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 또는 양반의 나라 대영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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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 또는 양반의 나라 대영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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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는 지주였다. 그들은 지주로서 수백 년 동안 영국 사회를 지배했다. 귀족의 후손들 중에서도 작위를 계승하지 못한 이들은 젠트리가 되었다. 영국에서 가문의 휘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젠트리였다.


경제적으로는 토지의 임대료가 연간 20파운드 이상이면 젠트리로 취급되었다. 16세기 이후 도시의 유력계층을 형성한 상공업자들이나 대학교수와 법률가들도 젠트리로 인정 받았다. 영국은 젠트리의 나라였다.


헨리 8세(재위 1509-1547) 때 젠트리의 경제적 기반은 더욱 굳건해졌다. 알다시피 헨리 8세는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그는 가톨릭교회 및 수도원이 소유한 막대한 토지를 국유화했다. 그러고는 이것을 헐값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었다. 그 땅을 매입한 사람들이 젠트리였다. 그런 까닭에 젠트리의 대부분은 헨리 8세의 종교개혁을 지지했다. 끝까지 가톨릭을 비호한 젠트리도 있었으나, 그 수는 매우 적었다.


젠트리 중에는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개신교 신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청교도였다. 청교도혁명을 주도한 올리버 크롬웰은 전형적인 젠트리였다. 이들 젠트리는 런던의 여론을 주도했다.


17세기부터 젠트리는 의회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왕실과 갈등했다. 그들은 의회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영국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혁했다.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젠트리는 자제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치안판사, 성직자, 교수, 상공인이 다수 배출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른바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일으킨 것도 젠트리였다. 인클로저 운동은 15세기 말경부터 시작되어 16세기에 본격화되었다(1차 인클로저 운동). 양을 기르기 위한 목장을 만드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그 결과 영국의 농업 생산력이 크게 증가했고, 젠트리의 재산은 더욱 증가했다.


반면에 대다수 소농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농토를 잃고 도시로 쫓겨나 임금노동자로 전락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토머스 모어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양을 잡아먹었으나 지금은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젠트리는 모직물산업을 육성한 장본인이었다. 16~17세기 영국의 모직물 산업은 수출용 반완제품 중심에서 완제품으로 변했다. 네덜란드에서 망명해온 신교도들의 기술력을 이용해서, 젠트리는 사치스러운 모직물까지 직접 생산했다. 이른바 ‘실험 기업’이 대두했다.


17세기 말부터 수십 년 동안에 걸쳐 중소지주는 대부분 몰락했다. 이제 대지주의 시대가 왔다. 젠트리도 양극화를 겪었다.


‘자본가적’인 경영이 그들의 생사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그러자 젠트리들은 더더욱 자본주의적 경영에 전념했다. 젠트리의 친기업적인 성향은 장차 영국의 산업혁명에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었다.


영국의 젠트리는 기업가로서 역사적 경험을 충실히 쌓았다. 19세기 이후 영국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자, 그들 가운데서도 이미 상공업을 바탕으로 자본을 축적한 상당수 인사들이 금융자본가 또는 산업자본가로 변신했다. 그들은 증기기관을 비롯하여 당시의 신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산업혁명기의 젠트리는 더욱 다각적인 활동을 벌었다. 영국 사회가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젠트리의 상당수는 여전히 향촌의 지주로서 존재했다. 그들은 농촌을 지켰다.


그러나 도시로 진출한 젠드리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치안판사가 되거나 교회의 렉터(rector: 성공회 교구 목사)로 종사하기도 했다. 그때는 아직 보통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이었으므로, 젠트리는 하원의원이 되어 정계에 진출하기가 더욱 쉬웠다.


젠트리 계층에 편입된 일반시민들도 증가했다. 도시에 거주하던 일반 시민들도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형성하면, 시골로 내려가 토지를 매입했다. 그들은 신흥 젠트리 대접을 받았다. 젠트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기 때문에, 도시-농촌 간의 역류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근현대에는 공업화와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광법위하게 전개 되었다.


때문에 영국 사회에서는 젠트리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게 감소했다.


이것은 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트리는 아직도 영국 사회에서 상당한 사회적 명성을 누리다.


‘기차와 자동차를 이기고 살아남은 존재.’ 이것이 영국의 젠트리다.


■ 백 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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