽게 걷는 걸음이 교만끼가 가득했다.


여자들의 부러운 시선을 자랑하듯 턱이 쑥 올라가는 얄미움도 있었다.


아내를 여왕마마로 모시고 다니던 애마(愛馬)는 어디로 치웠을까? 고목나무 밑에서 얌전히 새똥세례를 받던 차.


바쁘게 걸레질을 하면서도 연신 몸짓을 해서 기다리는 여왕님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이제 이른아침 슈퍼가서 먹을 걸 날라오던 노인의 부지런함도 잃은지가 한참이나 되었다.


주인을 잃은 시종이 되어 힘이 다 빠져버린 늙은이. 종이 호랑이로 구겨져서 조용하기만 한 그가 애처롭기까지 했다.


어느 날 부부가 나란히 외출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다고 했다. 누가 아프냐고 묻기도 전이다. 아내가 암에 걸렸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시한부 2년이라고 손가락 두개를 펴 보였다.


그 2년동안 치료 받는 아내를 돌보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티내지 않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게 눈물나는 헌신이었다. 


병색이 짙어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색하게 환자가 먼저 입을 열고 안부를 물어왔다. 무슨 여유일까?


병 문안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빨간 장미 꽃 한다발을 샀다. 펜스너머 이웃집 장미꽃이 바람에 떨어져 날아오면 그 꽃잎을 주워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던 생각이 났다. 좋아하시겠지.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전했다. 바로 그 다음 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열어보니 놀랍게도 환자인 그녀였다. 남편에게 매달려서 억지로 서 있는 모습이 위태로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맙다고 더듬거리며 나뭇가지 처럼 앙상한 손을 내밀었다. 죽음의 그림자로 뒤덮인 그녀의 처참한 모습에 섬찟했다. 솔직이 손내밀기 싫었지만 덥석 내민 손을 잡았다. 무섭게 싸늘하고 차가웠다. 등골이 서늘해 졌다.


그 몸으로 직접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오다니 . . . . 상대방 마음을 알아준다는 대단한 예의였다. 놀랍고 고마웠다.


철없는 아이들처럼 늘 장난치고 가볍게 깔깔 거렸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역시’하면서 깨닫는 게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노인이었다. 안색이 초췌했다. 말없이 내민 카드 한장을 받아들었다.


아내가 세상 떠난지 며칠 되었다고 천천히 말했다. 갑작스러운 말에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가 가볍게 내 등을  쓸어주며 괜찮다고 했다. 이미 장례가 끝난지도 닷새나 지났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나와 마주했던 바로 그 다음 날이었다.


힘들게 돌아서 가던 그 날의 앙상한 그녀의 뒷 모습이 떠올랐다.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고급 인화지로 만든 장례식 안내 카드가 생경 서러웠다. 생일 축하 카드처럼 정성으로 만들어서 놀랐다. 뒷면을 한가득 채운 사진은 귀엽게 웃고 있는 소녀였다. 고인의 13살 때 모습이라고 쓰여있다.


예식 절차 옆면에는 예쁜 시가 적혀있다. 60년대 유행했던 유명가수의 노랫말이었다. 아마도 두 사람이 사랑했던 때 같이 불렀던 노래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웃음 천국에서 살다가 그녀가 떠난 곳은 어디일까? 멀리 못가고 남편곁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그의 영혼 . . . .


장난끼 놀이도 결국은 아내에게 바치는 사랑이었다. 지금은 너무 조용해서 보는 쪽이 슬프다. 내색하지 않는 그리움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가 버린 사람이 때로는 밉기도 하련만 . . ..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텃밭의 꽃들은 그저 팔랑 팔랑 웃고만 있다.


어디선가 그녀 로니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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