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불교전통문화를 계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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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통해 불교전통문화를 계승하다

0 개 1,221 템플스테이

계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제철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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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바로 진관사의 계호 스님이다. 스무 살에 출가해 일찌감치 여러 큰스님들로부터 음식 솜씨를 인정받았던 스님은 1990년 대구 불교아카데미에서 사찰음식을 강의했고, 2009년에는 진관사 산사음식연구소를 설립해 사찰음식 대중화에 기여했다. ‘사찰음식 명장’이기도 한 스님은 천년고찰 진관사에서 묵묵히 전통을 지키며, 사찰음식의 정신을 현대에 계승하고 있다. 


수륙재와 함께 복원된 의례 음식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비구니사찰 진관사는 무척 운치 있다. 단아하면서 품격 있는 절집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고요한 아름다움이 있고, 장 항아리들이 단정하게 줄을 맞춘 너른 장독대에서는 음식에 대한 정성과 마음가짐이 읽힌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고려 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이지만 한국전쟁 때 화마(火魔)를 입어 전각 대부분이 소실됐다. 이후 한동안 방치되었던 이곳을 다시 일으켜 세운 주역은 1963년 주지로 부임한 진관 스님과 2006년 그 뒤를 이은 계호 스님이다. 


두 스님은 폐허가 된 절집을 하나하나 세우며 도량을 재정비하는 한편, 조선 왕실에서 주관해 진관사에서 행했던 국행수륙재를 재현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서 떠도는 외로운 영혼에게 불법(佛法)을 전하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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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9일 동안 일곱 차례 재를 지내는데, 마지막 7재는 이틀간 이어집니다. 상단 · 중단 · 하단에 올리는 각종 음식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단차림의 기본을 따르되, 일부는 현대적으로 해석해 준비합니다. 재에는 많은 음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륙재를 재현하는 과정은 곧 전통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은 “진관사가 사찰음식으로 유명해진 것은 이러한 의례를 중심으로 발달해왔기 때문”이라며, 그 대표적인 예로 ‘진관사 두부’를 들었다. 


“진관사는 조선 시대 조포사(造泡寺)였습니다. 지금이야 누구나 먹는 흔한 음식이지만, 조선 시대 두부는 왕실의 제례 음식으로, 지정된 사찰에서만 만들었어요. 진관사에서 만든 것은 서오릉의 창릉, 홍릉으로 보내졌지요. 기록을 보면, 섣달그믐부터 정월 보름까지 두부를 만들었다고 해요. 섣달그믐에는 두부소를 넣은 만두를 빚어 묵은 제사와 공양간에서 조왕신에게 올리는 불공을 하고, 두부를 만들어 신도들과 나누는 것도 연례행사였습니다. 진관사의 두부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두부 역사와 보급과정, 조선 시대 사찰의 문화와 역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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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뿐만 아니라 ‘사찰음식의 명소’로 꼽히는 진관사는 코로나 19 이전까지만 해도 국빈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015년, 당시 부통령이던 남편 조 바이든과 함께 방한했을 때 진관사를 찾은 일화가 유명하다. 


“원래 20~30분 정도 머물다 간다고 들었는데, 3시간을 있었어요. 헤어질 때는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다 아름답다’고, ‘다음에 꼭 사찰음식을 맛보러 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전해에 백악관 부주방장이었던 샘 카스가 저에게 오이물김치와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 갔는데, 그 인연으로 바이든 여사도 방문을 하게 된 것이죠.”


이밖에도 벨기에 왕비, 주한 외교사절,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진관사를 찾으면서 진관사의 음식과 계호 스님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외부 강연을 거의 하지 않고, 외국에도 나가지 않지만 지금도 그를 만나기 위한, 그의 사찰음식을 체험해보기 위한 국내외 손님들로 진관사는 늘 북적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지만, 진관사 산사음식 연구소 역시 그에게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한 수강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사찰음식은 요리가 아닌 삶의 지혜 


수륙재를 통해 진관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현대에 되살려낸 그는 음식에서도 전통을 고수한다. 사찰음식은 요리가 아니라고 단언한 그는 음식과 요리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연에서 문화로 변모하는 과정을 요리라고 하는데, 요리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교가 가미됩니다. 반면 산사의 음식에는 자연이 살아 있어요. 매일 먹는 음식이 그대로 약이 되지요. 우리 몸은 자연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가령, 새순이 돋는 봄에는 잎과 어린 나물을 먹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깨우기 위해 식초 · 설탕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여름에는 잎채소를, 가을에는 당근 · 우엉 · 무 같은 뿌리채소를 먹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산사에서는 채소 전체를 거의 다 먹지만 혹시 쓰레기가 생기면 퇴비로 씁니다. 차 찌꺼기도 그냥 버리지 않아요. 화분에 주면 식물들이 싱싱하게 자랍니다. 요즘 같은 김장철엔 무·배추 자투리들이 많이 남잖아요. 그걸 우거지 · 시래기 · 무말랭이로 만들어 두면 겨우내 국이나 찌개로, 밑반찬으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겨울에 우거지나 시래기 넣고 살짝 매콤하고 칼칼하게 국을 끓이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좋아요. 별다른 기교 없이 제철 재료를 단순하게 조리해 먹는 것, 그게 바로 사찰음식입니다. 요리가 아니라 삶의 지혜죠.”


스님은 사찰음식의 3요소로 청정, 유연, 여법(如法)을 꼽았다. 재료를 깨끗하게 씻어, 부드럽게 만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정성을 다해 조리한다는 뜻이다. 이는 삶의 방식과도 상통한다. 


“무엇보다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그 음식이 맛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최고의 양념은 마음’이라고 해요. 그리고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약이나 다름없습니다. 요즘처럼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에는 제철 재료로, 단순하게 조리한 것들을 먹는 게 좋습니다. 음식은 삶의 근본이고, 사람의 바탕이에요. 삶이 편안하려면 먹는 것이 담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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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와 계호 스님, 사찰음식의 대명사가 되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묵호에서 자란 계호 스님은 1968년 5월에 출가했다. 당시 나이 스무살이었다. 신심 깊은 불자 집안에서 자란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혼자 서울로 와 무작정 진관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후 청룡사에서 공부하다 1970년 운문사로 가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1982년에는 성철 스님이 만든 비구니대학에서도 공부했다. 이듬해 졸업과 함께 운문사에서 강의를 시작해 1995년까지 12년간 강사 스님을 지냈다. 


“그 뒤 강원도 횡성 보광사 주지로 갔다가 2006년에 진관 스님의 부름을 받고 다시 진관사로 왔어요. 그때부터 16년 동안 주지 소임을 살다 올해 진관사 총무였던 법해 스님에게 자리를 넘겨주었죠. 주지를 그만두고 회주(會主)를 맡으면 한가해질 줄 알았는데, 별다른 변화가 없어요.(웃음)”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진관사를 사찰음식의 대명사로 만든 스님은 앞으로도 음식을 통한 불교 문화의 전통 계승이라는 사명을 다할 계획이다. 진관사 음식을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세수 70을 훌쩍 넘긴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호 스님은 자신의 건강 비결로 규칙적인 생활과 ‘3소’를 꼽았다. ‘많이 웃기(笑), 적당히 먹기(少), 채소(蔬) 섭취하기’. 간단하지만 자연식의 중요성과 삶의 태도, 절제의 마음이 두루 담긴 ‘명언’이었다. 현대인들이라면 한 번쯤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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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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